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이민국가’의 서막···외국인 'E-9비자' 638%폭증
고용허가 쿼터 늘려 비전문취업 외국인 증가
농어촌 지역소멸···경제활동인구 감소 해소책
국민감정 설득 관건···'질서있는 이민'구축필요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지난해 국가 간 인구 이동이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 입국자가 늘면서 출국자보다 입국자가 많은 순유입이 발생했고 입·출국 증가 폭 자체도 역대 최대였는데 주목할 점은 고용 허가 쿼터가 늘어난 비전문 취업(E-9 비자) 입국자가 8만 7000명으로 7만 5000명(638.6%) 늘었다는 점입니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점차 외국인에게 의존하는 직업군이 늘어가는 현상이 드러난 지표입니다. 농어업 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없이는 사실상 농어업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보니 정부는 '비전문 취업(E-9)' 비자 쿼터와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습니다.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단일민족이던 한국이 이민국가로 전환되는 징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국제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기간 90일을 초과한 국제 이동자 중 우리나라 입국자는 60만 6000명, 출국자는 51만 8000명으로 8만 8000명이 순유입됐습니다. 2021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6년 만에 발생했던 순유출(6만 6000명)이 다시 순유입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제 이동자(입국자+출국자)는 총 112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26.8% 증가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지난해 외국인 입국자는 41만 3000명으로 19만 2000명(87.2%) 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3만 8000명)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과 증가 인원 모두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입니다. 외국인 출국자는 24만 5000명으로 1만 9000명(7.1%) 줄었습니다.
이날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일부 호전되고 국가 간 이동 제한 조치가 완화됐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외국인 인력 도입 규모가 확대돼 총이동자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국인의 입국 당시 체류 자격을 구체적으로 보면 취업(33.4%)이 가장 많고 유학 및 일반 연수(21.5%), 단기(사증 면제·관광 통과·단기 방문, 21.4%), 영주 및 결혼 이민 등(12.7%)의 순이었습니다. 취업 입국자는 13만 8000명으로 전년(6만 7000명)의 약 2배로 늘었는데 특히 고용 허가 쿼터가 늘어난 비전문 취업(E-9 비자) 입국자가 8만 7000명으로 7만 5000명(638.6%) 늘었습니다. 다만 비전문 인력 가운데 방문 취업(H2·2만 5000명)은 한국계 중국인을 중심으로 1만 5000명(-38.0%) 감소했습니다.
정부가 제조·해운·건설업 등의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 외국 인력(E-9) 쿼터 확대 및 허용 업종 추가, 숙련기능인력(E-7-4) 쿼터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취업 목적의 외국인 유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루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비전문 취업(E-9)' 비자 쿼터와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고용률은 63.5%로 역대 최고를, 실업률은 2.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다만)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빈 일자리가 지속되는 등 업종에 따라 노동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최근 고용 호조세가 더욱 공고화될 수 있도록 근로여건 개선과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외국인력 비자 쿼터를 확대키로 한 것을 사실상 공표한 셈입니다. 추 부총리는 "외국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하반기 중 숙련기능인력(E-7-4) 쿼터를 500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대폭 늘릴 것"이라며 "E-9도 내년도 쿼터 확대와 허용 업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외국인 입국은 중국(9만 5000명), 베트남(5만 2000명), 태국(3만 5000명)이 전체의 43.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로 인한 인구감소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는 식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5200만 명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의 구성비는 1970년 54.4%에서 2012년 73.4%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해 2040년 56.8%, 2070년 46.1%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는 지난해 17.5%에서 2070년에 46.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대체이민자가 416만 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한국의 인구구조와 외국인 정책 방향 : 이민자 유입, 사회통합, 거버넌스’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인구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414만6000명, 2060년까지 1517만4000명의 대체이민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소비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448만9000명, 2060년까지 1762만 명의 대체이민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정부도 이민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법무부 수장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민정책에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선진국은 없지만, 이민정책을 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10년 뒤에 ‘왜 그때 하지 않았는지’ 원망받고 후회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한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이민정책의 확대가 선택적인 문제가 아닌 필수가 돼가는 상황인데 문제는 이민에 반감을 갖는 국민 감정입니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했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의 최근 소요를 보면 ‘묻지마 이민’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어떻게 오게 할 것이냐’라는 ‘질서있는 이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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