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중 군용차 몰고 무단이탈…어떻게 이런 일이?[사건의재구성]

카톡 활용해 범행 공모…특정 지역 순찰시 신원확인 생략 허점 노려
무단으로 차량 몰고 나가 45분 질주…징역8월·집행유예2년 선고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 다녀오겠습니다"

지난해 2월7일 오후 10시30분쯤 경기도의 한 군부대에서 복무 중인 A씨는 군용 스타리아 승합차를 타고 부대 정문을 빠져나왔다. 뒷좌석에는 동료 B씨가 몰래 숨어 있었다.

위병소를 통과한 이들은 동두천 인근 도로까지 약 12㎞를 질주했다. 무려 45분 동안 무단으로 차량을 운행한 뒤 부대로 복귀했다.

이들의 일탈은 결국 발각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이태웅)는 지난 4일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하지만 철저한 보안과 엄격한 규율이 생명인 군부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 어떻게 가능했을까?…부대 내 특수상황 이용해 범행 시도

15일 판결문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각각 다른 생활관에서 격리 생활 중이었다.

이들은 이날 저녁 8시쯤 카카오톡을 통해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이들은 ○○○지역 순찰을 위해 나가는 차량은 위병소에서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오후 10시40분쯤 생활관에서 이탈한 이들은 상급자의 허락없이 수송부에 들어가 스타리아 승합차 열쇠를 탈취해 위병소로 차를 몰고 갔다.

계획대로 A씨는 위병소에서 "○○○에 다녀오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위병소 초병들은 이들의 거짓말에 속아 차량을 제지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군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은 물론 코로나19 격리 의무까지 위반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A씨의 면허가 '2종 보통'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몰고 나간 승합차는 11인승으로 1종 보통 면허가 있어야만 운전이 가능하다. 2종 면허 소지자가 1종 면허가 필요한 차량을 운전한 경우 무면허로 처벌받게 된다.

◇법원 "죄가 가볍지 않다" 질타

결국 이들의 일탈은 발각됐고, A씨는 군용자동차불법사용, 초소침범, 무단이탈,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혐의를 적용받아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군인신분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중에 동료 병사와 공모해 군용차량을 무단으로 운전해 부대를 이탈했고, 그 과정에서 초소를 침범하고 무면허운전까지 했다"면서 "죄가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의 부대를 이탈한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고,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부대를 이탈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지난 12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