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미 중국에 졌다”...美포드 회장 작심한 듯 ‘전기차 미래’ 쏟아냈다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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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포드 회장, 인터뷰에서 작심발언
‘중국이 미래차 시장 재편할 것’ 전망
비야디, ‘세계시장 제패’에 박차 가해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 지켜
‘中 중심주의’ 노리는 시진핑 꿈 현실로
전문가 “이미 테슬라 앞질렀다” 평가도
지난 4월 18일 개최된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된 비야디(BYD) 전기자동차 [AP = 연합뉴스]
“중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개발했고 이제는 이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은 아직 이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할 준비가 안 돼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주니어 회장은 지난달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최근 전 세계가 미래 산업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시장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로 이 분야를 석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빠른 기술 개발과 상용화, 적극적인 해외 수출 등을 동력 삼아 중국이 미래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재편하고 압도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해외 수출량은 지난 2020년 이후 3배 증가한 250만 대를 넘어서면서 절대강자였던 독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중국 약진의 중심에는 중국 자동차기업 비야디(BYD)가 있습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야디는 올해 1분기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비야디는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에서 올해 1분기 신에너지 차량(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전체 판매의 39%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중국시장을 석권해온 전통적 강자 폭스바겐과의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비야디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시장 제패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차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브라질·이스라엘·태국 등에서 가장 잘 판매되는 전기차는 더 이상 미국 전기차 테슬라가 아닙니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비야디 전기차는 호주 시드니와 인도 델리를 넘어 우루과이에서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야디는 정치적 이유로 일부 미국 기업들의 진입이 금지된 스페인·멕시코 등 나라에도 최근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비야디 전기차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는 자동차기업 피아트의 고향으로 ‘해외 자동차기업들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받던 나라입니다.

스티브 웨슬리 테슬라 전 이사는 “아무 것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비야디가 어느 순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기업 중 하나로 거듭났다”며 “일각에서는 비야디가 이미 테슬라를 앞질렀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꿈을 키우세요(Build Your Dreams·BYD)’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BYD는 중국 영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자 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중심주의’ 꿈을 가장 착실히 실현시켜주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현재 53개국에서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비야디는 중국기업 중에서는 전무후무했던 최대 규모의 사업성을 자랑합니다. 이 같은 비야디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다양한 외관 디자인과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함께 따라오는 ‘가성비’입니다.

비야디(BYD)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비야디가 최근 출시한 전기차 해치백 ‘시걸(Seagull)’의 시작가는 1만400달러(약 1360만 원)에 불과합니다. 최소 6만달러(약 7800만 원)부터 시작하는 테슬라 ‘모델3’ 가격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첨단 성능이나 편의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55㎾ 엔진과 30㎾h 배터리는 약 300㎞ 주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8㎞에 달합니다. 이와 함께 기원전 206년 세워진 ‘한나라’에서 이름을 본따 만들어진 중대형 전기차 세단 모델 ‘더 한’ 가격은 3만2800달러(약 4300만 원)입니다. 사이즈는 테슬라 모델3보다 크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입니다. 여기에 경쟁사들과 달리 전기차용 배터리와 반도체 자체 생산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피해가는 ‘자생력’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가 글로벌 시장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중국산 자동차 판매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비야디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으로 비야디는 중국 자동차 수익 전체 중 4분의 3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8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입니다. 반면 테슬라가 미국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절반 가량, 일본 도요타는 4분의 1에 그쳤습니다. 비야디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로 370만 대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테슬라가 내건 ‘올해 200만 대 판매’ 목표치의 약 2배입니다. 전기차 ‘절대강자’였던 테슬라와 ‘신생’ 비야디의 입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야디의 이 같은 목표치가 마냥 허황된 꿈은 아닙니다. 비야디는 올해 1~5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 102만5000대를 기록하며 1등을 차지했습니다. 비야디가 전체 판매 대수(약 484만6000대)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해당 기간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비야디가 유일합니다. 테슬라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6% 급증한 69만1000대를 판매하는 등 맹추격에 나섰지만 아직 역전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비야디와 테슬라의 판매 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9만4000대에서 올해 33만4000대로 더 벌어졌습니다.

판매량이 유일한 강점은 아닙니다. 비야디는 브라질·콜롬비아·이스라엘·태국 등 해외에서 BMW와 르노그룹 등 강자들을 제치고 ‘1등 친환경에너지 차량 제조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호주·인도·뉴질랜드 등에선 ‘톱5’ 안에 드는 친환경에너지 차량 제조사로 거듭난 가운데 특히 뉴질랜드에선 비야디 5인승 전기 SUV ‘아토3’가 자동차기자협회 선정 ‘2022년 올해의 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 브랜드가 해당 분야에서 1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리처드 보셀만 뉴질랜드 자동차기자협회장은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한 비야디가 꽤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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