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개선 모색 韓中, '하나의 중국'엔 공감…대만 문제엔 입장차

14일 인니 자카르타서 한중 외교수장 회담

한미일 밀착 강화 속에 한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외교수장이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한중 양국은 ‘하나의 중국’에 대해선 공감대를,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양자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 계기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측이 지리적 근접성, 경제적 상호 융합성, 인문 측면 상호 연결의 장점을 발휘하고, 간섭을 배제하고, 화목하게 서로 잘 지내며 각급 교류를 재개하고, 호혜적 협력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중국 측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 일”이라며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전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를 언급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하나의 중국’ 입장을 계속 견지해오고 있다고 하면서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 위원은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이번 회담에서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근래 중한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늘었는데,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재건하고,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하도록 하고, 수교(1992년) 이후 30년 간 거둔 성과에 먼지가 끼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에 “양국이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의 정신과 덕을 펼치는 군자의 도를 바탕으로 우호 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왕 위원은 이에 호응했다고 우리 외교부는 전했다.

앞서 왕 위원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자 현 보아오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중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고 “한반도 정세 등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소개했다. 한국 외교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 장관과 왕 위원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특히 박 장관은 북한의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왕 위원에게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것은 한중 간 공동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감싸지 말고 국제사회의 압박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