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놀면 뭐하니?’ 김진용·장우성 PD “노잼 이유는 억텐…호감 만들 것”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출연진 부분 교체, 새 연출진 합류 등 2주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지난 1일 시청자들을 만났다. 새롭게 연출을 맡은 김진용, 장우성 PD가 2회차 방송이 나간 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 2019년 7월 론칭 이후 ‘무한도전’을 잇는 MBC의 간판 예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김태호 PD가 떠난 뒤 부진을 거듭했고 10%대 시청률 3~5%대까지 내려앉았다. 뿐만 아니라 TV 화제성 순위에서는 빠지기 일쑤고, OTT에서도 순위가 밀려났다.
위기 속 ‘놀면 뭐하니?’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박창훈 PD는 CP로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김진용, 장우성 PD가 메인 연출을 맡았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장 PD는 “야구에 비교하자면 순위가 내려간 팀의 감독 역할을 맡은 것”이라 비유하며 “갑자기 좋은 성적을 내긴 쉽지 않다. 승보다 패가 더 많아 순위가 낮은거면, 어떻게든 이겨서 승률을 조금씩 올려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면 뭐하니?’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재미있어졌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부담감을 덜어내면서 하고 있다. ‘연말에 상을 받아야 한다’거나 ‘시청률을 두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등 큰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찌됐든 재미있게 만든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하고 있다”며 ‘재미’ 찾기를 강조했다.
김 PD는 “‘언젠가 오겠지?’ 했는데 메인 PD를 맡으라는 말을 듣고 ‘와, 이게 이렇게 온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김 PD는 “저는 재작년 11월 도토리 페스티벌을 할 때, 새 팀을 꾸리면서 여기에 왔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을 오래 하면서 관찰 예능의 호흡에 익숙했다. 처음엔 버라이어티에 대한 큰 뜻도, 애착도 없었지만 2년간 많이 배우면서 멤버들이나 장르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선택권이 없던 것은 아니다. ‘못하겠는데요?’라고 드러누우면 회사에서 어쩌겠냐”고 너스레를 떨며 “애정이 생겨서 메인 PD 제안에 흔쾌히 ‘잘해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 PD와 동기인데 신뢰도 크고, 공동 연출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공동 연출을 하면서 사실 안 좋은 결말로 끝나고 평생 친구에서 평생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7년간 동기로 본 사이이기에 신뢰가 있었다”고 장 PD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장 PD 역시 “서로가 뭘 잘하는지 안다. 서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편이다. 둘 다 MBTI가 T라서 남들이 보면 ‘싸우는 거 아냐?’ 할 수도 있지만, 잘 이야기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장 PD는 “최근 홈페이지의 기획 의도 소개를 바꿨다. 작성하면서도 고민했다. 우리의 정체성을 뭐라고 해야 할지”라며 “유재석 1인 체제 이후 계속 그걸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발목 잡힌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이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시기는 유재석 혼자 하던 시기다. 유재석이 적당히 괴롭힘을 받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 시기. 그런데 프로그램은 변화해왔다. 앞으로는 억지로 정체성을 찾지 않으려 한다. 그저 ‘토요일 저녁에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를 사랑해준 분들에게 이 시대에 맞는 재미있는 웃음을 드린다’는 게 목표다. 가두지 말고, 유연하게 무엇이든 해내겠다. 웃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만 가지고 하겠다”고 방향성을 설명했다.
김 PD는 “우리는 복합쇼핑몰 같은 거다. 오늘은 재미없다고 생각해 안 보시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주엔 또 볼 수 있다. 취향에 맞는 게 나올 때까지 매주 던진다”며 “정체성이 정리되지 않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PD는 여기에 더해 “아무거나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리하고 뾰족한, 임팩트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순 없다. 시즌제가 아니고 1년에 52개를 해야 한다. 4년간 해왔고,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하는 프로그램인데 정해두면 금방 발목 잡히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MBC가 메인 연출진에 바라는 바는 없었을까. 장 PD는 “이 시간대 리얼 버라이어티가 오랫동안 ‘노터치 존’이었다. 쉽지 않은 시간”이라며 “쉽지 않은 시간대고 하고 싶다고 하는 PD도 드물다”고 말했다.
MBC에서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시간대는 여전히 레전드 예능으로 불리는 ‘무한도전’이 방영되던 시간대다. 종영 이후에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시간대였던 것. 장 PD는 “하겠다고 하면 대견한거다. (목표치에 대해 회사에서는) 별말씀을 하지 않으셔서 큰 부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이 부진했던 원인은 뭘까. 장 PD는 “원인을 하나로 꼽을 순 없다”면서도 “이것부터 바꿔야겠다고 한 것은 억지 텐션이다. 요즘은 시청자들이 진짜가 아닌 것은 바로 알아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멤버십을 강화하고 케미를 쌓겠다고 한 것도 시청자들이 보기엔 과해 보일 수 있다. 오히려 힘을 빼고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원초적인 웃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심플한 방법으로 재미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우선순위에 웃음을 놓기는 하지만,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 놓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멤버십을 놓친 게 아닌가 싶다. 유재석 1인 체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걸 안다. 멤버십 체제가 1년을 넘겼는데 과거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재미를 줘야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7명을 어떻게 섞고 비빌지, 어떻게 하면 친해질지 고민했어야 하는데 아이템만 생각한 것 같다. 팀을 나눌 때도 맞는 궁합으로만 나눴다. 제작진이 친해지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복기했다.
