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박진 회담 시간 맞추려 英과는 '약식회동'으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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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위해 당초 예정된 영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약식회동'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은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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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위해 당초 예정된 영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약식회동'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악화된 한중관계를 의식, '관리 외교'를 펼치는 중국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계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은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이날 자카르타 시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만났다.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일환으로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국 대표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닌 시간에 타국 대표와 양자회담을 갖는다.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빽빽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만큼, 별도로 양자회담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일종의 '맞춤형 대응'인 것이다.
이날 ARF 회의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15분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이에 박 장관과 왕 위원은 당초 오후 4시45분에 만날 계획이었다.
이는 ARF 회의에서 각자의 발언 순서와 주어진 발언 시간인 4분을 감안해 계산한 '최적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국가 대표들의 발언이 4분을 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심지어 한 대표가 25분 동안 얘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왕 위원은 박 장관과의 대면 회담 전에 예정됐던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과의 정식회담 일정을 '풀어사이드'(약식회담)로 바꿔 5분도 안 돼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얘기하는 회담 형식이 아닌 복도에서 서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격'을 낮춘 것이다.
이후 왕 위원은 박 장관과의 대면 회담 장소로 이동했고, 한중 양자 회담에 임했다. 오후 5시19분쯤 시작된 회담은 총 40분간 진행됐다.
최근 한중관계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을 기점으로 갈등 국면이 더욱 심화됐다.
그러던 중, 왕 위원은 이달 3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2023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IFTC)'에서 우리나라 등과의 '양자 관계 증진'을 얘기하며 '유화 제스처'를 먼저 보였다.
중국 '외교사령탑'의 이 같은 발언은 한중 외교당국 간 물밑 접촉 등 교류 활성화에 '외교적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외교가의 평가가 나왔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양측은 양국 정상과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 간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전략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반민반관)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소통·교류를 강화해가기로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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