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노래하던 ‘양화대교’···그 굴곡진 역사 [사-연]
한주형 기자(moment@mk.co.kr) 2023. 7. 15. 10:51
서울의 남북과 역사를 잇는 한강 다리 위를 걷다 (2)
정부기록물과 박물관 소장 자료, 신문사 데이터베이스에 잠들어 있는 빛바랜 사진들을 열어 봅니다. ‘사-연’은 그중에서도 ‘길’, ‘거리’가 담긴 사진을 중심으로 그곳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연재입니다. 거리의 풍경, 늘어선 건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 등을 같은 장소 현재의 사진과 이어 붙여 비교해볼 생각입니다. 사라진 것들, 새롭게 변한 것들과 오래도록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과거의 기록에 지금의 기록을 덧붙여 독자님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해당 장소에 얽힌 ‘사연’들을 댓글로 자유롭게 작성‘해 주세요.
‘뜯고 고치고’ 양화대교 수선의 역사
1960년대는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경제개발의 싹이 트던 시대였습니다. 1965년 제2한강교의 준공으로 한강에도 온전히 우리의 기술력으로 쌓아올린 다리가 생기게 됩니다. 제2한강교는 1936년 광진교 이후 30여년 만에 한강에 놓인 다리이자 네 번째로 건설된 교량이었습니다.
마포구 합정동과 선유도,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제2한강교는 서울의 서부관문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도심에서 인천이나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경로를 획기적으로 단축했습니다. 사실 제2한강교를 설계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전시상황에서 군사적 이동로로 활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서울 남부에서 문산이나 서부전선으로 향하는 대전차나 군 장비가 원활히 강을 건너 기동하게끔 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제2한강교는 영등포의 도심이 커지고 경인고속도로 통행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잦은 정체를 빚었습니다. 게다가 무거운 짐을 싣고 당인리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화물차량들이 오갔기 때문에 교량의 노후화와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1982년 기존의 다리와 똑같은 모양의 다리를 하나 더 붙여 지어 왕복 8차선으로 확장해 개통합니다. 이후 한강종함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제2한강교는 인근의 양화진 나루터에서 이름을 따와 ‘양화대교’로 명칭을 변경합니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양화대교는 또 한 번의 대공사를 하게 됩니다. 바로 2010년 오세훈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의 기능을 갖춘 ‘서울항’을 만들려는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경인 아라뱃길과 한강을 이어 크루즈나 대형 선박이 여의도까지 닿기 위해서는 양화대교의 교각 폭이 더 넓어져야 했고, 이에 서울시는 460억의 예산을 투입해 공사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시 의회와 여론이 악화되며 공사가 중단되었고, 양화대교 하류는 ‘ㄷ’자 모양의 모양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사 시작 2년 8개월이 지난 2012년 10월에서야 다시 직선 통행이 가능해졌습니다.
통행량 1위에 빛나는 서울의 핵심 교량 한남대교
한강 교량 중 가장 차량 통행량이 많은 다리는 어디일까요? 2020년 서울시 교통량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남대교가 하루 평균 188,992대로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한강 다리 1일 평균 통행량의 두 배에 달합니다. 강남에 닿는 관문이자 경부고속도로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 한남대교인 만큼 모두가 답을 예측할 수 있었을 만한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신사동을 잇는 제3한강교는 1966년 1월 공사를 시작해 1969년 12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완공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3한강교를 영동 개발을 위해 건설한 다리로 알고 있지만, 그 목적보다는 제2한강교처럼 유사시 군사적으로 활용할 목적이 더 크게 반영된 다리입니다. 한국전쟁 당시의 쓰라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제3한강교는 전시상황에서 시민들이 도강할 수 있는 용도로 계획되었습니다.
1960년대는 북한과 경제 규모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대였습니다. 제3한강교의 너비에도 이 점이 작용했습니다. 설계 당시 제3한강교는 폭 20m, 왕복 4차선으로 계획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평양 대동강에 폭 25m의 교량이 등장했고, 우리는 그보다 최소한 1m라도 넓은 다리를 세워야 한다는 방침이 세워졌습니다. 그 결과 제3한강교는 당시 기술로 실현 가능한 최대 폭이었던 폭 27m의 6차선으로 지어졌습니다.
제3한강교와 함께 강북과 강남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강북과 영등포 일대에 한정되어 있었던 서울이 다리의 개통과 함께 그 규모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는 곧 논밭이었던 영동(강남) 일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제3한강교의 준공 전후로 평당 이백 원, 삼백 원이었던 땅값은 수천 원대로 폭등했습니다. 모 장관이, 모 회사가 강남의 수만 평의 땅을 사들였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목 좋은 곳에는 땅을 보러 온 복부인들이 들끓었습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진행되며 한강 교량명을 정리하였고 1985년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한남대교는 경부고속도로와 남산1호터널, 청계고가도로, 광화문 도심을 신호 한번 없이 직통으로 연결하는 한강의 핵심 교량이었습니다. 1996년 교통량 증가에 따라 기존 교량 옆에 확장교량을 건설하였고, 8년이 지난 2004년 완공되어 왕복 12차선의 한강에서 가장 넓은 다리로 태어납니다.
여의도 개발의 발판 마포대교
‘제4한강교’라는 이름은 제1·2·3한강교와는 다르게 낯선 느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 계획은 ‘제4한강교’로 시작했지만 착공부터 ‘서울대교’와 혼용되다 1984년 이후 ‘마포대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포대교가 위치한 곳은 조선시대 마포나루가 있던 곳으로, 한양 도성으로 향하는 전국의 물산이 한강 뱃길을 통해 모여들던 곳이었습니다. 마포대교는 마포 전차종점과 여의도를 잇는 다리로 1968년 착공해 2년 만에 완공되었습니다. 왕복 6차선, 길이 1,398m의 교량으로 건축 당시에는 한강에서 가장 긴 다리였습니다.
앞선 여의도 연재에서 이야기했듯, 마포대교 건설은 여의도 개발과 맥을 함께 합니다. 여의도와 마포대교는 마치 몸통과 다리처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요. 한낱 황무지 모래섬이었던 여의도가 정치·금융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가장 큰 계기가 마포대교를 통한 강북 도심과의 연결이었습니다.
1986년 올림픽대로의 개통과 함께 여의도와 영등포를 잇는 접속교량에 통행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출퇴근 시간 마포대교는 상습 정체구역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2000년에 신마포대교라는 교량을 하나 더 건설하였고, 기존 마포대교는 철거하였다가 재시공하여 2005년 10월에 왕복 10차선 쌍둥이 다리로 다시 개통하였습니다.
한편 2014년 3월 30일, 마포대교 양방향 차로가 이른 새벽부터 통제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블 시리즈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촬영 때문이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에 마포대교를 비롯한 서울 곳곳을 배경으로 한 전투 장면이 등장했고, 마포대교는 한때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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