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혁신위 1호 쇄신안 퇴짜, 기어이 ‘망하는 길’로 가려 하나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7. 15. 08: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양평 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2023.7.13 [김호영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가결 당론 채택’ 결의를 추진했으나 찬반 의견이 맞서면서 추인에 실패했다.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이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을) 안받으면 민주당 망한다”고 읍소한 지 불과 하룻만에 첫 쇄신안에 퇴짜를 놓은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고 기어이 ‘망하는 길’로 가기로 작정한 듯 하다.

국민의힘 의원 112명중 100명 넘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동참한 것과도 대비된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선 “헌법상 권한을 쉽게 포기해선 안된다” “검찰의 정치적 영장청구에 대비해야 한다”는 등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고 한다.

심지어 박광온 원내대표가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하자”며 범위를 좁혀 추인을 시도했는데도, 친명계 의원들은 “다음 의총에서 논의하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의 비리의혹과 20여명 의원들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게이트 등과 관련해 검찰이 언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모르는 만큼 막판까지 ‘방탄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당이 망하든 말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만 지키면 된다는 ‘선사후당’(先私後黨)의 이기주의 발로나 다름없다.

혁신위가 의총 결과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면서 “민주당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은 혁신위가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려 개혁동력을 상실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혁신위가 최근 이 대표의 극렬 지지층인 ‘개딸’을 BTS 팬덤인 ‘아미’로 미화하고 이들의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행태를 ‘놀이문화 부족’ 탓으로 돌린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또 혁신위가 민주당에서 제명됐다가 최근 복당이 허용된 김홍걸 의원에 대해 침묵을 고수하면서, 정작 두번째 쇄신안으로 ‘꼼수 탈당 방지책’ 등 윤리정당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당과 혁신위가 따로 놀면서 혁신위에 대해 국민적 기대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서 “혁신위가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한 상황에서 민주당 쇄신과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 민주당이 ‘이재명의 강’을 건너 대대적 쇄신과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총선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그나마 민주당에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것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의 용기있는 소신과 행보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3.7.12 [한주형기자]
비명계 의원이 주축인 31명 의원들은 14일 선언문에서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그 첫걸음으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활동을 하지 않고,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선언문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4선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이상민(5선) 이원욱(3선) 김종민·조응천(재선) 윤영찬(초선) 등 주로 비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회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다음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자고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당내 ‘유쾌한 결별’을 위한 신호탄일 수 있다.

합리적 양식을 가진 이들 의원들의 주장처럼, 민주당이 혁신위의 첫 쇄신안마저 거부한다면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도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정략적 꼼수’로 치부될 수 밖에 없다.

국회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지금처럼 ‘불체포특권’ 뒤에 숨거나 ‘가짜뉴스’와 ‘괴담’ 유포로 여론을 선동해 반사 이익만 누리려 하는 것은 결코 책임있는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자신의 허물은 벗지 못하면서 남 보고는 벌거벗고 부끄럼도 모른다고 하는 늙은 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겸허한 자세로 자신들의 과오와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히고,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재창당 수준의 개혁과 변화에 나서야 싸늘한 민심도 되돌릴 수 있다.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혁신위’를 꾸리고 보여주기식 ‘개혁 시늉’에 그칠거라면 아예 안하느니만 못하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