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유튜브 채널 키우래요”…절대 해선 안되는 이것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7.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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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웅 사람인 팀장 인터뷰
기업 유튜브 담당자에게 전하는 조언

“회사에서 구독자를 늘리라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그리고 영상 조회수가 너무 안나옵니다.”

요즘 기업 유튜브 담당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수년전부터 기업의 주요 홍보 채널로 떠올랐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회사 뿐 아니라 기업간거래(B2B)회사들도 대부분 자체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기업들이 활발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브랜딩과 관련이 있다. 회사 제품에 대한 직접 홍보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고 기업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튜브 세상은 녹록치 않다. 모든 회사가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고 ‘힙스터’ 이미지를 구축하긴 사실상 어렵다. 수개월째 여러 명의 전담자를 두고 있지만 조회수가 세자리수에 머물고 채널 구독자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가 만난 문현웅 사람인 미디어 크리에티브 팀장은 밑바닥에서부터 회사의 유튜브 채널을 키우고 있다. 사람인은 월 110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커리어 매칭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브랜딩과 MZ세대와의 소통 접점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6월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팀을 신설했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 기자 출신 콘텐츠 전문가인 문 팀장을 영입했다.

문 팀장은 유튜브 콘텐츠 관련 전권을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수용했다. 팀 신설 이후 첫 영상이 6개월만에 나올 정도로 시작부터 콘텐츠와 브랜딩 방향성에 공을 들였다. 사람인이 운영하는 2개의 기업 채널은 최근 자리를 잡고 있다. ‘버튜버(아바타 유튜버)’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세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문 팀장에게 회사가 유튜브 채널을 제대로 키우기 위한 전략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사람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시도하는 버튜버와 문현웅 팀장(오른쪽 세번째) <사람인>
-신문기자가 기업으로 와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 어떤 계기였나.

=신문기자로 약 8년간 일하면서 콘텐츠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지만 갈증이 있었다. 특히 영상의 시대가 열렸는데, 글이라는 틀에 얽매이는 것에 대해 정체된 느낌도 있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람인에서 제의가 왔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있나.

=현재 사람인 HR연구소 소속으로 있다. 작년 6월에 사람인은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팀을 신설했다. 현재 사내 디지털 콘텐츠를 총괄하고 있다. 제로(0)에서 시작해 현재 구독자를 만 명 정도로 키웠다. 사람인이 만든 2개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주요 임무다.

-기업 유튜브 담당자들이 채널을 키우기가 어렵다고들 토로한다.

=유튜브의 경우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 채널을 열고 잘 안 된다 싶으면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소위 말해 알고리즘이 먹힐 수 있게 브랜딩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 유튜버들은 이 같은 방법을 실제로 많이 쓴다.

하지만 기업은 이게 안 된다. ‘채널이 잘 안되니 삭제하고 다시 만들게요’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기업 콘텐츠는 다른 식의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에 뜨길 기대하고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인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챕처>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콘텐츠 개수, 그리고 시점도 중요하다. 우리 같은 경우엔 채널 2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화요일과 목요일 각 채널에 하나씩 콘텐츠를 꼭 올린다.

이러한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구독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듀서, 디자인, 작가 등 6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생각보다 외부 사람들은 내가 다니는 회사에 관심이 없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우리 회사가 콘텐츠를 올리면 다 봐줄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이 루틴하게 올리는 평범한 영상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비주얼 쇼크나 화제성 중 하나는 가져가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버튜버를 시작했나.

=유튜브에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다. 버튜버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봤다. 그래서 기업이 접근하기 다소 어렵지만 반 박자 빠르게 버튜버를 시작했다. 기존 채널과의 상충이 없도록 버튜버 채널을 아예 따로 팠다. 사람인은 IT·HR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라서 구성원이 직접 영상에 나와 정보와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은 다소 부족하다. 사람 대신 아바타를 대신 전면에 세우면 이러한 사내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술로 우리를 가리고, 우리의 얘기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길을 만든 셈이다.

-회사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유튜브에서 먹히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쉽진 않을 것 같다.

