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크기 대결합시다”...세계 1위 부자는 왜 ‘성기’를 꺼내들었나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7. 15. 09: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대항마’로 뜬 스레드...닷새 만에 1억명 가입
일론 머스크 패러디 계정에 “저커버그 보고 있나? 행운을 빈다(Zuck, you see this? Good luck)”라는 트윗과 함께 올려진 사진. <사진=일론 머스크 패러디 트위터 캡쳐>
“물건 길이 대결을 제안합니다”

순자산만 253조원, 세계 1위 부자인 남자가 트위터에 트윗을 올립니다.

좀 더 들여다보니 “문자 그대로 고추 길이 대결을 제안합니다. 저커버그는 무기력한 남성입니다”라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공개 저격합니다. 키 188cm의 성기 크기에 자신 있는 남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위터 트윗 내용입니다. 성기 길이 대결에는 눈금자 이모지까지 사용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에 올라온 ‘성기 길이 대결’ 제안.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쳐>
이번 논쟁은 처음이 아니죠.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실제 오프라인 격투를 벌이려는 모습을 보이며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하자 머스크가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고요. 이 대화를 본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위치 보내라”며 장소를 정하라고 한술 더 뜨자, 머스크가 “진짜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응수하며 난리가 났죠.
일론 머스크가 주짓수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렉스 프리드먼 트위터 캡쳐>
머스크는 이후 주짓수 격투기 훈련을 벌이는 사진을 잇달아 올렸고요. 최근에는 두 사람이 격투를 벌인다면 이탈리아 로마의 고대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서 벌여도 된다고 이탈리아 정부가 동의했다는 카더라까지 퍼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의 기업을 운영하는 이 사람들이 유치하게 싸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얼마 전 메타가 내놓은 ‘스레드(Threads)’ 때문입니다.

메타의 새 SNS 플랫폼 ‘스레드’ 화면. <사진=메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가 내놓은 새 SNS(소셜미디어) 스레드의 이용자 수가 서비스 출시 닷새 만에 1억명을 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표시된 스레드 가입 일자를 바탕으로 스레드 앱 계정 보유자를 확인한 결과, 1억5103명이 서비스에 가입했다는 보도가 나왔죠. 지난 5일 출시 이후 16시간 만에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했고, 이틀 만에 7000만 명을 넘어서며 파죽지세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테크 업계서 가장 화제로 떠올랐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두 달 여만에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보면, 역대급 속도입니다. SNS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반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달성했었으니 ’돌풍‘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인기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스타그램 베이스이기 때문이죠. 인스타그램에 먼저 가입돼있어야 스레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기존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많이 유입됐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월간 이용자수는 20억명을 넘어선 상황이라, 4명 중 1명만 가입해도 5억 명입니다.

스레드를 이용해 보면 트위터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한 번이라도 트위터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어 이거 트위터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구축해뒀죠. 트위터처럼 짧은 글을 올려 소통하는 식이고요. 좋아요·댓글·공유 등을 위한 아이콘도 있습니다. ’카피캣‘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17년 된 트위터 정면겨냥...유저 흡수 노리는 메타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CEO.
출시된 지 17년이 된 트위터는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풍파를 겪었습니다. 마블 유니버스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처럼 절반 이상의 직원을 단번에 해고했고요. 장기간 비활성화된 계정을 삭제하고, 실명 인증이 되지 않은 계정의 실명화를 추진하는 등 ’트위터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같은 조치를 위해 상장된 트위터를 상장 폐지하는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회사 가치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올 초 머스크는 트위터 직원들에게 기업가치 200억 달러(약 25조9000억원) 기준으로 주식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트위터 인수금액 440억 달러(약 57조원) 대비 55% 가량 줄어든 규모입니다.

정신없이 트위터 관리하며 트위터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데, 메타가 트위터를 똑닮은 스레드를 내놓은 겁니다. 머스크가 ’주짓수 대결‘ ’성기 길이 대결‘ 운운할만한가요?

메타는 트위터가 머스크에게 인수된 뒤 광고주와 이용자들이 트위터를 대거 이탈하자, 올 초부터 스레드를 개발해왔다고 전해집니다. 굳이 17년이나 된 트위터를 모방하는 것 자체로 메타는 머스크의 트위터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의도가 있죠. 트위터의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3억6000만 명 수준인데, 머스크의 조치들에 따라 트위터를 떠난 ’트위터 난민‘ 유저들이 꽤 있습니다.

새 플랫폼 출시 이유는 ‘광고’ 매출...새 돌파구 찾는 메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매경DB>
메타의 새로운 플랫폼 출시는 필연이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광고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98%에 달하는 메타 입장에서는 최근 온라인 광고 시장이 정체하는 것 자체로 위기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1166억 달러로, 201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외의 새로운 광고 수익 수입원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메타는 앞서 2016년 인스타그램에 스냅챗과 유사한 ’스토리‘ 기능을 넣었죠. 스토리는 24시간 뒤 사라지는 게시물입니다. 2020년에는 짧은 동영상(숏폼) 틱톡 열풍에 자체 숏폼 기능인 릴스도 추가했습니다. 두 기능은 광고 없이 선보였다가 결국 순차적으로 광고를 넣었죠. 스레드도 이용자가 더 늘어나면, 광고를 붙여 수익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미 주요 광고주들이 발 빠르게 스레드에 발길을 텄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BMW, 틱톡, 맥도날드, 아마존 등이 수십~수백만명의 팔로우를 확보하며 새로운 플랫폼 선점에 나섰죠. 사람이 모이는 곳은 곧 브랜드에게도 새로운 기회니까요.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플랫폼은 곧 돈이 됩니다. 가장 쉽게 돈 버는 방법은 광고를 다는 것이겠죠.

금방 식어버릴 인기라고?...NO, 핵심은 ’데이터‘
2020년 출시한 클럽하우스는 기업가치 4조원에 육박했으나, 인기가 식었다. <사진=앱애니>
금방 식어버릴 인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크게 흥행했던 ’클럽하우스‘는 올해 임직원을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202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월간활성자수만 4억명에 달했고요. 기업가치만 4조원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밤의 꿈처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죠.

저는 클럽하우스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봅니다. 인스타그램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인스타그램과 곧장 연동돼 있으니까요. 20억 명의 이용자 기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번 연재 ’엔비디아 놓쳐서 땅을 친다고? 시총 1조달러 넘보는 기업 또 있어요 [홍키자의 빅테크]‘에서 다뤘던 것처럼 올해 돌풍을 일으킨 생성형 AI를 더 잘 구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뉴스, 책, 자료, 논문, 개인간 대화 등이 필요하죠. 메타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는 결이 다른 SNS인 트위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대규모 흡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뉴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릴스 화면. <사진=인스타그램>
전 세계 검색엔진의 92%를 차지하는 구글보다 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가 인간 욕망의 근원을 여실히 분출하고 드러내는 곳일 테니까요. 인간 행동을 분석하는 데 SNS 데이터보다 더 좋은 데이터는 없을 겁니다.

스레드가 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모으고, 트위터와의 대결은 누가 이길지 살펴봐야하겠습니다. 아마 스레드 하나로, 시총 1조달러를 넘보는 회사가 테슬라가 아니라 메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