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반란 일으켰던 프리고진 만난 푸틴…'푸틴의 시간'은 얼마 안 남은 건가
김수형 기자 2023. 7. 15. 10:03
이번 편에서는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있는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러시아 내부 권력 구도에 일어난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임명한 첫 총리로 2004년까지 러시아의 2인자였지만, 지금은 야당 지도자로 변신한 미하일 카시야노프와 단독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반란을 일으킨 장본인 프리고진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크렘린 궁에서 만났던 겁니다.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지휘관 여러 명이 프리고진을 따라갔습니다.
크렘린 들어간 프리고진, 이유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 크렘린궁 대변인 (지난 10일)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면담한 건 사실입니다.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지휘관과 경영진 35명을 초대했습니다.
등에 칼을 꽂았다며 반역자들에게 가혹하게 대응할 거라던 푸틴의 경고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되는 장면이 아닙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지난달 24일)
과도한 야망과 사욕이 반역을 만들었습니다. 배신과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이날 면담은 3시간이나 진행됐는데, 바그너 그룹의 소명을 듣고, 푸틴 대통령도 반란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말했다고 크렘린은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크렘린의 설명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을 다시 전선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겁니다.
바그너 그룹도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다시 싸우겠다고 약속했다고 크렘린은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만남 자체로 푸틴이 프리고진을 용서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프리고진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 벨라루스 대통령 (지난 6일)
프리고진은 자유의 몸입니다. 다음에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글쎄요. 인생에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둘의 만남 이후 러시아 경찰은 프리고진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고, 러시아 선전 매체들은 프리고진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도 벨라루스에 마련된 기지로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레오니드 코진스키 │ 벨라루스 국방부 차관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오기로 결정한다면, 여기에 머물면서 훈련할 수 있도록 초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프리고진이 통렬하게 비판했던 쇼이구 국방장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이후에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무능하지만 기득권 세력, 러시아 군부에 둘러 싸인 푸틴이 반란을 일으켰지만 싸울 줄 아는 바그너 그룹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복잡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충견 프리고진, 푸틴의 취약점을 공개하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 러시아 전 총리
저는 푸틴 대통령이 가보라고 추천한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프리고진은 저와 저희 출장단에게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 러시아 전 총리
프리고진은 정부 기관에 식품을 공급했고, 나중에는 유치원과 군대에도 급식을 납품했습니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프리고진이었지만 푸틴의 후원을 등에 업고, 러시아의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로 급성장했습니다. 푸틴의 후원 덕분에 성장했던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자 푸틴이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푸틴이 준 그 무기로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을 격퇴했습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 러시아 전 총리
반란을 진압하려던 러시아군을 프리고진이 제거했습니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공격했습니다. 푸틴이 제공했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그는 중무장했습니다.
그사이 프리고진이 로스토프나도누, 보로네시 같은 큰 도시에 무혈입성하면서 러시아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 러시아 전 총리
바그너 그룹의 진격으로 러시아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불법 군사 조직은 적어도 대도시 두 개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각 1백만 명 인구 도시가 항복했습니다.
푸틴의 권력을 뒤흔드는 약점이 노출됐기 때문에 금세 벨라루스 대통령 루카셴코의 중재에 못 이긴 척 타협했다는 겁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 러시아 전 총리
저는 프리고진의 주요 도시 점령 직후 푸틴이 타협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줬습니다. 푸틴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도요. 이것은 푸틴 정권 붕괴의 시작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18살 몸 원해" 17살 아들 피 수혈한 억만장자…돌연 실험 중단
- "낮잠 자려고"…9개월 아들에 '좀비 마약' 넣은 엄마
- [Pick] 할리우드 작가→배우까지 파업 강행…OTT · AI 제작 정면 돌파
- '중소의 기적' 피프티피프티, 법적 분쟁서 이길 수 있나?
- 순방 중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논란…민주 "해명하라"
- 대낮 칼부림 쫓긴 여성…국자·선풍기 든 삼부자가 구했다
- 아이 향해 물대포 쏜 제트스키…"과실치상 혐의 입건"
- 빗물 뚝뚝, 신축인데 물바다…건설사 "일시적 역류현상"
- "증권 아냐" 리플 손들었다…하루 새 600원대→1100원대
- 발암물질인데 안전하다?…아리송해도 "제로 포기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