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올드보이 3인방이 비·바람을 기다리는 이유 [임정우의 스리 퍼트]
정규투어서 아들뻘 되는 후배들과 경쟁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이길 확률 높아져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면 우리에겐 기회
오랜 시간 출전권 잃지 않은 비결은 노력
해외서 K골프 알리는 후배들 보면 뿌듯
“현실적으로 생존이 최우선 목표지만
프로인 만큼 우승하고 싶은 마음 간절”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아직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올드보이 3인방이 경기가 있을 때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부는 걸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선수들보다 바람과 비를 더 잘 계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 합산 146세의 최호성(50)과 황인춘(49), 김성용(47)의 이야기다.
세 선수가 화창한 날씨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아들뻘 되는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데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부는 날이 유리한 만큼 세 선수는 “날씨가 좋은 날 젊은 선수들을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비가 오거나 강품이 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악천후 소식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1973년생인 최호성은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다. 1999년 프로가 된 그는 올해로 25년째 프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최호성은 “당시 KTF투어로 불렸던 2부투어에서 프로 골퍼 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의 2부투어 생활을 거쳐 정규투어에는 2001년 데뷔했다”며 “골프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50세까지 선수로 살아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후배들과 함께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코리안투어에서 20년 넘게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최호성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100%를 쏟아 부은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였던 만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프로 데뷔 초반을 생각해보면 생존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노력이 쌓여 지금까지 코리안투어를 누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지금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도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샷과 퍼트 연습은 기본이고 체육관에서 매년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최호성은 “골프처럼 정직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연습량이 줄면 곧바로 성적이 떨어진다”며 “20대와 30대처럼 하루 종일 연습하지 못하지만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배들과 경쟁하는 기분은 어떨까. 최호성은 “최근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선수들과 경기하면 스윙이 너무 좋고 거리가 상상 이상으로 나가 깜짝 놀란다”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서 그런지 못하는 게 없다. 선배지만 후배들한테 배우는 게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임성재와 이경훈 등처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K골프의 힘을 전세계에 알리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은 후배들을 잘 챙기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국가대표 장유빈, 안성현 등과 연습 라운드를 하며 남서울 컨트리클럽에 대한 공략법을 알려주는 등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후배들이 부담을 갖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한다면 날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세 선수의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는 어떻게 될까. 황인춘은 올해 평균 300.08야드를 기록 중이다. 최호성과 김성용 역시 292야드 이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황인춘의 드라이버 샷에 대해 김성용은 “인춘이형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처럼 매년 거리가 늘고 있다. 내년이면 50세인데 임팩트 소리는 20대 선수들과 같다. 호성이형도 장난아닌데 인춘이형의 드라이버 샷은 일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호성과 황인춘, 김성용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승에 대한 욕심과 열망이 없는 건 아니다. 세 선수는 “과거 선배들이 했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는 말이 이제야 실감난다. 현실적으로 노려야할 게 코리안투어 출전권 확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프로 골퍼인 만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은 시즌 한 번 정도는 우승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믿음을 갖고 더 노력해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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