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에 바닷물 섞고 여론 호도…일본·IAEA ‘2중 물타기’
현재 일본은 ‘2중 물타기’라는 신공을 시연하고 있다. 핵오염수에 바닷물을 섞는 물타기를 하면서 이 희석수를 안전한 처리수라고 여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본질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됐고 앞으로도 30여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도쿄전력과 기시다 정부는 이 방사성 물질을 계획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예정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도쿄전력이 방출하려는 물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일차적으로는 핵오염수다. 각종 방사성 동위원소에 오염된 폐수이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원자로 4개가 손상되고 이 중 3개가 폭발했다. 원자로 노심을 냉각시키는 데 실패해 노심에 있는 연료봉의 핵분열이 통제되지 않은 채 아직도 용융하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열로 압력용기가 녹아서 뚫렸기 때문에 플루토늄-239 등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최외부 콘크리트 격납용기를 뚫고 나갔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지만 지하수와 빗물이 오염돼 방출되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아예 지하수를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니 오염수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단지 그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조처를 취해서 하루 90㎥ 정도의 오염수가 생산되고 있다.
물 섞으면 모든 오염물질 ‘안전기준’
이 오염수에 잔류하는 대표적 방사성 핵종이 삼중수소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 원장에 따르면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평균 62만베크렐/리터인데, 음용수 기준은 1만베크렐/리터”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했지만, 마시면 안 되는 이유다. 오염수는 이 외에도 세슘-137, 스트론튬-90, 탄소-14 등 60여종의 방사성 핵종으로 오염돼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에서 이러한 핵종을 제거하는 처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방출하려는 물을 ‘처리수’라고 부른다. 우선 세슘과 스트론튬을 정기적으로 제거한 이후 다시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서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보고서에서 인정했듯이 알프스는 모든 핵종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량의 핵종이 처리수에 잔류한다. 삼중수소는 알프스로도 아예 제거되지 않는다. 도쿄전력이 마지못해 인정한 것과 같이 처리수에는 고농도의 탄소-14도 잔류한다.
일본 정부가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오염수는 이 처리수가 아니다. 이를 다시 바닷물로 희석해서 방류하니 ‘희석수’다. 처리수를 왜 다시 희석하느냐고? 처리수에 잔류하는 방사성 핵종이 일본의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안전기준은 총량이 아니라 물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의 비율로 규제한다. 도쿄전력은 오염되지 않은 물을 타서 그 기준을 맞추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어떤 오염물질이라도 마음대로 물타기를 하면 농도를 안전기준에 맞출 수 있으니 환경과 생명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처라고는 보기 어렵다.
희석수가 안전기준에 완전히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도쿄전력은 자체 핵종 측정 결과를 발표했지만 오염수에 있는 방사성 핵종 62종 가운데 10종만 측정 결과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2종의 방사성 핵종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하지도 않고 있으니 이것들이 희석수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더구나 도쿄전력의 데이터 자체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반감기가 동일한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농도 비율이 최대 1만6천배까지 차이가 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에 따른 농도 변화나 알프스 처리 전후의 차이를 측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본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으니 알프스가 실제로 얼마나 핵종을 제거하는지 확인할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지난 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발전소 오염수에서 핵종을 감소시키기 위해 설비된 알프스와 다른 장비들의 효율성은 이 보고서 어디에서도 고려되지 않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희석수의 핵종 농도를 측정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정당화하지만 핵종제거 작업의 효용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핵종을 제거하는 척만 하고 결국은 ‘물타기’로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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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기술적으로 가능” 2년 전 결론
그러면 국제원자력기구는 왜 이러한 계획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일까? 우선 이 기구는 태생적으로 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을 지원하고 권장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사고를 5등급으로 분류했다가 일본 정부가 최악의 단계인 7등급 사고라고 인정한 이후에야 이를 확인한 전력이 있다. 2013년에는 제2차 후쿠시마 제1원전 사찰 보고서에서 오염수 문제의 지속 가능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통제된 해양 방류의 재개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전부터 이미 이런 권고를 내놓았던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가 2021년 7월8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관련한 용역계약(‘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알프스 처리수의 안전성 검토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본 지원 직권 범위’)을 일본 정부와 맺은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소식을 알리며 지난 10여년간 일본과 후쿠시마 사고 처리를 위해 ‘광범위하게 협력’했음을 확인했고,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을 인용해 “일본의 방류 계획은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관행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은 이미 2년 전 내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알프스 처리수의 안전성 검토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포괄적 보고’라는 명칭의 보고서는 이 계약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류 정책을 공표한 지 3개월 뒤에 ‘일본을 지원한다’는 목적의 계약에 따른 용역사업의 결과물이었다. 일본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기 이전에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체결한 사업이 아니었으니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안전성을 조사할 의지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용역계약은 투명성도 결여돼 있다. 계약 내용이나 사업비에 관련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계약에 이미 예정된 결론까지 맞물리면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본 오염수 처리 지원은 국제적 신뢰를 잃고 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시카고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국제관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반도와 국제관계에 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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