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쳐, 조선’ 양희준·김수하…빼어난 가무로 궐 안팎 홀린다
“오에오~ 오에오~ 너도나도 모두 다 즐기세 양반 놀음~.”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넘버(곡) ‘이것이 양반놀음’ 후렴구다. 요즘 서울 대학로가 ‘수애구’ 하는 이들로 흥에 넘친다. 수애구? 힙합 용어인 ‘스왜그’를 활용한 언어유희로 ‘목숨(수) 걸고 시조 사랑(애)을 외친다(구)’는 의미다. 극에서는 임금이 주최한 시조 대회에 참가한 주인공의 팀 이름이자, 이 작품의 이념이기도 하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정의의 ‘골빈당’이 양반들한테 억압받는 민초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다. 시조대판서라는 자리가 있을 정도로, 백성들은 힘들 때마다 나라에서 만든 시조를 떠올리며 고단한 현실을 잊어왔다. 시조대판서가 교체된 뒤 시조를 읊는 것이 금지된다.
교과서에서 봤을 시조와 핍박받는 민초, 풍자와 해학까지. 우리 소재들을 20~30대 초반 배우와 스태프들이 ‘스왜그 넘치게’ 담아냈다. 정몽주의 ‘단심가’, 이방원의 ‘하여가’ 등 시조를 활용해 넘버를 뽑고, 이를 힙합에 브레이크댄스 등 다양한 춤으로 소화해낸다. 요즘 넘버가 인상적인 창작 뮤지컬이 드문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모든 곡이 다 좋다. 웅장한 합창곡 ‘시조의 나라’, 이중창 ‘새로운 세상’을 비롯해 ‘나의 길’, ‘정녕 당연한 일인가’, ‘놀아보세’, ‘운명’ 등등 공연장을 나올 때 반드시 한곡은 입가에 맴돈다.
신선함, 흥돋움, 의미까지 모두 갖추고 2019년 시작해 지난 6월9일 세번째(삼연) 막을 올리며 승승장구해왔다.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 된 결정적 한방은 배우들이다. 김수하와 양희준. 초연부터 시작해 각각 진과 단 역할을 맡고 있다. 2019년 뮤지컬 신인이었던 두 배우는 이제 공연계 스타가 됐다. 양희준은 전미도, 정문성과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주연으로 나왔고, 김수하는 <렌트>에서 미미, <아이다>에서 아이다를 맡으며 대극장 뮤지컬 주연으로 우뚝 섰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김수하는 “이번 공연 첫 연습 때 같이하는 배우들이 저를 보고 ‘와~’ 할 때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되긴 했구나 느꼈다”고 했다. 양희준은 “공연을 처음 하는 친구들한테 내가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데뷔 때와 달라졌다. 그동안 받기만 했는데, 나도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좋다”고 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주로 신인을 기용해 스타 등용문으로 불린다. 이번에도 오디션을 통해 김세영(진), 김서형(단)을 뽑았다.
김수하와 양희준은 여유 있는 표정과 가벼운 몸놀림이 무대를 휘어잡는다. 심각한 장면을 연기할 때 고뇌와 흥겹게 춤추며 노래할 때 무대의 온도가 바뀐다. 양희준표 단은 긴 머리를 위로 올려 묶고 노래하며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 대목이 매력적이고, 김수하표 진은 곱게 한복을 입고 있다가 골빈당 여전사로 변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둘 다 춤추며 노래할 때 가장 시선을 끈다. 말 그대로 통통 튄다. 어쩌면 몸이 저렇게 가볍고 표정이 즐거울까, 보는 이들도 극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 두 사람은 “초연 때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웃었다. “제가 가진 힘이 무한하지 않으니 무대에서 많은 힘을 쏟으려고 평상시에 힘을 잘 분배하고 있어요.”(양희준) “초연 때보다 더 부담이 되고 겁이 나요. 이전에 제가 연기하는 진을 본 관객도 있고 영상으로도 접한 분들이 있어서 예전이 더 낫더라라는 얘기를 들을까 봐 한 장면 한 장면 정말 전투적으로 하게 됩니다.”(김수하) 둘 다 주 4회 무대에 오르는데, 어쩌랴, 관객들이 원하는 걸.
두 사람한테도 이 작품은 특별하다. 201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에 출연했던 김수하는 “한국에 와서 처음 만나 나를 알리고 상도 받게 해준 작품이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도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나 남매 같은 사이가 됐다. 양희준은 “언제 봐도 어제 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김수하는 “과거에는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빠한테 말하게 된다. 그러면 늘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고 했다.
이제 무대를 넘어 드라마와 영화로도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양희준은 2022년 개봉한 영화 <나를 죽여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김수하도 2022년 한국에서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에 출연했다. 무꺼풀의 가로로 긴 눈이 큰 스크린에서 강조되니 백마디 말보다 더한 내면을 표현해냈다. 두 작품 이후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수하는 “매체 연기를 처음 해봤는데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고, 양희준은 “단순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를 느꼈기에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저 저희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두 사람은, 공연계를 넘어 드라마와 영화계에서도 ‘스왜그’ 넘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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