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3만원인데 비자회사 8천원…'손해사정 좋아질 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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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자회사와 비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위탁할 때 지급하는 수수료가 평균 4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회사의 위탁 수수료는 최근 3년 사이 꾸준히 오른 반면, 비 자회사의 수수료는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이는 결국 손해사정의 품질 저하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5일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개 대형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가 손해사정 자회사에 지급한 건당 수수료는 4만3천42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20년 3만4천395원에서 1만원가량(25.1%) 늘었습니다. 3년 사이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손해사정을 위탁한 비 자회사인 손해사정법인에 지급한 건당 수수료는 1만5천529원에서 1만1천527원으로 4천원가량(25.8%) 줄었습니다.
손해사정이란 보험 가입자가 재산에 피해를 본 경우 그 손해액이나 보험금 등을 산정하는 것으로, 보험사가 자회사를 통해 직접 수행하거나 비 자회사에 위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생명보험 업계 역시 비 자회사 수수료 인하 흐름은 비슷합니다. 3개 대형 생보사(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가 자회사에 지급한 위탁 수수료가 지난 2021년 3만738원에서 지난해 3만3천139원으로 오르는 사이, 같은 기간 비 자회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9천136원에서 7천794원으로 14.7%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손해사정 관련 민원이 전체 보험 민원 중 41.9%를 차지하는 상황입니다. 보험금 지급에 앞서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 절차인 손해사정이 오히려 불만의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보험사들은 위탁 수수료를 이렇게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자회사가 손해사정을 오랜 기간 수행해 왔고 전문성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화재보험 등 규모가 크고 중요성이 높은 손해사정은 자회사에 맡기기 때문에 건당 위탁 수수료가 높고, 반대로 비교적 실손보험금 지급 등 서류를 간단히 검토하는 손해사정 건 등은 비 자회사에 맡기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아 보이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업계 설명에도 문제는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사가 자회사 손해사정에 업무를 위탁하는 이른바 '셀프 손해사정' 논란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은 모범규준을 마련해 자회사 손해사정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도록 했습니다. 궁극적으론 비 자회사 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위탁 수수료 낮은 데다 자회사 수수료와 격차가 크다면 결국 소비자에겐 품질 저하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김명규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보험사의 설명을 인정한다고 해도 자회사의 위탁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는 점은 설명되지 않는다"며 "보험사가 어떤 상품에서 어떤 손해사정 건을, 얼마에 위탁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회사와 비 자회사의 수수료를 비교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적어도 위탁 수수료의 하한선을 정해두면 지금처럼 계속 깎일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보험사와 손해사정법인이 자체적으로 적정한 가격을 정하게 하는 것은 지금처럼 갑을 구조하에선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외부 용역을 맡기거나 각종 이해관계가 엮인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위탁 수수료 하한선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발의가 돼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보험사에 손해사정 관련한 특정 조치를 강제하거나 수수료 하한선을 정할 수는 없다"며 "그나마 강제성은 없지만 기준이 되는 모범규준을 마련한 게 현실적인 조치"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협회와 함께 손해사정 모범규준을 마련해 위탁 수수료 적정선을 정하고 특정 손해사정법인에 위탁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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