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장연이 지하철에 이어 버스를 막아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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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다 나 때문입니다. 내가 지하철 타자고 해서 이렇게 됐어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부활을 기원하는 이 비참한 자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모이게 한 것도 죄송합니다."
서울시가 권익옹호 직무를 삭제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안내를 한 것도, 서울교통공사가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도 전장연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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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죄송합니다. 다 나 때문입니다. 내가 지하철 타자고 해서 이렇게 됐어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부활을 기원하는 이 비참한 자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모이게 한 것도 죄송합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시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사망했다"며 마로니에 공원에 분향소를 차리려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동료 활동가들에게 한 말이다.
박 대표는 자기 때문에 최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14일 버스를 막아서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29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당분간 중단하겠다며 '휴전'을 선언한 지 보름 만이고, '휴전'을 중단하고 버스 시위에 나선 지 사흘 만의 일이다.
그간 전장연에 대해서는 시민 불편을 동반하는 시위 방식으로 비판적 여론이 비등했다. 부정적 여론과 함께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의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이 과정에서 전장연은 '보조금 유용단체'로 수사 의뢰되고, '권력유착형 시민단체 3대 카르텔'이라는 수식어도 받았다.
전장연이 대화의 상대라고 호소하는 서울시도 장애인 활동지원금 전수조사 결과 348명이 부정수급을 받고 있었다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서울시가 권익옹호 직무를 삭제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안내를 한 것도, 서울교통공사가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도 전장연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장애인 권익옹호 캠패인 등 대중 선전활동에 참여해도 공공일자리로 인정 받아왔으나 서울시가 앞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전장연이 지하에서 지상에 오르고, 출근길 버스를 막아선 것은 '벼랑 끝'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체포 기사에 가장 많은 '좋아요'가 달린 댓글이 '구속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이니, 여론은 악화일로다.
부정적 여론은 박 대표가 돌아봤듯 그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한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하철 출발 지연 시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버스를 상대로 기습 시위를 벌인 것인데, 출근길 버스전용 차로를 막아서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다만 전장연이 알리고 싶은 장애인들의 불편과 호소가 '지하철에 이어 버스까지 막느냐'는 시위 방식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박 대표가 29번째 형사처벌을 각오하고 기습 시위에 나서는 '절박성'과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장연과 대화 테이블에 앉으면서도 불법행위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압박 전술'을 구사한 서울시가 시민 불편 해소라는 명분으로 전장연의 기습 시위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 전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시위를 자제시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또 다른 '제 2의 박경석'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가려진 전장연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불편을 지우는 시작은 대화여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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