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바이오 CEO 온다…“부족한 점 인정하고 고치는 유연한 사고 강점”
해조류 배양육⋅수면진단⋅의료데이터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
“한 가지 아닌 융화 전문가들이 혁신 주도”
“10년 전만 해도 한 영역에서의 전문가가 혁신을 만들 수 있었고, 실제 혁신을 이뤄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경계의 영역에서 융화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액셀러레이팅 2본부 부대표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에서 진행한 ‘미래를 이끌어 갈 90년대생 최고경영자(CEO)’ 기조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1990년대 태어난 젊은 리더들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창업 ‘공식’을 깨고 있다. 제약·바이오는 정보기술(IT)과 같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창업 연령대가 높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거나, 대학에서 연구 중 창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장기간 쌓아 온 경력과 경험치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로 꼽히는 파멥신과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자들은 LG생명과학(현 LG화학) 출신이다. 메디포스트는 의사, 헬릭스미스는 서울대 교수가 학내 벤처 1호로 창업한 회사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현재 바이오 기업 CEO 명함을 든 ‘90년대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날 1995년생인 이희재 씨위드 대표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이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고도화한 기술과 연결되는 게 많은 이른바 ‘고인 물’ 같은 영역인데, 젊은 세대에게 어려울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쉬울 수 있다”며 “오히려 교수님들의 창업은 한쪽 측면에 매몰될 수 있는 반면 젊은 세대는 부족한 부문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바꿔 나가면서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기초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 통합 과정 6년차에 다니고 있다. 2019년 생명과학 대학원생 5명과 함께 해조류를 활용해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씨위드’를 설립했다. 지속 증가 추세인 세계 인구가 섭취할 육류가 향후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라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해조류를 사용한 대체육 방식은 기존 작물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쉽고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면 진단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슬립’ 이동헌 대표는 “젊은 게 좋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가벼울 수 있다”면서도 “정보기술(IT)과 바이오가 잘 만나면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4년생인 그는 이미 혁신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2020년 6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실에서 출발한 에이슬립은 지난해 6월 기준 세계 1위의 수면진단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미국수면학회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에이슬립은 스마트폰으로 수면 중 소리를 수집해 수면의 질을 분석한다. 스마트워치, 반지 형식의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이미 LG전자는 에어컨에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10개 이상 대기업이 이 기술을 도입했다. 이동헌 대표는 “바이오가 아닌 AI를 연구하던 연구실에서 창업해 동업자들과 함께 지금에 이르렀다”며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이수현 테서 대표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바로 기술창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생으로 한의학을 전공하다가 웹 프로그래밍을 접하며 2019년 창업을 결심했다.
테서는 환자가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국내 의료진과 그 시간 내 자신의 병 진행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 환자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이수현 대표는 “국내 많은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많은 환자가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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