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찜했다"…LNG 터미널에 33억달러 뭉칫돈 넣은 이유는?

홍순빈 기자 2023. 7.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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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워렌 버핏의 LNG 투자…대체 왜?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워렌 버핏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이번엔 LNG(액화천연가스)에 꽂혔다. 미국의 대형 LNG 수출 터미널을 사들인 것. 올들어 일본 종합상사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였는데 이 또한 버핏의 '원자재 베팅'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망 재편 과정 속에서 버핏처럼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중 하나인 '코브 포인트(Cove Point)' 지분 50%를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전세계 에너지 위기가 계속될 거라고 예상한 버핏이 천연가스 시장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브 포인트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LNG 수출입 저장시설로 미국 6대 LNG 수출 터미널 중 하나다. 2021년 기준 사빈 패스(Sabine Pass), 프리포트(Freeport) 터미널 다음으로 LNG 물동량이 가장 많다.

버핏은 2020년에도 에너지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코로나19 발발 후 주식시장 대폭락 당시 버핏의 첫 매수 종목은 코브 포인트 터미널을 보유한 모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였다. 버핏은 부채 57억달러를 포함한 총 97억달러를 도미니언 에너지 지분 매입에 투입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원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에너지 기업들이 휘청일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핏은 화석연료가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일 것이라 판단했고 에너지 기업 투자를 계속했다. 그중 친환경 넷제로(Net-Zero) 시대에서도 천연가스 수요가 늘 것이라고 봤으며 관련 기업들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예상처럼 천연가스를 찾는 전세계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EU(유럽연합)는 친환경 투자 기준인 '텍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시켰다.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화석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재적 에너지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일부 미국 에너지 기업들도 석유 자산을 매각하고 천연가스 자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향후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어날 거라고 분석한다. IEA 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천연가스 사용량은 45억톤(t)으로 2018년(35억t)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원유는 45억t에서 49억t으로 소폭 증가에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버핏처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변화 속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서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폭등했던 천연가스 가격(미국 헨리허브 기준)이 100만BTU(열량단위)당 2.5달러 수준을 떨어졌지만 LNG 수요 증가에 따라 에너지 생산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수출, 무역 기업들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힌다. 최근 버핏이 매입한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 △마루베니 △스미토모) 등의 매출 절반 이상은 에너지 및 원자재 무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스미토모 상사는 코브 포인트와 장기 LNG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미국 내 LNG 수출량은 지난해 대비 2027년 2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LNG 패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점 등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LNG 관련 산업은 성장산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개별 기업을 선별하기 어렵다면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등 증권상품을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다. 천연가스 개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퍼스트 트러스트 내추럴 가스 ETF(티커명 FCG)', 에너지 기업 전반에 투자하는 '에너지셀렉트 섹터 SDPR ETF(XLE)' 등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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