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걸기, 우회하기 … 'OTT 변종' 제3 누누티비의 수법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3. 7. 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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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리즈] OTT 변종 사이트의 세계❷
누누티비 이후 OTT 괜찮을까
교묘한 수법의 변종 사이트
법망 흔드는 ‘링크 걸기’부터
가상사설망 이용해 차단 뚫기도
정부는 변종 수법 대처할 수 있을까

# 올해 초 OTT 업계는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가 때 아닌 인기를 누리면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누누티비가 국내외 OTT 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제·송출하면서 엄청난 수의 시청자를 끌어모았기 때문입니다.

#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선 덕분에 누누티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습니다만,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링크 걸기' 'VPN 우회' 등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피하는 '변종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가 이들 사이트의 수법을 파헤쳐 봤습니다. 視리즈 '교묘해진 변종 사이트' 두번째 편입니다.

누누티비가 사라진 뒤, 더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피하려는 '변종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누누티비가 사라진 지 3개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OTT 업계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유료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누누티비 폐쇄 전 1308만명(3월)이던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 수는 지난 5월 1410만명으로 2개월 만에 102만명이 늘었습니다. 누누티비가 4월 14일 문을 닫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물론 6월 18일 누누티비가 '시즌2'를 론칭하기도 했지만, 정부가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단 하루만에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그로부터 또 한달이 흘렀습니다. 이제 누누티비에서 불 붙은 '불법 사이트'와의 전쟁은 완전히 끝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묘한 수법을 갖춘 '변종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 변종❶ 티비몬의 링크 =먼저 티비몬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막 상영이 끝난 인기 영화 '범죄도시3'를 무단으로 공유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티비몬이 게시한 범죄도시3 위엔 하트 모양 아이콘과 함께 붉은색으로 '117584'란 숫자가 표기돼 있습니다. 이 숫자가 조회 수를 뜻하는 것이라면 범죄도시3를 게시한 지 4일 만인 현재까지(7월 10일 기준) 11만7584명이 티비몬에서 영화를 봤다는 얘기입니다.

티비몬에 올라온 건 범죄도시3뿐만이 아닙니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하트시그널 시즌4', 라프텔·넷플릭스가 수입 중인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등 다양합니다. '불법 플랫폼'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지만, 이 사이트 하단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티비몬은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입니다. 이 웹사이트엔 음악·비디오·멀티미디어 파일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 저작권에 대해 티비몬은 책임이 없습니다."

[자료 | 박완주 의원실, 참고 | 3~5월 기준,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티비몬은 콘텐츠를 직접 송출하는 게 아니라, 해당 콘텐츠의 링크만 제공하는 것이어서 불법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일견 타당한 주장입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지식재산권(IP)을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누누티비는 '공중송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링크를 거는 행위는 법적 항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티비몬이 합법이라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문종탁 변호사(법률사무소 JT)는 "영리 목적으로 불법 동영상의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엔 저작권법 위반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이트를 운영하는 티비몬은 합법 사이트라고 보기 어렵단 얘기입니다.

그러면서도 문 변호사는 "다만,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티비몬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100%가 아니란 얘기입니다. 이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변종 사이트들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변종❷ 티비위키의 유니콘 HTTPS = 그럼 단 하루 만에 사이트를 접었던 누누티비 시즌2는 어떻게 됐을까요? 현재 구글에서 '누누티비2'를 검색하면, 버젓이 '누누티비'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뜹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누누티비팀이 티비위키로 돌아오다'란 문구와 함께 '티비위키'란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버튼이 뜹니다.

이 티비위키가 누누티비와 한 가지 다른 점은 사이트 접속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겁니다. 먼저 '유니콘 HTTPS'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유니콘 HTTPS 프로그램을 실행해 활성화한 다음 티비위키에 접속하면 됩니다. 홈페이지엔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법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온라인에서 신분을 숨겨주는 프로그램인 유니콘 HTTPS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인터넷 주소(IP)는 물론 어떤 국가에서 접속했는지도 확인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건데, 이런 접속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VPN)'이라고 부릅니다. 통상 VPN을 쓰면 통신사들이 접속을 막아 놓은 사이트에 입장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김승주 고려대(정보보호학) 교수는 "한국 접속자만 통제할 수 있는 국내 통신사로선 VPN을 쓴 이용자가 한국 접속자인지, 해외 접속자인지 알 길이 없다"면서 "VPN은 정부에서 주소를 차단해도 불법 사이트를 근절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꼬집었습니다. 지금은 티비위키에 접속할 수 없지만, 유니콘 HTTPS란 또 다른 우회로가 존재한다는 건 '누누티비 사태'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자! 여기까지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변종 사이트들의 현 상황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불법 사이트들이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이트들이 '링크 걸기' 'VPN으로 우회' 등 한층 더 교묘해진 수법으로 정부 압박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제3, 제4의 누누티비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일지 모릅니다. 정부는 과연 변종 사이트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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