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고유한 色"...'태계일주2' PD, 여행 예능 범람 속 웃는 이유②

최보란 2023. 7. 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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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씨와 인도의 만남은 옳았다.

현재 인기리 방송 중인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이하 '태계일주2')에서는 기안84 씨와 빠니보틀 씨, 덱스 씨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나라 인도 여행기를 펼치고 있다. 기안84 씨의 자유분방함이 인도에서 빛을 발하며 높은 시청률과 뜨거운 화제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계일주2'는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태어난 김에 떠나는' 기안84 씨의 남다른 여행기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 예능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기안84 씨 특유의 캐릭터를 통해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한 번쯤 상상해 보지만 선뜻 나서기 어려운 무계획 여행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출연진의 예측불가한 행보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무엇보다 시즌 2 여행지 인도가 기안84 씨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기안84 씨는 첫 방송부터 현지인들을 따라 갠지스강에 뛰어들고 강물까지 맛보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힌두교 사제로부터 축복 기도를 받은 그는 5000루피를 500루피로 내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흥정왕'이 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인근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지우 PD는 시즌 2 여행지로 인도를 택한 이유에 대해 "여행지 선정은 출연자와 같이 고민하는데, 기안84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인도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저 또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예능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기도 했다.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다뤄졌던 나라이기에, 어마어마한 가능성과 매력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여행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면 (호텔 침대 시구 등을 갠지스 강변의 계단 등 길바닥에 널어서 말리는 모습 등), 바가지를 씌우는 상황 (손님이 깎을 것을 염두에 뒀다고는 하지만) 등이 자칫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한 나라의 풍습과 문화에 대한 예능으로서 접근 방식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도 없지 않았을 것.

이에 대해 김 PD는 "가감 없이 보여드리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고생하러 간다든지, 안 좋은 곳을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도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의 일상이 저희 입장에서 낯선 풍경일 수도 있는데, 반면 저희랑 닮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기차역은 명절 때 귀성길 같은 느낌을 준다든지, 결혼식에서 가족을 중시하는 모습 등이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거 같았다. 가능한 편견 없이 보여드리려 했다. 4대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 대단한 나라가 될 거라는 얘기가 많지 않다. 그런 다양성과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인도를 넘을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오자, 김 PD는 "(예능이라고 해서) 더 세고 강하고 이런 것은 지양하려 한다. 쉽게 가지 못하지만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 시청자가 잘 모르는 곳, 버킷리스트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을 고려하고 있다. 더 고생스럽고 위험한 곳을 우선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태계일주2'는 출연자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을 뿐 팀을 나눠 대결을 시키지도 않고, 특별한 미션을 주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그저 출연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제작진의 역할을 보이는 것 그 이상이다.

김 PD는 "시작과 끝이 있고 그 사이를 출연자의 의지로 많이 채우려고 한다. 출연자가 보고 싶다고 하는 것,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을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면서도 "제작진의 일은 밤에 주로 이뤄진다. 출연자가 말한 장소를 갈 수 있는지 위험하진 않은지, 혹은 우리가 방문했을 때 문화적으로 괜찮은지 등을 많이 알아보고 진행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2에서 기안84 씨는 여행자로서도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문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현지인과 소통에도 활발히 나서면서 더욱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한층 더 현지에 녹아든 여행을 추구한 결과다.

김 PD는 "시즌 1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재밌어 한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현지에 녹아드는 모습이라든지, 현지인과 만남이 좀 더 깊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출연자도 같은 생각이었다"라며 "당초 8회로 계획했는데 첫 시즌 때 분량이 짧다는 반응이 있어서 10회로 늘렸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5회가 방송돼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기안84 씨 혼자만의 여행, 이후 덱스 씨와 둘의 여행기가 그려졌는데, 이제는 빠니보틀 씨까지 세 명 완전체가 하는 여행이 펼쳐진다. 셋의 호흡과 더불어 각각 다른 여행 스타일을 보시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여행 예능이 범람하고 있지만 김 PD는 "저희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쯤 가고 싶었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가서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도 특정한 부분만 편견으로 다루지 않고 다양성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새롭고, 자주 접하지 못한 풍경이 나온다. 더 재밌어 진다"라며 '태계일주2'만의 차별화된 볼거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프로그램은 현재 제작진이 목표한 시청률 6%(전국 기준)를 목전에 두고 있고, 수도권 기준으로는 이미 이를 넘어섰다. 김 PD는 시즌 1 방송 당시 프로그램이 제작되기까지 기획안이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던 사실을 고백한 바 있는데, 시즌 2에 이르러 완전히 위상이 달라졌다.

김 PD는 "편성팀과 매주 회의를 하는데 해주신 얘기가 '보통은 한 회 방송에서도 오르락내리락 등락이 있는데, 저희는 방송 시작할 때 시청률이 올라가서 쭉 가다가 끝날 때 내려가는 식으로 변함이 거의 없는 구성이라고 하더라. '태계일주2'를 보기 위해 TV를 켜고 끈다는 분석이다. 시청자층도 상대적으로 젊다고 한다. TV를 잘 안 봤던 분들이나, 어린 분들이 많이 봐주시는 거 같아서 고무적이고 뿌듯하다. 시청자를 TV 앞으로 조금 더 불러 모은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태계일주2'를 통해 김 PD는 여전히 TV라는 매체가 지닌 영향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시청률 상승 뒤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시즌 2에서는 TV 방송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태계일주 베이스캠프)을 개설해 동시 공략에 나섰는데, 품이 더 들더라도 시청자와 더 활발히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입소문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유튜브를 통해 좀 더 보여드리게 됐다. TV로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을 때, 한 포인트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유튜브까지 하게 되면 작업 부담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재미있는 걸 해보자', '없던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TV와 시청자의 거리가 예전과는 달라져 좁혀보고 싶은 시도였다. 기안84가 재밌고 매력적인 사람인데 방송으로 내기에 살짝 애매하거나, 버리기 아쉬운 장면들을 유튜브를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 MBC 제공, 유튜브 채널 캡처]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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