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아이 사진 올렸는데"…정작 '저커버그'는 아이 얼굴 가렸다?[노컷체크]
우리나라 부모들 86%가 SNS에 자녀 공개
어른이 돼도 어릴 때 사진 떠돌아 "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신분 도용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우려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선정수> 페이스북 창업자죠.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가족 나들이 사진을 올렸는데요. 아이들 얼굴을 가린 채여서 화제가 됐습니다. CNN을 비롯한 많은 외신에서 보도를 하고 국내 매체들도 많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 조태임> 아이 얼굴을 가리든지 말든지 그건 저커버그 마음 아닐까요? 왜 그렇게 문제인가요?
◆선정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이 사진을 올리도록 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한 사람이 자신의 아이 얼굴을 가린다? '이게 말이 되냐' 이런 항의 섞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과자 회사 경영진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과자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 외식 프랜차이즈 사장님이 자신의 가족은 외식을 절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 TV를 만들어 파는 가전기업 사장님이 자식에게 TV시청을 금지하는 것, 어린이용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자기 자식에겐 금지시키는 것 등등과 비슷한 상황인 거죠.
◇ 조태임> 저커버그의 행동은 자녀들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오늘은 사는 상당수의 부모들은 SNS를 통해 자녀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죠.
◆선정수>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를 통해서 공유하는 것. 이걸 '셰어런팅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공유의 셰어(share)와 부모역할하기 또는 양육을 의미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을 합성해 만든 말입니다. 주위에서 많이들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아이 얼굴을 공개하고 있는데 과연 이게 올바른 것인지 위험은 없는지 한번 짚어봤습니다.
◇ 조태임> 그걸 '셰어런팅'이라고 하는군요. 카톡 프로필 사진 보면요. 아이 있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아이의 얼굴만 올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단 말이죠.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이런 플랫폼을 통해 육아 과정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공개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요. 선 기자는 어때요?
◆선정수> 저는 일단 카카오톡 말고는 SNS를 하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아이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제가 카톡 친구가 1000명이 넘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아이 사진을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 조태임> '아이 사진 공개하는 게 뭐 대수냐' 이런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셰어런팅, 그러니까 SNS를 통해 자녀를 공개하는 것이 왜 문제입니까?
◆선정수> 셰어런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부르고 있습니다. 아이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SNS에 공개된 아이의 얼굴은 사실상 인터넷에 영원히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로 떠돌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서 SNS 계정을 생성하고 인터넷 사용 빈도가 잦아짐에 따라 본인의 어릴 적 모습을 접하게 됩니다.
이때 공개된 콘텐츠가 본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다시 말해서 아이가 공개되기를 원치 않는 장면일 경우 아이는 부정적 경험을 학습하게 됩니다. 목욕하는 알몸 사진, 기저귀 가는 사진, 울고 찡그리는 모습 등 아이 본인이 싫어하는 모든 콘텐츠가 해당됩니다.
귀엽다고 올려놓은 사진과 동영상이 소중한 내 아이의 초상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부모가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 조태임> 첫 번째 우려는 아이의 동의 없이 모습을 공개하게 된다. 초상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런 것이군요. 두 번째는 뭐에요?
◆선정수> 두 번째는 신분 도용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우려입니다. 아이의 이름, 사진(또는 동영상)에 포함된 위치 정보, 생년월일, 학교/보육기관 등의 개인정보는 SNS 게시물을 통해 손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범인이 이런 정보를 파악한 뒤에 아이에게 접근하면 아이가 범인에게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나 엄마가 보내서 왔어, 아빠 친구인데 너 한국초 1학년 1반 1번 김ㅇㅇ이지. 이렇게 말하면서 접근하면 아이들이 유괴범에게 속아넘어갈 우려가 크다는 거죠.
2018년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바클리 은행은 "2030년 말까지 청년들이 직면하는 신원 사기(identity fraud) 중 3분의 2가 셰어런팅에서 비롯되고 매년 피해액은 6.7억 파운드(한화 약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조태임>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아이가 컸을 때는 신분 도용의 우려가 있다. 이런 거군요. AI 기술이 앞으로 더 발달하면 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측면도 있는 거니까요.
