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받고 매일 2시간 생방송…최일구는 TBS 못 떠난다

신승근 2023. 7. 1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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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한겨레S] 커버스토리 ‘TBS 지킴이’ 최일구 인터뷰
최일구 앵커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비에스(TBS) 스튜디오에서 <허리케인 라디오> 생방송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극한호우? 찾아보세요. 처음 듣는 개념인데?”

서울 동작구·구로구 등에 ‘극한호우’가 발령된 11일 오후 3시45분께 스튜디오 안에서 최일구 앵커는 쉼 없이 주문을 쏟아냈다. 프로듀서들도 긴박하게 움직인다. “집중호우를 잘못 쓴 것 아닌가?” “일단 물어봐, 예전에 연락했던 기상청 예보관 있잖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비에스(TBS) 방송국 14층.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95.1㎒로 <허리케인 라디오>를 생방송하는 제1스튜디오는 분주했다. 이날 방송에선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 근처로 변경된 일을 두고 보수-진보 패널이 격한 논쟁을 벌이고, 이제 막 개그맨 최국이 시청자 사연을 토대로 이 세상 ‘악당들’을 향해 대신 화를 내주는 코너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호우 관련 기상 특보로 방송 내용이 확 바뀌었다.

생방송을 끝낸 최 앵커는 은단을 한움큼 입에 털어 넣었다. “담배 끊은 지 1년7개월 됐는데, 아직도…. 은단도 끊어야 한다는데 그러면 너무 야멸찬 것 같아서요.”

최 앵커와의 인터뷰는 “일구 형이 티비에스 라디오 생방송 두시간 하는데 2만7천원 받는다더라”는 지인의 전언에서 시작됐다. “설마? 그걸로 생계유지가 가능할까?”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최 앵커에게 ‘다른 분들은 다 떠난 티비에스를 굳건히 지키고 계신 것에 관해 여쭙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나마저 떠나면 안 되니까 지키고 있는 거죠. 케이비에스(KBS) 시청료는 국민이 관심이라도 가지잖아요. 여기는 잊힌 난파선이에요. 티비에스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인터뷰해야죠. 합시다.” 그렇게 만남이 성사됐다.

티비에스는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파성 등을 문제 삼으며 티비에스를 다각도로 옥죄었다. 올해 티비에스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예산을 232억원으로 삭감했다. 지난해보다 28%, 88억원 줄어든 규모다. 티비에스 354명의 연간 인건비가 230억원인데 거의 그만큼만 반영한 것이다. 티비에스는 1년 예산 가운데 70%를 서울시 출연금으로 조달하고, 30%는 공익·협찬 광고 등 자체 수입으로 조달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방송 제작비를 전액 삭감했고, 티비에스는 6개월째 비상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지난해 말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처리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티비에스에 출연금을 지급해온 근거인 조례를 아예 없앤 것이다. 조례 폐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내년 1월1일부터 티비에스는 서울시 출연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시작된 전방위적 압박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등을 진행하던 이들은 중도하차했다. 최 앵커는 티비에스 라디오에 남은 유일한 외부 진행자다.

그가 인터뷰 전날인 지난 10일 저녁, 다시 전화했다. “제가 여기선 외부인인데 말을 잘못해서 서울시의회, 서울시장을 자극해 티비에스 사람들이 더 곤경에 처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런 걱정을 안고 만났다. 그는 티비에스 사태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엔 “제 역할을 넘어선다”며 말을 아꼈지만 직접 보고 들은 티비에스의 현실, 300여명의 구성원을 향한 안타까운 심경은 생생하게 전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시울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최일구 앵커가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티비에스 스튜디오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어준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뒤…

―인터뷰가 되레 티비에스에 해가 될까 부담스럽다고 말한 뜻은 잘 알겠습니다. 일단 ‘2시간에 2만7천원 받고 365일 생방송한다’는 말을 듣었습니다. 이거 실화인가요?

“실화죠. 그런데 그 사람이 뭘 잘못 안 거예요. 2만7천원 아니고 시급, 시간당 9620원 받아요. 하루 2시간을 방송하니까 곱하기 2 하면 2만원이 채 안 되는 거죠. 여긴 일주일 단위로 입금해주는데 지난주 (통장에) 13만 얼마 찍혔어요. 매일 2시간 7일 방송하고 13만원 버는 거죠.”

