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심야약국… 인천지역, 약 찾아 삼만리
강화·옹진엔 한 곳도 없어… 지역민 의료 격차도 심각
제도 실효성 지적에 市 “영업일 확대 등 해결안 검토”
“밤에 열이 심하게 나서 약이 필요해도 집과 가까운 약국이 없어요.”
지난 14일 오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공공심야약국. 동구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온 이미연씨(35)가 급하게 약국으로 들어갔다.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다 어렵사리 어린이 해열제를 구입한 이씨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분노가 치밀었다.
이씨는 “네살짜리 아이가 열이 38도가 넘어 급하게 근처 약국을 찾아봤지만 문을 연 곳이 없어 30분이나 걸려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아프니 약을 편의점에서 대충 살수도 없는 상황이라 눈 앞이 깜깜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30분께 부평구의 한 심야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 서구에서 부평으로 온 박민준씨(25)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약국에서 복통약을 사갔다.
박씨는 “서구지역에 심야약국이 1~2곳 있지만 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 되레 그나마 가까운 부평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에 365일 문을 여는 심야약국이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이 약을 사러 다른 지역까지 ‘약국 원정’을 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심야약국은 인천시와 군·구로부터 지원금 1일 18만원을 받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문을 연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내 심야 약국은 고작 27곳이며 이 중에서도 365일 문을 여는 곳은 7곳(28%)에 불과하다.
심야약국 수도 모자를 뿐더러 운영 방식도 약국 사정에 따라 1주일에 1~3일 문을 여는 등 제각각이라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
약국 스스로가 영업일을 정하는 탓에 같은 지역 안에 심야약국 모두가 문을 닫기도 해 시민들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섬 지역인 강화·옹진군에는 아예 심야약국 자체가 없는 데다, 동구는 365일 여는 심야약국이 1곳도 없는 등 지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반면 서울시는 심야약국의 78%가 365일 운영, 25개 기초자치단체 모두 1개 이상의 심야약국을 운영 중이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시가 심야약국의 최소 영업일을 정하는 등 심야약국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훈 경인여자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심야약국은 약 제공과 복약지도를 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며 “인천시가 심야약국 영업일을 늘려 약이 필요한 시민들이 다른 지역까지 멀리 가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심야약국이 대부분 영업일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심야약국을 조금 더 확보하고, 최소 3일 이상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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