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업가야, 급전 빌려줘”…로맨스 스캠에 7억 송금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지난해엔 페낭, 올해는 KK에서
한류 인기 편승한 온라인 사기
‘호감’ 한국 이미지 악용 늘어나
“한국인이야, 내 이름은 ‘지원’이야”→“이탈리아에서 사업하고 있어”→“사업에 애로가 있어. 급전이 좀 필요한데, 곧 갚을게”→“더 돈이 필요해”→(빌린 돈 갚으라는 말에) “……”→연락 두절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 사업가를 사칭한 ‘로맨스 스캠’으로 피해자가 수억원의 사기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이 온라인 사기 행각에 속아 250만 링깃(약 6억6970만 원)을 ‘믿고 줘버린’ 것이다. 거액 송금은 온라인에서 소통한 지 2주만에 시작돼 2개월이 못 돼 마무리됐다. 온라인 등에서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에 피해 여성이 걸려든 것이다.
14일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현지 사바주 경찰청은 전날 코나키나발루(KK)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사업가 사칭’의 로맨스 스캠 사건을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41차례에 걸쳐 24개 은행 계좌로 250만 링깃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한국인이라고 여긴 남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사기를 당했다는 점을 깨닫고 12일 경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피해자는 올해 46세로,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다.
시작은 여느 로맨스 스캠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됐다. 용의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원’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국인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두 사람은 자주 연락했고, 나중에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SNS의 하나인 왓츠앱을 통해 소통했다. 용의자는 자신이 이탈리아에서 석유와 가스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속였다.
연락이 잦아진 뒤 용의자는 사업을 하면서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회사의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문제가 해결되면 빌린 급전은 곧 갚겠다는 확언도 반복했다. 신뢰관계를 형성했다고 생각한 여성은 용의자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의 요구에 따라 5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41차례에 걸쳐 250만 링깃을 송금한 것이다.
여성은 40 차례가 넘는 송금 이후에도 남성이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빌려간 돈을 갚지 않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여성의 의심을 받자 용의자는 연락을 끊었다. 경찰은 “조사 결과 피해자는 (온라인에서 만나 알게 된 지) 불과 2주만에 한국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용의자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말레이시아 형법에 따라 사기거래에 연루된 계좌의 주인을 파악하는 등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이번 거래에 악용된 계좌는 모두 말레이시아 국민의 계좌였으며, 계좌가 도용된 사람들은 계좌가 도용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용의자의 범죄 행위에 도움을 준 계좌 주인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부 금액을 받기 위해 제3의 다른 사람에게 계좌 번호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사바주 경찰청은 사기사건과 관련, “온라인 교제는 한계와 위험 가능성이 많으니,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았던 사람과는 금전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현지 교민은 이같은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하자, “K팝을 포함한 한류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현지인을 상대로 한 ‘한국인 사칭’ 사기 사건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십 수년 전에는 사기꾼들이 자신들을 한국에 다녀와 추억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해 ‘사기 게임’ 등을 하면서 여행 온 한국인들을 힘들게 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에서 한국 이미지를 악용해 현지인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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