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베스트셀러? 모국서는 금서…'무거운 존재' 밀란 쿤데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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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밀란 쿤데라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갈리 마드 출판사를 인용해 밀란 쿤데라가 11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체코의 모라비안 도서관(MZK) 대변인 안나 므라조바 역시 "밀란 쿤데라가 오랜 투병 끝에 어제 파리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밀란 쿤데라의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그의 저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익숙할 것이다. 1984년 발간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국내에서 무려 10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한때 '참을 수 없는…' 시리즈가 여러 제목으로 활용되는 등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밀란 쿤데라의 모국 체코에서는 1989년 벨벳 혁명으로 체코슬로바키아 공산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금서로 지정됐다.
심지어 그는 2019년 12월 3일, 국적 박탈 40년 만에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이는 그간 그가 국적 회복을 거절한 데 따른 것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밀란 쿤데라가 정작 모국과는 소원한 관계인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밀란 쿤데라는 1929년 4월 1일, 체코의 브륀(브르노)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작곡을 공부하고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대학생, 노동자, 피아니스트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밀란 쿤데라는 1962년 희곡 '열쇠의 주인들'을 시작으로 이듬해 단편집 '우스운 사랑들'을 출간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67년, 그는 공산주의 체제를 맹렬히 비판한 첫 장편소설 '농담'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실제로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는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알렉산데르 둡체크가 내세운 자유화 정책의 표어다.
밀란 쿤데라는 1968년 체코의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면서 갖은 고초를 겪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 중 '농담'과 '우스운 사랑'만이 고국에서 발표될 수 있었으며 이외의 책을 압수 당하고 강연 활동이 제한되는 등 억압에 시달렸다.
그는 결국 1975년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1979년에는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했다.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던 그는 1980년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984년, 그의 대표적인 저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발간했다.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사랑을 주제로 함과 동시에 정치, 역사 등을 다루며 밀란 쿤데라의 가치관을 온전히 담아냈다.
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커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상, 프레미오 레타라리오 몬델로 상 등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여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이후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밀란 쿤데라는 소설 외에도 시, 희곡, 평론,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1989년에서야 밀란 쿤데라의 저서 및 영화에 대한 판금 조치를 해제했던 체코 당국은 2019년 12월, 밀란 쿤데라의 국적을 회복시켰다.
마침내 모국의 국적을 회복한 밀란 쿤데라는 전 세계적으로 '무거운' 존재감을 드러냈고 2023년 7월 11일,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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