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으면 격추" 북한 대미공세 강화

김윤미 2023. 7. 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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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이런 가운데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공세도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군 정찰기가 북한 경제수역을 무단 침범했다면서 군사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미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북한의 속내는 뭔지 김윤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합참의장이 하와이에 모여 회의를 하던 순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3,2,1, 발사!"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최고 6천 648킬로미터, 지구가 완전한 푸른 공으로 보일 때까지 솟구쳐 오른 뒤 동해상으로 떨어졌습니다.

비행시간만 74분 51초, 역대 북한 미사일 중 가장 깁니다.

북한이 쏜 건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 18형, 지난 4월 이후 90일 만의 발사로 정점 고도가 높아지는 등 성능이 다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장기간 연소 시켰는데도 타서 없어지지 않고 끝까지 남았다 고성능 탄소 복합 재료로 만드는데 기술이 어려워요. 그러니까 그 소재도 이번에 입증이 되었다."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사거리는 1만 5천km,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위성발사 실패 후 이렇다 할 행보를 않던 김정은 위원장도 웃으며 발사 현장을 참관했고 미국을 겨냥한 위협 발언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7월 13일] "미제와 남조선괴뢰역도들이 부질없는 반공화국적대시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 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북한은 이와 함께 한미 워싱턴 선언과 한미핵협의 그룹 회의 등을 거론하며 초유의 핵전쟁 위험이 닥치고 있다면서, 이번 발사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택의 위험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강력한 경고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국방성은 미국이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핵을 탑재한 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를 시도한다며 비판하고, 미 공군 정찰기가 북한 영공을 수십 km 침범했다면서 격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군과 미국 측은 북한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매슈 밀러/미국 국무부 대변인]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자제하고 진지하게 외교에 복귀할 것을 북한에 촉구합니다."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은 연달아 담화를 내고, 미 공군 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며 날짜와 시간 횟수까지 열거하고 나서면서 행위가 반복되면 군사 대응도 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김여정이 밝힌 지점은 강원도 통천 동쪽 435km, 고성 동쪽 400km, 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km 해상 상공.

영해인 12해리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다만 미군 정찰기가 침범하곤 한다는 문제의 20에서 40km 구간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거라 경고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 교수] "어느 지점으로 어떻게 진입했고 그런 걸 다 보고 있다는 것이고, 핵심은 EEZ(배타적경제수역) 끝단에 20에서 40km를 너희가 침범했다고 저는 이해했거든요."

북한이 언급한 미군 정찰기는 RC-135, 미사일 정보를 수집하는 특수 정찰기입니다.

수백 km 밖에서도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할 수 있고 비행궤적과 탄착지점까지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굳이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 않아도 북한 지역 정찰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류성엽/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RC-135는) 원거리에서 감시 정찰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잖아요. 안전하고 충분히 거리를 둔 위치에서 활동하면 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배타적 경제수역이란 용어까지 끄집어내며 위협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통상 연안에서 200해리 이내를 의미하는 배타적경제수역은 수산자원과 광물자원 탐사, 개발을 우선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구역으로 사실상 영토와 같은 개념인 영해와는 구별됩니다.

그런 만큼 국제법상으로도 연안국 안전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박과 비행기의 통과가 가능합니다.

다만 북한은 1977년 경제수역을 지정하며 북한의 사전승인 없이 외국 선박과 항공기는 촬영 조사 측정 탐사 개발 등을 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이를 근거로 미군 정찰기가 자신들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제수역을 마치 방공식별구역처럼 운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 또한 한 국가의 일방적인 선포로 이뤄진 공역인 만큼 타국의 비행기를 요격하겠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이성준/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7월 11일)] "미국도 작전할 수 있는 국제 수역과 공역에서 안전하고 책임 있게 작전한다는 입장 표명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선희 외무상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기로 한 미국을 맹비난했습니다.

다수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비인도적 무기로 무고한 주민들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반인륜적 만행을 감행하려 한다며 미국이야말로 세계 평화를 해치는 인류의 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6월 25일부터 전승절이라 기념하는 정전협정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을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거리에선 반복해서 반미집회가 이어지고 방송에선 전쟁 시대 노병들을 소환하며 정신을 본받으라는 프로그램이 잇따릅니다.

특히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올해 북한은 대대적으로 행사를 열고, 다양한 방식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계속되는 위협은 결국,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추가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이 정찰 위성 시험 발사 실패 이후에 굉장히 예민한 상태에 있는 것 같아요.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 뭔가 보여줘야 된다라는 그런 압박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강대강 대결 구도가 갈수록 고착화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0388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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