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1년 만에 회담…한·중, 할 말 다 하고, 한 발씩 양보

韓 “화이부동 추구” 中 “호혜적 협력 추진”
왕이 “대만 문제 핵심 중 핵심”
박 장관, 싱하이밍 ‘베팅’ 언행 언급
한중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자”
한 중관계, 이번 회담 계기로 복원 기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14일 오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 시각)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만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을 언급하며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이라는 군자의 도(道)를 추구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 위원은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만나 약 45분 동안 양자 회담을 했다. 이는 지난해 G20(20국) 외교장관회의 이후 약 1년여 만에 이뤄진 대면 회담이다.

한국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한중은 회담에서 상호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왕 위원은 대만 문제 관련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해야 한다”는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왕 위원은 “대만 문제는 핵심 중의 핵심이며, 한중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왕 위원은 이어 “(한국과 중국이) 간섭을 배제하고, 화목히 잘 지내자”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 협의체에 참가하면서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가까이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앞서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남북한 문제처럼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우리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혀, 한중 관계는 냉각됐다.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한국이 ‘하나의 중국’ 입장을 계속 견지해 오고 있다고 설명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우리 외교부는 전했다.

이후 박 장관은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논란이 된 싱 대사 문제를 먼저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싱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 베팅은 잘못”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화이부동이라는 군자의 도를 추구하자”고 했는데, ‘박 장관이 먼저 제안해 왕 위원도 흔쾌히 동의했다’는 게 우리 외교부 설명이다. 박 장관은 회담에 앞서 열린 동아시아안보정상회의(EAS)에서도 비공개 발언을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와 싱 대사 발언으로 바닥을 찍었던 한중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해빙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왕 위원은 이달 초 한·중·일 국제협력 사무국(TCS)이 주최한 국제포럼에 참석해 관계 개선을 시사했었다. 왕 위원은 우리 정부가 연내에 서울서 개최하려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재활성화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