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만난 中 왕이 “美 간섭 배제하고 ‘하나의 중국’ 엄수해달라”
朴 “북한 도발 중단은 韓中의 공동 이익”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대(對)중국 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할 것을 요구했다. 왕 위원은 중국 외교라인의 사령탑이다.
15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 계기에서 박 장관과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왕 위원은 “(한국과 중국) 양측이 지리적 근접성, 경제적 상호 융합성, 인문 측면 상호 연결의 장점을 발휘하고, 간섭을 배제하고, 화목하게 서로 잘 지내며 각급 교류를 재개하고, 호혜적 협력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위원의 ‘간섭 배제’ 언급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동참하기보다 자주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주변국들과 함께 중국을 경제적·안보적으로 포위하려는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 측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 일”이라면서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 위원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또 “중국과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고, 경제적으로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분리할 수 없는 동반자이며, 양국 국민은 천년간 교류하며 막힘 없이 관계를 이어왔다”고 역설했다.
이어 “중국의 대한국 선린우호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으며,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면서 “중한관계는 원만하게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래 중한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늘었는데,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왕 위원은 “우리는 한국 측과 상호존중의 정신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이라는 군자의 도를 추구하면서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재건하고,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하도록 하고, 수교(1992년) 이후 30년간 거둔 성과에 먼지가 끼지 않기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한편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이날(14일) 당초 예정된 시간(30분)을 넘겨 약 45분 동안 진행됐다. 이 회담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성사됐다. 양국의 외교 수장이 대면 회담을 가진 것은 약 1년여 만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공급망 관리, 인적교류 확대, 문화 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것은 한중 간의 공동 이익”이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왕 위원은 “소통을 강화하자”는 뜻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 회담에서 이뤄진 북한 문제 관련 구체적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반도 정세 등 공통으로 관심을 두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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