―진행자·출연자도 고통스럽지만 티비에스 직원들도 상황이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저 같은 진행자나 출연자는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는 기존에 받던 진행료의 절반 정도 받다가 지난 3월부터 아예 지금처럼 된 것이죠. 서울시의회가 직원 임금만 반영하고, 방송 제작비 지원은 없앴으니까요. 저 같은 진행자에게 줄 돈, 작가료, 출연료 그런 게 반영 안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우리 작가 3명은 지난 3월부터 떠났어요.”

―작가들이 얼마나 그만뒀나요?

“우리 <허리케인 라디오>도 작가가 3명 있었거든요. 전부 다 나갔죠.”

―그럼 어떻게 방송을 하나요?

“저기 두 사람(스튜디오 바깥에서 작업 중인 김현우·천효진 피디)하고, 오인환 피디라고 3명이 섭외도 하고, 대본도 쓰고, 다 하는 거죠. 저도 ‘오프닝 멘트’를 3·4·5월 석달 가까이 직접 썼어요. 그러다가 그 부분만은 어떻게든 작가한테 맡겨보자 해서 아주 낮은 보수로 2주 전부터 작가에게 따로 의뢰하고 있어요. 저 사람들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는 거죠.”

―유일한 외부 진행자로 티비에스를 오랫동안 지켜보셨는데, 어느 정도 힘겨운 상황인가요?

“라디오 방송을 소속 아나운서들이 다 맡아서 하는데 3주 전엔 아나운서 두명이 과로에 시달리고, 코로나19에 걸려 못 나왔어요. 우리 <허리케인 라디오> 피디 한명도 과로로 못 나오고…. 방송에서 제가 그 얘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이 사람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 산하 공무원이었어요. 그런데 2020년에 미디어재단(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이라는 게 발족하면서 공무원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이 됐죠. 다른 방송사에 비하면 상당히 박봉인데 오로지 방송에 대한 열정 하나 가지고 사는 사람들인데… 제가 볼 때 티비에스는 이제 연말까지예요. 티비에스는 지금 인공호흡기 달고 마지막 병상에 올라가 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순간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오는 12월31일까지 서울시 출연금 폐지 조례가 새롭게 개정되지 않으면 여기는 완전히 공중분해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출연료 삭감 등으로 상황 개선을 기대하며 지난 6개월을 버틴 티비에스의 제작 예산은 이미 바닥났다. 올해 2월 새로 취임한 정태익 사장은 직원 임금 20% 삭감,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개혁안을 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티비에스에 대한 73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지난 5일 전액 삭감했다. 편향성 논란의 중심인 김어준씨가 지난해 12월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에서 다음 지방선거가 끝나는 3년6개월 뒤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김씨가 티비에스에 다시 돌아오는 걸 막을 제도적 방안이 없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3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을 했던 사람이 ‘아일 비 백’(I’ll be back)을 외치고 떠나간 마당에, 그 부분에 대해 시의회가 분명한 혁신안을 가져오라고 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시의회 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 설치’ 말고 김어준씨를 특정해 출연을 막는 제도를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티비에스의 고민은 깊다.

“나를 내치지 않은 게 더 의리 있죠”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1월15일 서울시의 티비에스 출연금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연합뉴스

―출연금 지원 근거가 된 조례가 폐지됐는데 내년 1월1일 효력이 발생하면 방송국이 문 닫아야 한다는 거죠?

“직원들은 조례가 폐지돼서 내년 1월부터는 방송 제작비는 고사하고 이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인건비도 못 받는 걸 걱정하죠. 조례 개정을 통해 인건비라도 좀 갱신됐으면 하는데 정말 안타까워요. 오늘 케이비에스 시청료 분리 징수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 사실 케이비에스도 공영방송이고 여기 티비에스도 공중파를 쓰는 공영방송이에요. 그런데 케이비에스 시청료 분리 징수는 국민적인 관심이라도 있지요. 티비에스 상황에 대해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요. 난파선 같아요. 정말 안타까워요.”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최 앵커는 2012년 1월부터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홀로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부국장직을 내던지고 노조에 다시 가입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이 일로 두차례 정직 처분을 받고, ‘엠비시 삼청교육대’로 불리던 신천동 아카데미로 발령 나는 등 보복인사를 당했다.

