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바라봄'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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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나 가족들 사이에 '바라봄'은 사랑의 절정이다.
서로 바라보는 한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자연을 지배하거나 분석, 혹은 정복하려 하지 않고 '다른 존재'로서 바라보는 일을 '관조(觀照)'라고 한다.
사전적으로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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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남녀나 가족들 사이에 '바라봄'은 사랑의 절정이다. 서로 바라보는 한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이 끝나는 건 무관심이다. 마음이 식었다는 징표다.
그럼, 사람이 아닌 '자연에 대한 바라봄'은?
자연을 지배하거나 분석, 혹은 정복하려 하지 않고 '다른 존재'로서 바라보는 일을 '관조(觀照)'라고 한다. 사전적으로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으로 정의된다.
'관조'는 동양사상의 원류 중 하나다. 동양화에서 산수화가 발달한 것도 자연을 정복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상과 관계있다. 노자, 장자 등 도가사상의 영향이 깊다.
서. 동양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두 작품을 보자.
구스타브 쿠르베(1819~1877)가 1849년 그린 '돌 깨는 사람들'이다. 사실주의 화가인 쿠르베가 사회적 사실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자연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노동'이 강조돼 있다.
대비되는 작품의 예는 조선 초기 강희안(1417~1464)이 그린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연도 미상)다. '고고한 선비가 물을 바라본다'는 뜻인데, 자연을 이용하려는 태도가 전혀 없다. 그저 미소 지으며 물을 바라볼 뿐이다. 물은 다른 존재, 함께하는 존재다.
쿠르베에 비해 조금 앞서 활약한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1745~1806)의 대표작에서도 이런 사상이 뚜렷하게 투영돼 있다.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연도 미상)와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연도 미상)다. '마상청앵도'는 '말 위에 올라 노래하는 꾀꼬리를 보다'라는 작품이며, '주상관매도'는 배 위에서 멀리 핀 매화를 바라보는 노년의 모습을 그린 수작이다.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의 제목으로 이전에 썼던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들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한 작품이다.
서양미술에서도 이런 관조의 의지를 잘 드러낸 화가가 있다. 동양철학을 반영한 듯한 그림을 줄곧 그린 독일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다.
그의 대표작인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1818)는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작은 존재'인 인간이 자기 내면을 찾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바다 위의 월출'(1822), '달을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1824), '인생의 단계'(1835) 등은 장대한 자연에 속한 인간의 현재를 잘 드러낸 프리드리히의 대표작들이다. 특히 제목부터 철학적인 '인생의 단계'는 5척의 범선과 5명의 연령대별 사람들을 등장시켜 삶과 자연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수작이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바라보는 일'은 끝내 '자신을 돌아보는 일'과 연결된다. 왜 자꾸 돌아보는가? 그건 인간이란 존재, 자신이란 대상이 가장 알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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