=버튜버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회사의 브랜딩과 상충되지 않을까, 너무 서브컬처스럽진 않을까. 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이럴 땐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유튜브 채널을 하나 더 파는 것은 어렵지 않다. 회사의 원래 이미지, 추구하는 브랜딩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유도가 높은 채널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버튜버와 같은 새로운 시도에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담당자로선 부담일 것 같다.

=그렇다. 버튜버 콘텐츠 제작은 회사의 비용 투입을 전제로 한다. 실제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아바타’에 덧씌워 제작하려면 페이셜 트래킹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하다. 사람인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회사다. 사내 의사소통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 효과를 설명했고,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팀을 신설하면서 별도의 영상 스튜디오를 만들었을 만큼 콘텐츠에 진심이다. 특히 우리 채널의 경우 버튜버가 일반인과 라이브 방송도 송출하고 있다. 셋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노하우는 영업비밀이다.

-앞으로 버튜버의 잠재력을 어떻게 보나.

=버튜버가 기업용 유튜브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은 크다고 본다. 사람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의외로 (구독자의) 부담과 피로감을 줄여준다. 기업 담당자들이 원래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아니지 않나.

외모나 목소리가 영상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구독자로선) 곤욕일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버튜버다. 지금은 안면 인식만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풀 트래킹(전신 인식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사람인이 운영하는 버튜버 서브 채널 404오피스 <유튜브캡처>
-유튜브 담당자들은 유튜브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들었다.

=그렇다. 각 회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압박이다. ‘돈 쓰면서 하고 싶은것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고 들었다. 유튜브 담당자는 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저희 같은 경우엔 정성적 수치와 정량적 수치를 나누어서 목표를 세웠다. 무엇보다 점점 나아지고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회사에도 잘 어필해야 한다.

-회사 유튜브를 키우기 위해서 경영진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나.

=성공한 결과물만을 보지 않길 바란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팽수만 해도 6개월간은 답보 상태였다. 이미 커 있는 채널들만 살펴봐도 무명 시절이 매우 길었다. 개인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버티면 된다. 유튜브는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 낚시로 독자들을 후킹해야 하는 전쟁터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그게 안 되지 않나. 브랜드와 이미지 관리도 함께 해야 한다. 천박하게 싸우는 전장에서 천박할 수 없음에도 성장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개인 채널보다 기업 채널을 키우는 게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그런데 처음부터 성공한 채널들과 비교하면, 색깔을 잃을 수도 있다. 메이저 대형채널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조언을 드리자면 ‘사장님 밑에서 크고 있는 유튜브 채널도 이러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결과가 안 나온다고 바로 엎어버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밖에서 보면 채널 정체성이 매우 중요하다. 영상 시리즈를 한번 해보고 ‘이건 안 되는 것 같으니 다른 것을 하자’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물론 기업의 장점도 있다. 풍부한 자원이 있고, 소셜 미디어와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강점들은 살려야 한다.

-타깃도 중요할 것 같다

=조회수1의 가치가 각자 다르다. 기업 유튜브 입장에서는 우리 콘텐츠를 누가 보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타깃 독자층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콜라보도 매우 중요하다. 스노우볼링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 회사가 타깃으로 하는 B2B 기업의 담당자가 우리 채널을 보고 연락을 해온다면 금상첨화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조회 수보다 점진적인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팬덤을 만드는 것도 주요 화두다. 기업도 팬덤을 만들 수 있을까?

=정체성이 뚜렷한 유튜브 채널이라면 누구나 팬덤을 만들 수 있고, 또 팬덤이 생긴다. 최근 라이브스트리밍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는 것도 열성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기업 채널이라고 해서 고고하게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함께하고, 독자들에게 다가가면서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에 우선순위가 있나.

=일단 재미가 중요하다. 우리 채널(404오피스)에 ‘기업PR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업 콘텐츠도 결국 ‘재미’에 성패가 갈린다. 드라마가 재미있어야 간접광고(PPL)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중성만 잡는다면 기업PR은 함께 따라올 수 있다. 요즘에는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가볍게 전달할 방안을 끊임없이 팀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가 있나.

=하루하루 달리고 있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일 수 있겠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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