―엠비시에서 파업에 참여했다 징계까지 받았던 언론계 선배로 더 가슴 아플 것 같은데요.

“벌써 6년째 진행하니까 정도 많이 들었고, 이 건물 안에서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없을 텐데. 작년 말쯤에 담당 피디(김경래)가 ‘형님, 내년 1월부터 출연료 아예 안 나오니까 여기 출연을 그만하시든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놀면 뭐 하냐? 너희가 나를 쳐내지만 않으면 출연료 안 받고라도 방송하겠다. 계속 써준다면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겠다’고. 그런데 정태익 사장이 새로 왔는데도 저를 계속 쓰겠다고 하고, 피디들은 ‘출연료 제대로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이들이 고맙죠.”

‘티비에스(TBS) 사원행동’ 소속 직원들이 지난해 9월28일 서울 상암동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티비에스 출연금 폐지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계 선배로 어떤 해법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인터뷰 전에, 어제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는 것 같죠? 그렇죠? 제가 티비에스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밥 사주고, 소주 한잔 사주고 그런 거죠. 그저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생활인으로서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제가 1960년 11월생이라 작년 12월부터 국민연금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 출연료와 국민연금이 있으니 최저 생계는 되겠구나, 이런 배짱을 갖고 하는 것이죠. 제가 엠비시 그만둔 게 2013년인데, 그 뒤 여기서 <허리케인 라디오> 진행을 시작한 2017년까지 4~5년 동안을 되게 힘들게 살았어요. 엠비시 그만두기 전부터 (보증 문제로) 월급도 차압되고, 그 뒤 파산신청, 회생절차 뭐 이런 것까지 겪으면서 살았는데 그때는 방송도 없었고 먹고살려고 특강 같은 거로 생활비를 벌었어요. 그러다가 여기 김경래 피디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2시 프로그램 새 디제이를 뽑고 있는데 할 생각 있냐? 만나자’고. 나야 당시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는 거니까 무조건 한다고 했죠.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다 보니 애정도 있고, 그런 사정이 있어요. 또 <허리케인 라디오>는 거의 생방송을 해야 하거든요. 때문에 특강 요청이 와도 포기하고 생방송에 내 모든 것을 걸었고 한 10년 해보겠다, 이런 각오로 어느덧 6년차를 맞았는데 작년 말부터 티비에스가 이런 상태가 돼서….”

―방송이 좋고, 10년 진행 목표도 있고 그래서 모두 떠나는 이곳을 계속 의리로 지키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나요?

“그런 거죠. 그런데 저 사람들이 나를 안 내치고 지켜주는 게 진짜 의리지요. 저 사람들이 더 의리가 있는 거지요.”

―9620원 최저시급, 1주에 13만원이면 점심값에 교통비 정도나 될까 싶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국민연금하고 최저시급 출연료 나오는 걸로 교통비도 하고…. 사실 (기아) 모닝, 경차 타고 다니고 집도 여기서 가까운 일산이라 휘발유값도 얼마 많이 안 들어요. 하여튼 최대한 아끼면서 사는 거지요.”

―지금 상태가 지속돼도 계속하실 건가요?

“10년은 해보고 싶다는 개인적 희망은 있는데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일단 올 연말까지 저는 버틸 수 있다고 보는데 만약에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저만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 티비에스 직원들도 희망을 잃고 다 떠나겠죠? 피디들도 다 떠날 것이고, 나한테도 그만하라고 그러겠지요. 그러면 저도 유튜브 방송을 해본다든가 다른 걸 찾아야겠죠. 지금 당장은 연말까지는 여기 직원들과 함께 버텨볼 계획이에요.”

―예산 한계 때문인지 주말에 피디와 단둘이서 노래만 틀어주는 경우도 있던데, 비정상적인 진행인 거죠?

“제작비가 없고 상황이 어려우니 그런 시도를 한 거죠. 섭외 안 해도 되고. 반응이 안 좋아요. 방송이라는 게 수돗물 나오듯 술술 뭔가 스토리텔링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그래서 힘들지만 다시 옛날처럼 탑골쇼, 댓글쇼도 하고 티비에스 소속 이가희 아나운서를 불러 함께한다든가, 정말 ‘순수 민족 자본’으로 방송하면서 스토리텔링하는 코너로 다시 환원하고 있어요. 티비에스가 예산이 없어 작년 말부터 신문도 못 본다니까요. 지금 여기 상황이… 정말 눈물 나죠.”

