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하주석만 바라봤던 한화...'9년 차 유격수의 스텝업', '찾았다! 이글스 유격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하주석이 돌아왔다. 하지만 하주석의 자리는 없다. 이미 한화 유격수 자리는 9년 차 유격수 이도윤이 차지하고 있다. 대신 하주석이 돌아오면서 한화에도 뎁스라는 게 생겼다. 지난 몇 년간 한화 유격수는 사실상 하주석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한화는 하주석이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뒤 유격수 자리를 메울 선수를 찾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였다. 내부에서 하주석 대체자를 찾을 수 없었던 한화는 급하게 유격수 수비가 가능한 오선진과 1+1년 총액 4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급한 불을 껐다.
시즌 초 주전 유격수는 박정현이었다. 하지만 박정현의 부진이 깊어지자, 경험 많은 오선진 카드로 대처했다. 그런데 오선진마저 부상으로 빠지며 이도윤에게 기회가 왔다. 이도윤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월부터는 유격수 붙박이로 나서며 유격수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공격은 타율 0.246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수비에서는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원호 감독도 이도윤의 활약을 인정하며 "이도윤이 유격수로 잘해 주면서 팀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깰 이유가 없다"라며 "하주석이 돌아와도 주전이 아닌 백업이다. 최근 주전 유격수로 출전해 온 이도윤의 뒤를 받치는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하주석은 누가 뭐래도 한화의 대체 불가 주전 유격수였다. 하지만 자리를 비운 8개월 동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후배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백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랬다.
하주석이 1군에 복귀한 지난 12일 그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타도 대수비도 자리가 없었다. 반면 9번 타자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이도윤은 공격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연이은 호수비를 보여줬다. 이날 문동주가 LG를 상대로 7.1이닝 1실점 호투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도윤의 수비가 받쳐줬기 때문이다.
특히 승부처였던 8회말 1사 만루에서 LG 홍창기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이 좋았다. 만루에서 구원등판한 김범수가 2볼 1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앞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바운드가 높아 느려진 타구였고 처리하기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이도윤은 앞으로 뛰어나오며 포구했고 러닝 스로우로 1루로 송구해 타자를 아웃시켰다. 비록 실점하긴 했지만, 다른 주자에 눈을 돌리지 않고 빠른 판단을 한 이도윤의 수비가 좋았다.
보통 경험이 적은 내야수들은 이런 경우 포구 실책을 범하거나 실점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홈으로 던져 세이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도윤은 실점하더라도 아직 1점의 여유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발이 빠른 홍창기를 잡는 데 집중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하주석의 유격수 수비는 KBO리그 상위권 수준이지만 이도윤이 이런 수비를 하니 최원호 감독은 '주전 유격수는 이도윤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이도윤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9년 차를 맞이한 올 시즌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한화는 이도윤의 발견으로 유격수 자리에 뎁스라는 게 생겼고 점점 강해지고 있다.
[견고한 수비로 한화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도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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