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대구과학고 수학 1등 비결은

이채린 기자 2023. 7.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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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과학고 박시찬 학생. 임익순 촬영(제공)

“엄마, 나 커서 필즈상 탈 거야. 두고 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필즈상이 목표라고 당차게 말하던 영재학교 학생이 있습니다. 계획이 다 있는 건지, 현재 학교 선생님이 모두 인정하는 수학 상위 1%라는데요. 놀랍게도 초등학생 때까지 “수학 너무 재미없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계기로 수학에 푹 빠진 걸까요. 6월 초 박시찬 학생(대구과학고 3학년)의 집을 직접 찾았습니다. 

Q. 수학 공부에 관한 첫 기억이 무엇인가요. 

"수학 학습지요. 6살 때 엄마가 매일 5장씩 풀라고 했던 연산 학습지인데요. 엄~청 하기 싫었죠. 이후에도 수를 단순히 더했다, 뺐다 하는 사칙연산을 반복해서 답을 내놓는 수학 공부가 너무 재미 없었어요. 수학은 그냥 그런 과목이라고 생각했어요."

Q. 언제부터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요. 어느 날 중학교 2학년인 형의 수학 문제집을 봤어요. 그때 방정식을 처음 알게 됐는데 너무 신기한 거예요. 게임처럼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가서 미지수를 ‘잡는 것’이 재밌었어요. ‘아, 수학이 단순한 연산만 하는 과목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죠."

Q. 그 이후에 어떻게 수학을 공부했나요.

"계속 문제집을 읽었어요. 당시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아서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집에서 형이 보던 '수학의 정석'같은 문제집의 개념 설명을 소설책 읽듯 쭉 읽었어요. 책에 줄을 긋거나 내용 요약 정리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이 있으면 형한테 물어보거나 쉽게 설명된 다른 책을 찾아서 이해했어요. 관련된 인터넷 강의를 수강 신청해달라고 부모님께 부탁하기도 했어요. 잘 듣지는 않았지만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때 배우는 미적분 개념까지 이해하게 됐어요."

Q. 스스로 선행학습을 했다니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요.

"전혀요. 어머니가 영어 선생님이신데, 교육과정에 맞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 말리셨어요. 전 수학에선 선행학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 개념을 배우면 자꾸 그다음 상위 개념이 궁금해지거든요. 그러다보면 다음 학년 수학을 공부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하지 않고 억지로 공부하는 선행학습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수학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수학을 재미있게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 억지로 하면 재미가 없어지니까요."

박시찬 학생이 받은 수학과 물리 관련 상장. 박시찬 제공

Q. 집에 상장이 굉장히 많아요. 수학 교과우수상, 수학 경시대회상대부분 수학상이에요.

"네, 다 고등학교에 와서 받은 거예요. 저는 수학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때 뿌듯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걸 실제로도 잘한다고 평가를 받는 거니까요. 작년 2학기에 확률과 통계 수학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는데 당시 평균이 60점이었어요. 수학 선생님이 '지금껏 확률과 통계 시험에서 100점 맞은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Q. 평소에 어떻게 수학을 공부하나요.

"답지를 보지 않고 풀릴 때까지 한 문제를 아주 오래 고민합니다. 3일 동안 고민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풀이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공략법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답지를 볼 때는 그냥 답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풀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왜 이런 풀이가 나왔는지 생각해봐요.

또 다른 사람의 풀이 방법에 많은 관심을 가져요. 수학 시간에 한 문제를 두고 각자 어떻게 풀었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저는 그 시간에 가장 집중해요. 누군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풀이를 발표했을 때는 꼭 기록해 둡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요. 도서관을 찾아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새로운 수학 개념을 학습하면서 이 개념을 이용해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을지 연구해요."

박시찬 학생의 수학 점수 올리는 비법은. 수학동아 제공
박시찬 학생의 수학 잇템. 수학동아, 임익순 촬영(제공)
박시찬 수학공부 팁. 수학동아 제공

● 대구과학고 입학 비결 : 평범한 경험을 자세히 기술한 자기소개서와 소신

Q. 영재학교 입시는 언제부터 준비했어요.

"중학교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입학시험까지 6개월 정도 남았을 때였죠. 학원에 들어가 준비했는데 수학보다는 과학 공부에 집중했어요. 입시를 일찍이 준비한 친구들에 비해 제가 과학을 많이 알지 못했거든요.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의 개념을 열심히 이해하고 외웠습니다. 또 수학 공부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영재학교 입학시험 문제에서는 수학 문제를 천편일률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저만의 방법으로 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요."