두 PD의 뼈를 깎는 성찰 끝에 내린 결론은 ‘새로운 구도의 정립’이었다. 김 PD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구도를 만들 수 있을까 했다. 동생들이 더 많은 구도로 재편하면 더 날 것이 될 것 같았다. 예능 베테랑들에게 대들 수 있는 구도를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게 중심을 바꿔보려 했다. 유재석이 당황하게 만들려면 무게 중심에서 멀어지게 해야 했다. 주우재는 지난해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지난 4월 제주 촬영에 모셨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면서 프로그램의 체질을 살짝 바꿔주더라. ‘이 사람이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물건을 찾았다’ 싶더라. 재미있어지는 걸 보면서 이 분이 촉매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제일 좋은 점은 막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김 PD는 “억지 텐션이 아니더라. 처음 오면 긴장하고 무리할 법한데 자기 호흡대로 가더라”고 주우재에게 감탄했다.
장 PD 역시 “인간 주우재를 그대로 보여준다. 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건 정말 쉽지 않은 스킬이다. 카메라 안과 밖이 같다. 이경규, 박명수 형 등은 사적으로 만나도 똑같은데 자연스럽고 똑같더라”고 애정을 보이며 “사실 원래는 충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주우재가 아니면 누굴 뽑을까라는 옵션도, 후보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무게 중심을 바꾸는 만큼, 유재석의 쓰임새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장 PD는 “유재석의 활약도를 50%에서 30%로 줄일 예정이다. 그동안 가운데서 진행하고 중재하면서 공을 패스해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로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무게 중심이 동생에게 갔으니 이제 유재석을 통해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런닝맨’에서 지석진이 그러는 것처럼 동생들이 유재석을 몰아가주길 바란다”면서 “그동안 유재석이 혼자 했던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프로그램은 딱 한번 명장면을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 PD는 “유재석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유재석 위기론’을 언급하며 “이건 분명 ‘놀면 뭐하니?’때문에 나온거다. ‘유퀴즈’, ‘플레이유’, ‘핑계고’, ‘더 존’ 다 잘되지 않나”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재석의 위기가 아니라 ‘놀면 뭐하니?’의 위기다. 프로그램과 동일시되는 존재감을 가지기 때문에 유재석이 위기라고 말하는 것 같다. 유재석이 없으면 ‘놀면 뭐하니?’는 종영이다. 시작이 유재석이었고 그 존재감을 부정할 순 없다. 최근 멤버 구성의 변화로 ‘유재석 몰이’가 살아났다. 재미를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쇄신 전의 ‘놀면 뭐하니?’는 “노잼”이라는 실망스런 반응을 들었다. 제로 베이스도 아닌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두 사람의 각오는 뭘까.
장 PD는 “재미있어졌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이걸 달성하지 않고, 중장기 비전을 세우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 같다. ‘슬램덩크’에서 안선생님이 작전타임에 작전을 제시하지 않지 않나. 숨을 돌리고 서로를 믿게 하는 것, 정신 차리게 하는 포인트를 주는거다. 출연진은 훌륭하다. 출연자들이 아닌 제작진에 그런 시간을 주는거다. 최적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PD는 “매주 만들어내는 꾸준함에 약간의 새로움을 첨가하면서 단골손님을 만들어야 한다. 꾸준하게 재미있게 만들면서 호감을 키워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태생적으로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과의 비교, 김태호 PD 체제와의 비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조금만 삐끗하면 위기론과 책임론이 대두된다. 이에 대해 김 PD는 “마음 수련을 하고 있다. 야구는 9회말에 끝나는데 저희는 끝이 안보이는 가운데 뛰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욕을 먹을 수도 있다”면서도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할 마음이 없다. 성공할 때까지 하겠다. 전성기가 돌아올 수 없을진 모른다. 하지만 백년 가게가 될 수 있도록 버티겠다”고 강조했다.
장 PD는 “이 시간대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다. 감개무량하다. 좋아하던 채널, 시간대를 내가 맡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김태호, 박창훈 PD에 이은 3대 CEO인 것”이라며 “예전만큼 실적이 안 나올 수도 있지만, 성과를 못 내면 제가 책임을 지면 된다. 한편으론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에도 애플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고, 팀 쿡은 보란 듯이 잘 이끌고 있지 않나. 우리도 그런 생각으로 도전하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성기를 이끌던) 김태호 PD의 조언을 아직 받진 않았다. 그동안은 손 벌리지 말자 싶어서 자제했으나, 이제는 가릴 처지가 아니다. 조만간 만나 뵐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다른 것도 뭐든 할 거다. 이제 우리가 ‘놀면 뭐하니?’라는 기업의 CEO인 셈인데 자기 체면을 차리느라 후회할 일을 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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