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탬버린치고 깜짝 마술도…볼거리 가득한 발레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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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춤 플라멩코를 떠올리게 하는 붉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한손에 앙증맞은 크기의 탬버린을 들고 춤을 추다 다리를 쭉 뻗어 발등으로 탬버린을 친다.
한 무용수는 갈색 술병이 각각 한 개씩 들어있는 은색 통 3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옮긴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 등 다양한 공연 형태로 선보여졌지만, 발레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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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스페인의 춤 플라멩코를 떠올리게 하는 붉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한손에 앙증맞은 크기의 탬버린을 들고 춤을 추다 다리를 쭉 뻗어 발등으로 탬버린을 친다.
한 무용수는 갈색 술병이 각각 한 개씩 들어있는 은색 통 3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옮긴다. 그가 은색 통을 들어 올릴 때마다 술병이 한두병씩 계속해서 늘어나 테이블을 꽉 채우는 깜짝 마술쇼가 펼쳐진다.
지난 13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창작 발레 '레미제라블'은 볼거리가 가득해 발레 입문자도 흥미 있게 관람할 수 있다.
2020년 초연을 올렸고, 올해는 지우영이 창단한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창단 20주년 기념 특별기획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발레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 등 다양한 공연 형태로 선보여졌지만, 발레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그것도 120분가량의 전막 공연이다.
발레 '레미제라블'은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하면서도 극의 시간 순서를 뒤바꾸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원작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극의 처음과 끝 무대에는 젊은 장발장과 늙은 장발장, 젊은 쟈베르 경감과 나이 든 쟈베르 경감이 동시에 나와 미움, 용서, 회한 등에 대한 감정을 곱씹게 만든다.
특히 2막에서는 창작 안무만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났다. '레미제라블'의 배경인 프랑스 대혁명은 핏빛을 상징하는 듯한 붉은 끈을 활용한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끝과 끝을 가로지르게 얼기설기 얽혀 펼쳐진 여러겹의 붉은 끈 사이에서 괴로운 듯 춤을 추는 연인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혼란한 시대와 그 안에서 비극을 맞은 인물들을 부각한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파드되(남녀 주역의 2인무)는 발레의 우아함을 보여준다. 걸그룹 천상지희 멤버에서 이제는 무용수로 무대를 누비는 스테파니 킴과 발레리나 김경림이 코제트, '미스터트롯2'에서 발레 동작을 하며 트로트를 불러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정민찬과 발레리노 배민순이 마리우스 역을 맡았다.
안무 외에도 어린 코제트를 노예처럼 부리는 테나르디에 부부는 돈에 사족을 못 쓰는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어린 코제트는 손바닥을 싹싹 빌며 안쓰러운 모습으로 동정을 산다.
다만 방대한 이야기를 몸의 언어로 전하다 보니 무대 전환이 잦고, 바뀐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영상 배경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어 관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측면이 있다. 극 중간중간 노래가 없는 뮤지컬, 대사가 없는 연기를 보는 듯한 장면들은 보는 재미는 있지만, 안무에 보다 집중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공연은 오는 16일까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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