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50원 내려봐야” 먹거리 다 올랐는데.. 폭염·장마에 채소값까지 ‘들썩’
주요 먹거리 가격 상승세 계속
날씨 변수.. 채소·고기·과일값↑
향후 물가 상승 폭 더 커질 수도
공공요금 등 인상까지 “걱정 뿐”
정부의 물가잡기 행보에 라면을 시작으로 일부 빵, 과자 값 등이 내려갔지만 주요 먹거리 가격은 잡힐 기미가 없습니다.
라면 가격이 50원 내릴 때 자주 먹는 채소나 고기, 과일과 우유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라 오히려 체감 압박 수위는 더 커지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2%대인 2.7%로 내려앉았는데도 소비자들은 체감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생활 필수품만 따로 모은 생활물가지수만 봐도 식품에 해당하는 83개 항목 중 무려 70개 물가가 1년 전보다 오른 것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날씨도 맞물렸습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여파에 폭염에 장마까지 이어지면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가운데 올 여름 김치 등 채소 가격 줄인상이 예상돼, 가뜩이나 얆아진 가계 주머니 사정을 더 빠듯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카미스(KAMIS)의 주요 농산물 19개 품목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요 채소와 육류, 과일 가격이 평년대비 최대 5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야외 나들이며 집안에서 고기 구워 먹는 일 역시도 만만찮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게 이 때문입니다.
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겹살(국내산·100g) 가격만 해도 2,800원대로 뛰면서 평년(2,370원) 가격보다 20% 수준 올랐고 목살도 평년 2,264원이던게 2,500원(10%)으로 올랐습니다.
채소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주 청상추(100g) 가격은 1,491원으로 지난주(1,211원) 대비 23.1% 올랐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장마와 폭염 날씨에 생육 상태가 저조한데다 생산량이 줄어든게 주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열무(1kg)는 3,393원으로 지난주(2,890원)보다 17% 이상 올랐습니다. 더운 날씨에 수요는 생겨나지만 무더위에 장마로 인해 좋은 품질의 물량이 부족한 때문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청양고추·풋고추 모두 10% 안팎으로 오르는 등 19개 품목 모두 가격 상승을 이어갔습니다.
과일 상황도 비슷해 수박(1통)은 평년 1만 8,698원에서 2만 2,134원(18.4%)으로, 참외(10개)는 1만 3,186원에서 1만 6,096원(22.1%)으로 올랐습니다.
이같은 가격 상승은, 최근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데서 찾고 있습니다.
장미기간엔 습도가 높아지면서 채소 품질을 떨어뜨리고 잦은 비엔 짓물러지는 부위가 많아져서 재차 제품의 품질(품위)를 낮추는 요인이 되는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제분·제빵, 라면에 이어 ‘밀크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우유업계 압박을 통한 우유 가격 인하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원유 생산농가나 유업계 등이 인하 어려움을 밝히고 있지만, 마찬가지 앞서 다른 유통업계들이 압박을 견디다 못해 가격 조정에 나섰듯이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6일 배합사료 제조업체 8곳과 간담회를 갖고 곡물 가격 하락분을 배합사료 가격에 조기 반영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정부의 선제조치에도, 일부 대표 식음료 가공품 등에 대한 인하로선 물가 체감도가 미미할 것이란 시각은 계속 나옵니다.
오히려 라면값 50원을 내리는 사이 대부분 식료품들, 채소며 고기 등 주요 먹거리 가격들이 줄줄이 올라 가격 압박이 더 심해질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더구나 서울만 해도 버스와 지하철 등 공공부문 요금 인상이 이어져 사실상 라면값 인하에 따른 체감 인하효과는 상당부분 퇴색될 처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다 앞서 채소와 과일값 인상을 부추기는 날씨까지 변수로 맞닥뜨린 상황입니다.
통상 장마가 길어지면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채소류 가격이 오릅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치 주재료인 무, 배추 등 농산물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도 서서히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불안감에 맞물려 품귀 현상을 빚은 소금 값 등 안정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실제 올 1월 김치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22.1% 올라 1~6월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주춤해지긴 했지만 지역별로도 상당 부분 높은 수준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세종(20.2), 대전(13.3), 울산(11.2), 제주(9.9) 등입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속재료도 가격이 오름세로, 6월 고춧가루 가격 인상률은 전년 대비 8.1%로, 올 들어 가장 상승 폭이 컸습니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산물은 6월 하순 장마 등 영향으로 일부 채소류 가격이 강세를 보였던게, 전반적으로 공급이 확대되면서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7월 들어 여름철 집중호우·폭염 등 기상악화가 변수가 됐습니다.
고물가 여파로 지난 6월 외식물가 상승률만 해도 전년 대비 6.3%로, 전체 물가상승률(2.7%)의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웃도는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째, 2년 넘게 이어지는 실정인데다 이같은 추세라면 더 오를 여지가 높고, 재차 음식값 조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선 가장 접근이 편한 기업들의 물가 인하를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일부 가시적인 효과는 있어 보일지 몰라도, 체감폭이 미미하다. 올해 내리더라도, 나중에 두세 배 더 큰 부담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라면 만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은 지났다. 가공부터 신선까지 일상적으로 가계 운영에 필수적인 식료품 가격 전반을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바구니나 생활물가 중심으로 재료가격이 너무 올라간게 아닌지,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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