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시대, 인공지능법이 필요한 이유 [박성철의 ‘새 법 다오’]
2022년 12월 챗지피티(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등장했다. 큰 파장이 일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때 강 건너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직접 불에 덴 것처럼 놀라곤 했다. 때로 두려워했다. 챗지피티는 미국의 변호사시험과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하는 실력을 보였다.
우리 국회에서도 인공지능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 기본법안이 8건 발의되었다. 새로운 제정안이다. 지난해 12월15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때까지 발의된 법률안 7건이 병합 심사됐다. 지난 2월14일 이들 법안을 통합하고 조정해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했다. 이후 2월28일 황희 의원 대표 발의로 인공지능책임법안도 발의되었다.

2월1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소위 회의록에는 한 의원의 이런 발언이 기재되어 있다. 인공지능 법안들을 두고 한 말이다. “사실 법 없이 할 수 있는 게 제일 좋긴 한데, 그런데 우리나라 법적 체계가, 법적 근거가 없으면 뭘 못한다고 얘기들을 하도 (해서)….” 인공지능법을 굳이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한다. 필요하다고들 하니 불가피한 것 같다고 마지못해 검토하는 모양새다. 과연 그럴까.
전에 없던 기술과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규율하는 법이 없는 공백 상태를 방치하면 혼돈을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황희 의원 대표 발의안에는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전송’ 조항이 있다. 문언을 그대로 옮겨본다. “인공지능의 개발 및 활용을 위한 목적으로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다수의 저작물을 포함한 대량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추가적인 정보 또는 가치를 생성하기 위한 것으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한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전송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저작물에 적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염두에 둔 조항이다.
사람이 책을 읽고 머리에 담는다고 저작권 침해가 되진 않는다. 인공지능은 다르다.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인다. 인공지능의 독서법에는 복제와 전송이 수반된다. 초기 인공지능에는 일정 규칙을 컴퓨터에 주입하는 지도학습법(supervised learning)이 활용되었다. 개와 고양이를 규정하는 각 요인과 규칙을 설명해 둘을 구분하도록 했다. 서로 다른 특징을 열심히 가르쳐도 인공지능은 차이를 잘 습득하지 못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와 양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무수한 양의 개와 고양이를 보여주자, 서로를 명확히 구분하게 되었다. 새로운 학습법을 익힌 인공지능은 세상에 있는 저작물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저작물을 포함한 세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복제와 전송이 동반된다. 권리자의 허락을 얻지 않는다.
기존 저작권법에 권리자의 이용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사유가 있긴 하다. ‘공공저작물의 자유 이용’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등과 같은 조항이다. 인공지능의 학습을 고려한 제도는 아니다. 이로써 인공지능의 학습까지 허용되는지는 모호하다.

모호함을 풀기 위해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도 저작권법이 개정됐다.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를 명시적으로 허용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19년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을 제정하고 데이터마이닝에 관한 통일적 기준을 마련했다. 연구 기관, 문화유산 기관에서는 데이터마이닝에 따라 만들어진 복제물을 보안을 갖춰 기간 제한 없이 저장·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기타 영리기업도 복제물과 추출물을 필요 한도 내에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제 첫발 내딛는 한국 국회
우리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2021년 1월18일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전부 개정 법률안, 2022년 11월1일 이용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같은 취지의 조항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정보를 분석할 때 저작물이 활용되는 점을 언급했다.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할 때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인지가 불분명한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복제·전송을 허용한다고 입장을 정한 후에도 더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사항이 여럿이다. 우선 영리 목적 유무로 나눌 필요가 있을지 등이다. 독일과 일본은 영리 목적도 허용하는 데 비해 영국은 비상업적 연구 목적으로 한정한다. 복제와 전송을 위한 적법한 접근의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문제다. 복제물의 보관 기간도 쟁점이다.

인공지능의 학습만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무궁무진한 산출물을 쏟아내고 있다. 그 산출물에도 저작권을 인정할지, 인정한다면 누가 저작권자가 되는지, 나아가 전자 인간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논의가 분분하다. 사실 저작권은 부차적 논점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가능성, 투명성, 어떤 책임을 요구할지와 같은 근본적인 토론 주제가 쌓여 있다.
국회는 얼마나 치열한가.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이런 발언도 보인다. “조금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일단 제정해서 시행을 해보고 필요시에 보완 입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법안의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대충 일단 만들고 보자는 이야기라고 여기고 싶진 않다.
박성철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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