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 아는 판사’ 위한 법조일원화 10년… “처우 개선 시급”
“세상 물정에 어두운 젊은 판사가 세상만사를 판단해 타인의 일생을 좌지우지한다.”
박형남 사법정책연구원장은 14일 법조일원화가 도입되기 전 이런 세간의 비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이날 제도 도입 1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라는 학술토론회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법조일원화가 법관 다양화처럼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으나 인력 부족과 사건 적체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법조일원화(法曹一元化)는 변호사로서 일정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법관을 뽑는 제도다. 과거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바로 판사로 임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이나 법원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사회 각 분야의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함으로써 재판의 질을 높이고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법조일원화가 도입됐다.
이날 기조 발표를 한 박영재 행정처 차장에 따르면 법조일원화는 199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도 7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자를 판사로 임용하되 과도기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자는 대법원 사법제도발전위원회의 제안이 나왔으나 입법안에 반영되진 않았다. 이후 논의가 계속됐고 2013년이 돼서야 법조일원화가 본격 시행됐다. 임용 시기를 기준으로 2013년부터는 3년 이상, 2018년부터 5년 이상, 2025년부터 7년 이상, 2029년부터 10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된다.
◆10년간 연령·성별 변화…“고령화 대처 필요”
제도의 단계적 도입으로 법원 구성원도 점차 변해왔다. 시행 첫해 2013년 20대 임용자는 절반(50.0%) 수준이었지만 2018년부터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2022년)는 임용자의 과반(52.6%)이 30∼34세다. 35∼39세는 2013년 11.8%에서 2022년 37.0%로 크게 늘었다. 전무했던 40세 이상 임용자도 2022년 10.4%가 됐다. 임용자의 성별도 2013년 남성이 압도적 비율(88.2%)을 차지했던 것에서 2022년엔 여성 53.3%, 남성 46.7%로 변화했다.
법원 전체의 평균 연령도 높아졌다. 2012년 39.3세이던 법관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44.2세로 약 5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장판사의 평균 연령은 46.5세에서 49.7세로 3.2세 늘었다. 이에 대해 박영재 차장은 “연륜과 경력이 풍부한 법관에 의한 재판이라는 제도의 취지는 상당 부분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적은 월급 등 유인책 적어…“법관 처우 개선 시급”
법조일원화로 법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야의 법조인력을 법원으로 유인할 동기가 떨어진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춘천지법 영월지원장인 김신유 부장판사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10년 이상의 고연차 경력자들로만 판사를 임용해야 한다면 매년 정원에 한참 못 미치는 판사만을 임용하거나, 법관으로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임용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느 쪽이든 대국민 사법서비스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한 협회 회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법관 지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급여 등 경제적 보상이 불충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에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평생법관제를 위한 정년연장 및 정년 후 시니어 법관제도 도입 △급여 및 연금 등 경제적 보상의 개선 △전근·이동의 최소화 등을 개선책으로 제안했다.
박영재 차장 역시 “법조일원화 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법관 처우를 통해 우수한 능력과 자질의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유치한다”며 처우 개선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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