―<허리케인 라디오> 매주 월요일 코너 ‘점심먹고 디저트쇼’에 어제는 가수 설운도씨가 나와 라이브로 노래도 여러 곡 부르던데 그분 출연료도 9620원인가요?

“그건 피디들한테 물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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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허리케인 라디오’ 생방송 중인 최수영 시사평론가(왼쪽부터)와 최 앵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송아지도 젖을 줘야 일어서는데…”

이날 시사 토론을 마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와 담당 피디에게 물었다. 피디들은 “대개 출연료 1만원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생방송 토론 패널은 2만원, 가수는 1만원”이라며 “설운도씨도 1만원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라디오 방송에 가면 최소 10만원은 받는데 이게 말이 되냐? 말도 안 되는 걸 알지만 출연료 줄었다고 티비에스 버리고 떠나는 것도 그래서, 의리로 계속 출연한다”고 했다. 최 앵커는 고마움을 나타냈다.

“진행자로서 여기 나오는 진보든 보수든 패널분들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얘기 안 하고 그냥 다른 곳 간 사람들도 있어요. 말이 안 되는 출연료 받고 그냥 의리로 뭉쳐서 가니 정말 고맙죠.”

―내부든 외부든 호소하고 싶은 게 있을 거 같은데요.

“호소요? 제가 누구한테 뭘 호소할 입장도 아니죠. 외부 프리랜서, 지나가는 과객일 수 있는데 여기다 대고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는 없는 거죠. 티비에스가 잘되기만 그냥 기도할 뿐이에요. 후배들이 이런 고통을 받지 않고 희망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티비에스 직원이 300여명 돼요. 이에프엠(eFM)이라는 다른 라디오 채널도 있어요. 케이블로 하는 <티비에스 티브이>(TBS TV)도 있고요. 이에프엠 라디오는 중국어·영어 방송 하는데,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해요. 그만큼 티비에스는 국민의 소중한 공중파 재산이고 이게 잘돼야 하는데 안타까워요. 시민들, 서울시민들께서라도 티비에스라는 존재에 대해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응원을 좀 해주셨으면… 제 호소는 그것입니다.”

―티비에스 스스로 독립하라는 요구도 있잖아요?

“송아지는 태어나면 30분이면 혼자 걸어 다녀요. 그렇지만 그 송아지도 엄마가 젖 안 주면 독립 못 하는 거거든요. 티비에스한테도 ‘너 오늘부터 독립해서 해결해’라고 하면 독립이 되냐고요. 여기는 상업 광고도 못 해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허가를 안 내줘요. 피디들한테 물어봤더니 다른 라디오에서 견제한대요. 광고 파이가 줄어든다고. 그럼 뭘 갖고 독립을 하냐고요. 이 친구들이 박봉에 그냥 방송에 대한 열정 하나만 갖고 살아온 청춘들이에요. 이들이 시민들 시선에서는 멀어지고 혼자 난파선이 되고 있어요. 이 젊은 청춘들, 후배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게 걱정이죠. 나야 뭐 유튜브를 하든지 뭘 해도 되는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다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거예요. 국민 여러분, 시민 여러분, 티비에스의 존재에 제발 관심을 가져주세요.”

―파업, 징계, 엠비시 퇴사, 파산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는데 ‘인생 2모작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2013년 엠비시에서 나오고 2017년 티비에스와 엠비엔(MBN) 앵커 하기 전까지 한 4년 정도 미래가 너무 걱정돼 술을 먹어야 잠을 자니까 막걸리에 담배 한갑은 사야 하는데, 장수막걸리 한병이 1500원 할 때 주머니에 그거 살 돈도 없던 적이 많았어요. 그럴 때 정말 비애를 느끼죠. 저는 그때 생각을 바꿨어요. 앞으로 징징대는 소리는 하지 말자, 없어도 있는 척하자, 내가 최고다, 이런 정신 갖고 살아가자고. 인생 2모작요? 저는 참 운 좋은 사람인데요. 그래도 내가 하던 일의 연장선에서 길을 찾으라는 것 하나, 또 나에 대한 자존감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 이 두가지를 꼭 말하고 싶어요.”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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