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장관 만난 중국 왕이 "간섭 배제하고 '하나의 중국' 엄수해야"

대만 문제 강조하며 "신중하게 대처하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 연합뉴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한국에 간섭을 배제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했다. 대만 문제 등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5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중)양측이 지리적 근접성, 경제적 상호 융합성, 인문 측면 상호 연결의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섭을 배제하고, 화목하게 서로 잘 지내며 각급 교류를 재개하는 한편, 호혜적 협력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의 외교 수장이 대면 회담을 가진 것은 약 1년여 만이었다.

왕 위원은 "대만 문제는 중국 측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 일"이라며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신중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 위원의 '간섭 배제' 언급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전략 등에 한국은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해야 한다는 것 역시 앞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중 간 발생한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 해협 현상 변경 반대"를 언급했는데, 당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간주해 크게 반발했다.

왕 위원은 "중국과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멀리 옮길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경제적 상호 보완성은 분리할 수 없는 동반자이며, 양국 국민은 수천 년 동안 교류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한국 선린 우호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 데다,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중한관계는 원만하게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 등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소개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