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모 도움받아 결혼해라"…증여세 면제에 청년들 분노 [와이즈픽]
2012년 전국 혼인건수는 약 33만 건.
10년이 지난 2022년에는 19만 건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15살부터 49살까지, 가임 연령 여성의 평균 자녀 수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도 1.297%에서 0.78%로 줄었습니다.
세계 최저로, 그나마 한 명 선도 무너진 겁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나 사회가 지금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2.1명 정도입니다.
우린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절벽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끝을 모르고 내려가는 대한민국의 혼인율, 그리고 출산율!
하락의 이유는 뭘까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왜 결혼을 망설이냐는 질문에 3명 중 1명이 '비용' 때문이라고 대답했고, 출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4명 중 1명이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국민을 위해정부가 들고나온 정책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그런데 이 정책,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논란입니다.
대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여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있습니다.
결혼식도 준비하고 집도 구해야겠죠?
현행법은 통상적으로 인정할 만한 혼수용품에는 세금, 즉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살림에 필요한 가전, 가구 등 가사용품이나 과하지 않은 예식 비용은 부모님으로부터 비과세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집은 어떨까요?
주택은 자동차나 초고가 명품처럼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혼수용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혼집 얻는 데 부모님이 돈을 보태줬다면 금액에 따라 자녀가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현행법상 부모님으로부터 증여세 없이 물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년간 5,000만 원입니다.
지원 금액이 5,000만 원을 넘는 경우, 1억 원 까지는 10%, 그 이상 초과분에는 20~50%로 5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 주택에 한해 공제 한도가 높아집니다.
아직 구체적인 확대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부모로부터 전세나 주택 매입 자금을 지원받는 경우 '1인당 5천만 원'이었던 무상 증여 금액이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늘어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예비부부가 부모로부터 각자 1억 5천만 원씩 증여받는다고 가정해 볼까요?
지금은 기본공제 5천만 원을 제외한 1억에 증여세율 10%를 곱하면 3%의 자진신고 공제를 받는다고 해도, 각자 970만 원, 둘이 합쳐 총 1,94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1억 5천만 원까지 무상증여가 가능해서 증여세는 0원이 됩니다.
법 적용 시점은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앞뒤 1년씩입니다.
세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올해 결혼하는 예비부부도 비과세 확대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비과세 증여 한도가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오자,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부모 도움 없이 내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라거나, "물가가 이렇게나 올랐는데 5천만 원은 너무 적다"며 반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비혼주의는 증여도 못 받나?", "금수저에만 혜택을 주는 정책 아니냐"며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과 '물가상승'을 정책 마련의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방기선 / 기획재정부 제1차관 : 결혼이나 출산을 위한 인센티브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천만 원으로 정해진 건 2014년으로 10년이나 됬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려했다.]
이미 부모님에게서 5,000만 원 이상의 결혼자금을 지원받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에서 사문화된 법 조항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용주 /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 : 물론 흙수저나 결혼 자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세금이란 것이 주는 사람을 고려해서 만드는 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의 대물림과 사회 계급화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안 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부모로부터 지원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박탈감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자녀의 박탈감에 무리한 증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부모의 노후 대비가 붕괴될 수 있어서입니다.
지금 결혼하는 자녀를 둔 부모 세대는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또 부모 모시느라 노후 대비는 뒷전인 경우가 상당수인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법개정안을 내거나 정책을 만들 때 공감을 사는 것만큼이나, 사각지대를 살피고, 실효성에 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에도 힘써야 합니다.
새 법, 새 정책이 결혼하는 자식에게 1억 원 넘는 돈을 턱하고 내줄 수 있는 부모에게, 또는 그 자녀들에게만 희소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이른바 부모 찬스를 불공정의 핵심으로 여기는 청년들에게 실망감을 줘서도 안 됩니다.
정부는 여론을 수렴한 뒤 7월 말, 세제개편안을 발표합니다.
YTN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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