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극복하기엔 늦었다" 한동훈 장관이 제안한 해법은
인구절벽을 극복하기에는 늦었습니다. 체계적인 출입국·이민 정책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인구위기, 국가 백년대계 차원 접근 필요'를 주제로 한 강연자로 참석해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인구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출입국·외국인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한 장관은 1950년대 농지개혁이라는 과감한 결정이 나라의 번영을 이끌었듯 고령화사회, 인구소멸 시대에 출입국·이민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따로, 기업 따로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부산엑스포를 위해서 최태원 회장은 다리가 아픈데도 열심히 뛰는 것처럼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인구문제)를 예측하고 인간의 경제 활동을 적시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SK하이닉스의 나라고 삼성전자의 나라인데 이공계 인재들, 우수한 정보·통신(IT)인력이 왜 안들어오겠는가" 질문을 던진 그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민 정책을 꼽았다. 한 장관은 이어 "인재 쟁탈 전쟁이 이미 경제 대국들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며 "유능하고 검증된 분(인력)을 파격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며 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용접공이 없어서 조선의 납기를 못 맞추는 게 현실"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과 이베이, 페이스북, 링크드인, 테슬라 등 이민자가 창업한 대표적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예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에 흩어져 있는 비자, 외국인 고용, 다문화가정 담당 등의 이민 관련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출입국·이민 정책을 일관된 방향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엇 판정 불복 여부 "적절한 시점에 발표할 것"
끝으로 비자 제도를 개선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아무나 받아들이고 불법 체류자를 받자는 게 아니다"며 "비자 제도를 개선해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들어와서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E-7-4)로 갈 수 있는 과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대한민국에 자발적으로 기여할 경우 사실상 대한민국에 편입될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한편 한 장관은 강연 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불복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점에 제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제기 기한은 18일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에 약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이날 강연에는 500석이 넘는 그랜드볼룸을 꽉 채우고도 강연장 뒤에 서있는 사람도 있을 만큼 몰렸다. 강연에 앞서 객석에서 "최고다"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지자 한 장관은 "국회에서 연설할 때 저한테 야유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데 이렇게 저를 반겨주시는 걸 보니까 어색하기도 한데 기분이 참 좋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로비를 메운 참석자들은 한 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장사진을 쳤다.
서귀포=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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