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바비쯤이야'…4,000조 지나는 남중국해 9단선 [와이즈픽]
영화 '바비' 금지되고 블랙핑크 공연은 '보이콧'
"헐리우드 영화 바비 상영 안 된다" 우리나라를 찾았던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바비'가 베트남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돌연 상영을 금지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지도. 거기에 중국이 그려놓은 9단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도 '9단선'의 난관에 걸렸다. 이틀간 본 핑크(Born Pink) 하노이 콘서트가 열리는 데 베트남 네티즌들이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공연 기획사 홈페이지에 남중국해 군도가 중국령으로 표시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문화부가 블랙핑크 투어를 주최한 공연 기획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기획사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즉시 검토해 베트남인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이미지들을 교체하겠다" "모든 국가의 주권과 문화를 존중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에 이어 지난해 3월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 '언차티드'도 9단선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세계적인 의류 업체인 H&M의 공식 홈페이지 지도에 '9단선'이 올라오자 베트남에서 불매 운동이 강하게 일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규제기관이 H&M 중국 홈페이지에 있는 지도표기가 잘못됐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H&M이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이후이다. 베트남에서 '소의 혀'로도 불리는 9단선, 과연 무엇일까?
9단선이 뭐길래…"법적 근거도 없어"
남중국해 9단선은 U자 형태로 되어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임의로 그은 9개 선을 말한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남중국해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1947년 중화민국이 공식 지도에 표시한 11단선에서 유래한 9단선은 중국이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2009년에는 유엔에도 제출했다. 이후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9단선 문제가 올라갔는데 "9단선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데도 중국은 계속해서 9단선을 주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주변국과 계속해서 큰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해상교역량의 3분의 1…석유·천연가스까지 풍부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세계 해상 교역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매년 3조 달러,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 4천조 원 가까이가 이곳을 지나간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0% 정도가 남중국해를 지나고 우리나라도 이곳을 통해 원유 등 주요 수입품을 들여온다. 이곳에서 군사적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많은 희생과 함께 경제적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원도 풍부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남중국해 해저에는 원유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최소 190조 입방피트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 밑이 그야말로 돈다발인 셈이다. 게다가 남중국해 어획량은 세계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먹거리도 풍부하다.
중국 입장에선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남중국해 9단선을 사수한다면 본토 방어는 물론 대만을 고립시키기도 수월하다. 나아가 서태평양에 진출해 일본과 괌에 있는 미군 기지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 'G2'가 이곳을 놓고 대치하는 이유이다.
남중국해 무력 충돌에서 베트남은 중국에 번번이 깨졌다. 1974년 중국의 파라셀 군도 암초 점거 작전에 당했고, 1988년 스프래틀리 군도 무력 충돌에서 병력 74명이 바다에 수장되기도 했다. 베트남과 중국의 체급 차이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영화 '바비' 상영이 금지되고 블랙핑크 콘서트가 보이콧되는 건 어찌 보면 베트남 입장에선 미미한 수준일 수 있다. 한해에만 4,000조 원 가까이가 지나가고 풍부한 원유에 천연가스까지, 게다가 군사적 충돌도 수시로 벌어질 수 있는 남중국해 때문이라면 말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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