Q. 입시를 준비하면서 좌절한 적이 있나요.

"제가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대구과학고 1차 우선 선발 전형에 합격했었어요. 면접만 잘 보면 합격을 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제가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에는 대답을 잘 해놓고서는 영어로 자기소개하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잘 못했어요. 아,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당황했던 것 같아요. 똑 떨어졌죠. 하지만 그 해 일반전형에 다시 대구과학고에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Q.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썼어요.

"진심을 담아서 썼어요. 독특한 경험보다는 평범한 경험을 자세히 썼어요. 제가 영재학원 준비를 하며 다닌 학원에서 창의력 문제를 내주곤 했는데요. 그때 제가 아무도 못 푼 문제를 며칠 고민해서 답을 낸 적이 있어요. 제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자세히 서술하며 수학을 향한 제 끈기를 보여줬어요. 또 제가 중학교 때 책을 100권 이상 읽었는데 그 경험에 대해서도 적었습니다."

Q. 대구과학고 입시 전형에서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요.

"제 생각을 소신 있게 말했던 점인 것 같아요. 대구과고 전형은 1차 서류, 2차 수학·과학 시험, 3차 면접으로 이뤄져요. 3차 면접에서 여러 유형의 표를 주고 이 중 통계그래프로 표현하면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어요.

이때 저는 모두 지금 그대로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생각해서 “하나도 없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대답하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박시찬 학생은 수학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이 대구과고에 많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임익순 촬영(제공)

Q.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외로워서요. 수학이 정말 재밌어서 더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친구들한테 “나 수학이 너무 재밌어”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수학 이야기를 깊이 나눌 친구와 선생님이 필요했어요.

특히 저는 정수론을 더 배우고 싶었는데요. 대구과학고에 정수론 수업이 열리는 데다가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몰린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들어서 서울에 살지만 대구과학고에 진학했어요. 

대구과학고에서는 매 학기 수강신청을 받아서 수학 심화 과목 수업을 개설하는데, 신청 인원수가 7명이 되지 않으면 수업이 개설되지 않아요. 안타깝게도 올해 정수론 수업은 열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확률과 통계’와 ‘선형대수학’을 배우고 있답니다." 

Q. 대구과학고를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발표 수업을 할 때마다 느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수학 개념을 배우지만 그 이후부터는 계속 발표 수업을 해요. 보통 선생님이 내주신 문제를 각자 공부해서 풀어요. 수업시간에는 각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발표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하나의 문제를 두고 다양한 풀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학이 너무 재밌게 느껴져요. 

예를 들어 저는 이차함수 개념을 활용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친구는 기하학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때 너무 놀라웠어요. 또 친구들이 생각지 못한 방법을 수업 시간에 발표하고 싶어서, 스스로 수학 문제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Q. 고등학교에서 어떤 수학 활동을 하고 있나요.

"수학을 연구하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수학 문제나 수학을 이용한 물리 문제를 함께 칠판에 적어놓고 풀어요. 서로 생각하는 접근 방법을 발표하고 함께 수학을 공부하죠. 그런데 문제가 어려운지 올해 초반에 동아리원이 8명이었는데 현재 4명밖에 남지 않았네요."

Q. 앞으로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한 과학 선생님이 수업 중에 계속 질문하는 저를 보시더니 “너 같은 학생이 학문을 해야 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꼭 학문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수학에 관한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때부터 쭉 수학자를 꿈꾸게 됐어요. 지난해 필즈상을 탄 허준이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님을 보고 수학자라는 직업이 더 멋져 보였어요. 저도 저만의 이론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수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

엄마가 보는 박시찬. 임익순 촬영(제공)

● 엄마(윤현경 씨)가 보는 아들

"시찬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일에 깊게 몰입했어요. 다른 사람이 억지로 시키는 일은 싫어했지요. ‘필기 잘해’, ‘계획 잘 세워’같은 잔소리를 일일이 하다가 싸우기도 했어요.

언제부터 시찬은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시찬을 믿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시찬이 더 의욕적으로 살아가더라고요. 이 모습 그대로 시찬이 원하는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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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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