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10월까지 기다리자"...수신료 분리징수에 아파트 단지들 혼선

10월 분리징수 자동적용 전까지
매달 관리소에 연락해 신청해야
아파트 "구체적 안내 없다" 혼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KBS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가 설치한 근조 화환이 줄지어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부터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가운데 관리비 고지서에 전기료와 수신료를 일괄 고지하는 전국 아파트 단지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세대원 분리징수 여부를 취합해야 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선 "한전의 안내문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15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 TV 수신료 분리징수가 정식 도입되기 전 과도기인 7~9월에는 아파트 거주자가 TV 수신료 분리 납부를 하려면 분리납부 의사를 매월마다 관리사무소에 직접 알려야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개별 세대를 대표해 한전과 전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부분 아파트 세대원은 한전 전기요금 고지서가 아닌 관리비 고지서로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합산해 요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TV 수신료를 별도로 수납하는 방식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안내가 없어 혼선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전에서 분리징수 관련 안내를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세부적내용은 모르겠다"며 "담당자에게 문의한 뒤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500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세대원들에게 일단 (분리징수가 가능하다고) 고지는 했는데, 큰 관심도 없고 사실상 TV가 없는 세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분리 징수일 뿐 사실상 돈을 내는 것은 똑같으니 10월 자동 적용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모든 거주자들과 합의를 봤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김지훈 기자

한전은 계약을 맺은 아파트 단지에 이메일·팩스를 통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고객 안내문'을 보낸 상태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리납부 방식 등은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콜센터에 문의하자 직원은 "지난 10일 업무를 갑자기 받아 시행하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은 계속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과도기 기간 아파트 TV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 및 납부 방식은 이렇다. 우선 관리사무소는 세대원들에게 분리징수 여부를 알리고 취합된 세대를 한전에 전달한다. 분리징수를 신청한 세대는 관리사무소가 한전으로부터 안내받은 지정계좌로 TV 수신료 2500원을 입금하면 된다. 전기요금 등 관리비는 기존 방식대로 자동이체 된다. 관리비 고지서에서는 TV 수신료를 제외한 전기요금 등만 기입되며, 10월까지는 매달 관리사무소에 분리징수를 요청해야 한다.

다만 일부에선 매월 관리사무소에 분리징수를 신청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거주자는 "집에 TV가 없는 상태인데 2500원 아끼자고 매달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신청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처음 신청하고 계속 적용하는 게 어려운 건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한전과 KBS가 3개월이라도 수신료를 더 챙겨보려는 꼼수 아니냐"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한전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전국 234개 사업소에서 2만8000개의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분리 고지 및 징수하도록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