그럼 우리나라의 이 셰어런팅 실태는 어떻습니까?
◆선정수>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관련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지난해 2월 9일부터 16일까지 만 0~11 세 자녀를 둔 부모 중 3개월 이내 SNS에 콘텐츠를 게시한 경험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모의 SNS 이용 시 자녀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86.1%의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 부모 84%가 SNS에 자녀의 사진 등을 주기적으로 올렸습니다. 이 중 42.7%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자녀의 사진 등을 게시했습니다. 자녀의 정보가 담긴 SNS 게시물의 공개 범위는 응답 부모의 35.8%가 전체 공개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친구(팔로워) 공개로 설정하거나 선택한 일부 사람만 공개하는 경우는 각각 47%, 12.4%에 그쳤습니다. 비공개는 3.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 조태임> 부모의 86%가 자녀를 공개하고 있고, 84%는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셋 중 한명은 전체공개로 자녀를 공개한다. 자녀 공개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건데요. 이유도 조사됐나요?
◆선정수> 조사 대상 부모들은 자녀의 성장을 기록(63.9%)하거나 자녀의 귀여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24.6%), 혹은 자녀의 근황을 친인척에게 알리기 위해(10.6%) SNS를 이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 중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글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 자녀에게 이해를 구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게시 경험을 가진 부모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한 44.6%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셰어런팅은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닌가봅니다. SNS에 자녀의 콘텐츠를 올린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13.2%는 개인정보 도용(3.3%)이나 불쾌한 댓글(4.3%) 등 부정적인 경험을 했으며, 사진이나 영상이 멋대로 사용되거나(66.7%) 게시물을 통해 자녀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66%)을 걱정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 조태임> 요약하자면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추억을 간직할 목적으로, 또는 아이의 모습을 자랑하거나 지인에게 알리고 싶어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자녀공개 때문에 걱정도 많고 불쾌한 경험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거네요. 이 셰어런팅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면서요?
◆선정수> 많은 국내 매체들이 "프랑스에서는 자녀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부모에게 자녀가 소송을 제기하면 최대 징역 1년, 벌금 4만5000유로(약 5990만 원)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합니다. 사실일까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KISO저널 25호에 실린 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프랑스 민법 제9조는 사생활과 초상권 보호에 관한 모든 법제의 뿌리가 된다고 합니다. 이 조항에 의거, 동의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게재한 사람에게 피해자는 관련 콘텐츠를 즉시 삭제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소송에 필요한 비용 역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법상의 처벌도 역시 가능합니다.
프랑스 형법 제335-2조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적 공간에서 촬영한 한 사람의 이미지를 캡처, 보관, 배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26-1조는 사적 공간에서 찍힌 한 개인의 사진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게재한 경우, 1년의 징역과 4만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보관하거나, 공중이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역시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한다고 하네요.
◇ 조태임> 자녀 사진 함부로 올렸다가 징역도 살고 거액의 벌금도 내야되는 거군요. 살벌한데요. 우리나라는 관련 정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요?
◆선정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논의가 늦게 일어난 우리나라는 셰어런팅에 관한 법규를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에서 정부는 "아동·청소년 보호자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보호자가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아동의 사진·정보 등을 SNS 등에 공유하는 등 자녀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존중이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부는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해 '디지털 잊힐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등의 정책을 펼칠 계획입니다. 그에 앞서 정부는 셰어런팅에 대한 올바른 보호수칙을 담은 학부모, 교사 대상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SNS에는 가급적 아이 사진 또는 동영상을 게시하지 않고, 부득이 올려야 할 때는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강조된다고 합니다. 공개 범위도 지인으로 한정하고 오래된 게시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의심될 때는 e프라이버시 클린 서비스를 이용해 나 몰래 가입된 사이트를 확인하고 탈퇴할 수 있습니다. 24세 이하의 청소년 가운데 원치 않는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개인정보 관련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지우개 서비스' 를 이용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조태임> e프라이버시 클린 서비스, 지우개 서비스 알아두면 좋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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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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