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시골 마을의 '우주최강 야구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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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 화남면에는 범상치 않은 이름의 야구장이 하나 있다.
'우주최강 야구장' 이다.
마블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을 법한 문구가 시골 마을 야구장에 붙여져 있는 것이다.
'우주최강 야구장' 김상명(51) 대표는 이 마을 야구팀 영천 산동중 BC 선수들에게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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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받은 사랑 돌려줘야죠, 후배들 또한 그랬으면"
경북 영천 화남면에는 범상치 않은 이름의 야구장이 하나 있다. ‘우주최강 야구장’ 이다.
마블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을 법한 문구가 시골 마을 야구장에 붙여져 있는 것이다. 거창한 이름의 이 야구장은 지자체가 만든 것도, 기업 후원으로 건설된 야구장도 아니다. 그러나 시설마저 '시골스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천-대구 지방도 옆 샛길을 따라 오른 언덕 정상에 조성된 야구장은 내·외야 안전 펜스, 야간 조명 시설까지 갖췄다. 또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뻥 뚫린 시야의 자연경관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힐링의 장소로 통한다.
‘우주최강 야구장’ 김상명(51) 대표는 이 마을 야구팀 영천 산동중 BC 선수들에게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산동중 BC 야구팀이 정식 창단되기 전이던 2021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마음껏 운동할 공간이 없던 아이들에게 야구장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야구장 이름은 공동대표인 절친의 아들 이름에서 한 글자, 자신의 딸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서 ‘우주’라고 지었다.
김 대표가 '우주' 다음에 최강이란 단어를 넣은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 그는 "진정한 강자는 타인의 삶을 도와줄 수 있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추후 사회에 진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인정받고 진정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강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강’이란 단어를 넣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나눔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에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당시 친척들과 중·고교 시절 담임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학업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주위 분들의 조건 없는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산동중 BC의 인연은 2021년 이상찬(54) 감독이 이곳을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팀을 만들어 영천 마크를 달고 전국대회에 나가겠다. 야구 불모지 영천에 야구가 뿌리내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이상찬 감독으로부터 받았다.
김 대표는 “당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야구팀의 앞날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영천은 김천, 예천과 함께 경북 삼천으로 불리는 곳으로 지역색이 뚜렷하고 지역민들의 결집력이 강해, 예전부터 타지 사람들이 정착하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부산, 대구, 대전, 울산, 포항 등 순전히 타지 선수들로 구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상찬 감독은 남양주 리틀 감독 시절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40여 차례 들어 올린 승부사란 점도 김 대표가 산동중 BC를 흔쾌히 돕기로 한 배경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산동중 BC와의 인연을 김 대표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야구에는 진심인 것 같은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웃었다.
김 대표의 지원과 이 감독의 노력으로 지금은 엘리트 고교로 진학하는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할 만큼 경쟁력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전국에서 온 우리 선수들이 졸업 후 다시 전국으로 퍼져 나가겠지만, 이곳 영천을 언제까지나 홈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고, 성인이 되었을 때 주변 이웃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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