누가 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옮겼나 [The 5]

하어영 2023. 7. 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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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더 파이브: The 5] 재추진될 양평고속도로, 종점은 어디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의 김건희 일가 땅과 남양평 나들목(IC). 김혜윤 기자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약 1조7695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지난 6일 전면 중단됐습니다. 백지화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가족 소유 땅을 둘러싼 특혜 의혹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갑자기 바꾼 고속도로 종점(JCT·분기점) 주변에 김 여사 일가의 땅 29필지(총 3만9394㎡·1만1937평)가 있었던 건데요. 사업만 접으면 특혜 의혹이 사라지는 걸까요? 사업이 백지화되긴 한 걸까요? 이 논란을 취재해온 심우삼 이슈팀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종점이 양서면(원안)에서 강상면(변경안)으로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을까요?

심우삼 기자: 글쎄요. 지금 누가 개입했다고 말하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종점 변경을 주도했다고 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원 장관과 국토부에선 김 여사 일가 땅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에 처음 알았단 건데요. 하지만 이미 공개된 대통령 부부의 재산 내역엔 김건희 여사가 소유한 강상면 땅 12필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걸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국토부가 몰랐단 게 말이 될까요? 게다가 이미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 장관이 국회의원과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 “(양평에 있는) 이 땅의 주인은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The 2] 고속도로 종점이 바뀌면 김건희 여사 일가엔 큰 이득인가요?

심우삼 기자: 국민의힘은김건희 일가 땅은 고속도로 종점이라 바깥으로 길이 이어지지 않으니 이득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강상면이 종점이 되면 원래 있던 남양평 IC를 통해 진입해서 양평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거든요. 원안에서도 그런 방식이 가능하지만 훨씬 멀어요. 그러니 종점이 변경되면 강상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서울 강남에 가까워지는 건 사실입니다. 지금은 강남까지 1시간~1시간30분이 걸리지만 고속도로가 생기면 20분 거리가 되니까요. 부동산 업자들은 그렇게 되면 인근 토지를 가진 이들은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걸 알면서도 이득이 없다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The 3] 어차피 원희룡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했으니 다 끝난 일 아닌가요?

심우삼 기자: 지금은 백지화 상태니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평가나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의 단계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권에서도 재추진하잔 얘기가 나오고, 대통령실 분위기도 그렇다고 하잖아요. 어떤 명분으로든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모든 단계를 거쳐 올해 말 사업안을 확정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백지화 선언으로 그 시점이 내년 초로 미뤄질 거란 이야기가 나옵니다.

[The 4] 국토부의 변경안이 최선인 건 맞아요?

심우삼 기자: 국토부는 원안보다 변경안이 더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양평군의 여론과 전문가 의견도 수용했다고 하고요.

하지만 강상면이 최적의 종점이라면 왜 진작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2017년 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종점은 항상 양서면이었거든요. 양평군이 양서면을 종점으로 두되 노선을 조금 변경해 나들목(IC·진입과 출입로)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을 때도 당시 국토부는 그렇게 노선 변경을 하면 경제성이 떨어져 기재부의 예타 심사를 통과할 수 없으니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돈이 더 많이 드는 종점 변경은 아예 관심 사안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종점 변경, 노선 변경(IC 설치)이 한꺼번에 이뤄진 겁니다.

[The 5] 양평 분위기는 어떤가요?

심우삼 기자: 사실 2008년 고속도로 필요성이 처음 제기될 때부터 단 한 번도 강상면 종점이 양평 군민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강상면으로 종점 변경이 돼서 사업이 뒤집힌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일단 주민들은 양평 두물머리 일대 교통정체를 해결하고, 양평군 수도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고속도로가 무조건 들어와야 한다고 보니까요.

물론 원안이 더 좋단 사람도, 변경안이 더 좋단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들어오면 더 많은 군민이 좋아하겠죠. 하지만 국책사업에서 지자체 의견은 주요 참고사항일뿐입니다. 결정적인 사항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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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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