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태계일주2, 방송의 힘과 매력 느끼게 해줘"

최지윤 기자 2023. 7. 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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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부진 속 성과
"태계일주2 보기 위해 TV 켜"
2회 연장…올해 안에 시즌3
김지우PD "기안84, 최애 캐릭터"
김지우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MBC 예능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 시즌2는 TV 시청자를 다시 끌어모았다. 최근 '피의게임'은 시즌1이 잘 돼 시즌2는 아예 OTT 채널로 편성 해 시청자와 접점을 넓혔다. 태계일주2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MBC로 내보냈고, 시청률 5%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유지 중이다. 5회까지 방송했으며, 이미 광고 타깃인 2049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SBS TV '미운 우리 새끼'를 넘어섰다. '놀면 뭐하니?' 등 MBC 예능물 부진 속 의미있는 성과다. 지상파 프로그램은 웨이브에서도 선보이지만, OTT 콘텐츠 전환 고민이 없진 않았을 터다. 오히려 김지우 PD는 "TV를 안보는 분들이 '태계일주2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고 해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OTT는 제작기간, 제작비 등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태계일주2를 통해) 방송이 가진 힘과 매력을 많이 느꼈다. 생각보다 본방사수하는 분들이 많더라. 일요일 밤 방송 후 월요일에 학교, 회사에서 '그거 봤어?'라며 편하게 얘기하는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 OTT는 타깃 시청층에 좀 더 집중한다면, TV는 불특정 다수를 만날 수 있다. 어제도 후배 PD들과 곱창을 먹으러 갔는데, 아주머니가 요새 기안84가 여행하응 프로그램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더라. TV를 통해 다양한 분들이 봐주는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태계일주는 기안84가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여행기다. 김 PD는 나 혼자 산다 조연출 출신이며, 이 프로그램이 데뷔작이다. 시즌1(2022)에선 남미를 다녀왔고, 시즌2는 인도 여행기를 그리고 있다. 기안84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시즌1에 이어 함께 했고, 탤런트 이시언 대신 UDT 출신 유튜버 덱스가 합류했다. 시즌2는 애초 8부작으로 기획했지만, 반응이 좋아 총 10회로 선보일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 '태계일주 베이스캠프'를 개설해 소통한 점도 통했다. 주역인 웹툰작가 기안84는 벌써부터 'MBC 연예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김 PD는 "수도권 기준으로는 목표 시청률인 6%를 이미 넘었다. 2010년 이후 몇 년 만에 미우새 20~40 시청률을 이겼다"며 기뻐했다. "네티즌들이 기안84씨를 대상으로 많이 언급하는데, 제작진 입장에선 조심스럽다. 영광스럽고 감사하지만, 혹시라도 못 받을 수 있지 않느냐"면서도 "기안84씨는 프로그램이 잘 돼서 좋아한다. 가끔 치킨 먹으면서 같이 본방을 볼 때가 있는데, 자신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고 귀띔했다.


기안84의 기획·연출 능력이 돋보였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인생84'를 운영하는 덕분일까. 태계일주2에서 직접 찍은 장면을 '기안TV'로 내보내 생생함을 살렸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카메라를 쥐어주면 생각보다 잘 찍어준다. 후배 PD들이 '기안TV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할 정도"라며 "직접 찍고 자신이 생각하는 포인트도 녹여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기안84가 갠스지강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놀란 이들이 많다. "의도하기보다 출연자들이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제작진이 '강물을 먹으세요'라고 할 수는 없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현지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도 기안84와 호흡을 맞췄지만, '이렇게 친화력이 좋았나' 싶다. "기안84는 내향적이고 넓은 관계보다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편"이라며 "인도에선 깊은 친화력을 보여줬다. 모르는 분들에게 스스럼없이 대하고 동화되려고 노력하더라. 방송 전 '인도vs기안84' 대결 구조로 보는 분들도 많았는데, 여행은 하나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물론 "바닥에서 밥 먹는 거 좋아하고, 자리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눕는 건 똑같다"고 웃었다.


인도 스마트 그룹 부펜드라 쿠마르 모디 회장이 출연한 점도 신선했다. 약 8700억원대 자산가다. '바라나시에서 인도의 과거를 봤다면, 뉴델리에선 인도의 미래를 보자'는 취지였다. 시즌2에선 더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모디 회장 저택에서 여행의 고단함을 푸는 모습도 재미를 줬다.

"출연자를 '고생 시켜야겠다'는 마음은 없었고, '최대한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마침 모디 회장님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식사 대접도 해주고, 수영장 등도 편하게 이용하게 해줬다. 회장님이 기안84와 빠니보틀이 누군지는 잘 몰랐지만,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하니 흔쾌히 맞아줬다. 열차를 타고 뉴델리에 오며 고생을 많이 했는데, 회장님 집에서 많이 회복하면서 기안84의 매력과 에너지가 나왔다."

덱스의 야생성도 인도와 잘 어우러졌다. 인도는 '배낭여행 끝판왕'이라고 불릴 만큼 쉽지 않은 여행지다. 여행 중간 복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기도 했지만, 금세 회복했다. "군인의 강인함이 도움 될 것 같았다"며 "한편으로 장이 약하고, 백지 같은 모습이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만들어줬다"고 만족했다. 갠지스강에 입수했을 때 덱스 문신이 보이지 않았는데 "사실 얼마나 멋있느냐. 어쨌든 TV 방송이라서 그에 맞게 만들었다. 미리 준비해서 가리고 후반 작업도 했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 연애 예능물 '솔로지옥2'(2022)에 출연해 "어딜 가든 알아보더라. 문명 발달이 덜한 지역에 가도 항상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했다"며 "덱스가 누군지 몰라도 계속 다가와서 '사진 찍자'고 했다. 인도 분들이 제작진에게도 항상 '어느 나라에서 왔니?' '사진 찍을까'라며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친화력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시즌3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제작비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주변에서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해줘서 힘이 났다. 시즌3까지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짚었다. "시즌3 여행지는 아직 안 정했다"며 "기안84의 여행이라는 건 변함없다. 시청자들이 좋아해줄 만한 케미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PD에게 기안84는 '최애'(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평상시에도 재미있고 궁금해서 '계속 찍어서 보여주고 싶다'고 할 정도다. "출연자 이전에 인간적으로 좋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 때도 옆에서 보면 재미있고 신기해 '여행을 통해 깊은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많은 분들이 기안84의 매력을 알게 돼 좋다"면서도 "아예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너무 친해서 티격태격 하기는 한다. 친한 친구와 여행 가도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 예능물 홍수 속 태계일주는 많은 이들을 대리만족시켜 줬다. 기존 프로그램이 편한 공간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태계일주는 가보고 싶지만 가기 쉽지 않은 곳에서 해보지 못한 것을 하고, 현지인 삶에 한 뼘 더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5회 남았는데, 이제 반환점이다. 3명 완전체 여행이 시작되고, 각자 방식으로 인도를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바라나시에서 인도 역사와 전통, 뉴델리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면, 남은 회차에선 편견을 깬다. 인도는 '다양성의 끝판왕'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암미차르는 평등의 도시이고, 히말라야 지역은 1년에 몇 개월만 갈 수 있어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불린다. 문명과 차단된 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요일 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여행한다는 생각으로 따라와 달라."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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