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의 오션월드<46>지구 그리고 생명체의 탄생

박수현 기자 2023. 7. 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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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리고 생명체의 탄생>

과학자들은 약 150억년 전 대폭발(Big Bang)로 태양이 만들어지고 태양 주변에 흩어져 있던 물질들이 뭉쳐져서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약 46억 년 전의 일이었다. 원시 지구는 엄청난 중력과 핵반응으로 중심부 온도가 높아져 마그마와 같은 액체 상태였다. 이후 무거운 물질들은 서서히 가라앉고 화산활동으로 수소, 헬륨, 메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황화수소, 수증기와 같은 가벼운 기체들이 분출되어 원시대기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며 지구가 식어가자 여러 기체와 수증기가 응축하여 지표면의 낮은 곳에 고이기 시작하면서 바다가 만들어졌다. 약 40억 년 전의 일이었다. 과학자들은 이 원시 바다가 지구에 생명체를 출현시킨 모태로 규정하고 있다. (육지에 살고 있는 동물의 체액의 화학적 성분이 바닷물의 성분과 비슷하다. 이것이 생명이 최초에 바다에서 생겨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과학자들은 바다에 박테리아에 가까운 원초 생물이 처음 출현한 것을 35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다. 이후 약 5억만 년 전 최초의 척추동물인 어류가 바다에 나타나고 이들 어류 중 일부 종은 육상으로 이주를 시작해 양서류와 파충류로 진화했다. 이때부터 6천5백만 년 전까지 지구 생명체의 지배 종은 공룡으로 대표되는 파충류였다. 하지만 빙하시대 등 지구환경의 대규모 변화는 공룡의 멸종을 불러왔다. 이러한 대규모 변화를 겪으면서 파충류와 파충류 다음으로 출현한 포유류 중 몇몇 종이 바다로 돌아갔다.

땅에서 살다가 바다로 삶의 터전을 옮긴 종은 포유류 140종, 파충류 60종에 이른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바다로 돌아간 종은 포유류인 고래로 5천6백만 년~3천5백만 년 전의 일이었다. 고래는 바다로 돌아간 후 훌륭하게 적응해갔다. 바다 속 깊은 곳에 머물다 수면으로 빠르게 올라오기 위해 꼬리지느러미는 수평으로, 공기를 들이 마시는 코는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좀 더 빠르게 호흡을 하기 위해 눈 윗부분에 위치했다. 하지만 고래는 바다에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못했고 지금도 적응 중이다. 육상 포유류처럼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고, 코로 숨을 쉬어 폐를 통해 산소를 걸러내며, 자궁 내에서 태아가 자라고, 배꼽을 가지고 있는 등 땅위에서 살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고래는 5천6백만년~3천5백만년 전 바다로 돌아간 이후 바다 환경에 적응해 갔다. 이들은 바다속 깊은 곳에 머물다 수면으로 빠르게 올라오기 위해 꼬리지느러미가 수평으로 달려있다.


고래에 이어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는 18종의 해표와 14종의 물개, 1종의 바다코끼리를 포함하는 기각류들이다. 기각류는 땅에서 살 때 사용하던 다리가 물속에서 활동하기 편리하도록 지느러미로 변했다. 기각류의 주 활동무대는 바다이지만 고래와 달리 땅위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고 범고래나 상어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서도 땅위로 올라온다. 기각류는 거의 대부분이 한랭한 바다에서 산다. 바다코끼리의 주 활동 공간이 북극바다라면 해표와 물개는 남극바다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물개는 육상에서 배를 땅에 대고 기어서 이동하지만 물속에서는 발이 변형된 지느러미를 이용 날렵하게 헤엄칠 수 있다.


해양포유류 외에 바다로 돌아간 동물로는 바다거북, 바다뱀, 바다이구아나로 대표되는 해양파충류들이다. 항온 동물인 포유류의 경우 몸에서 열을 발산하거나 피부에 있는 털이나 두꺼운 지방층의 도움으로 온도가 낮은 곳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파충류는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므로 따뜻한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서만 살아간다. 바다로 돌아간 해양 파충류 또한 해양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허파 호흡을 해야 하므로 숨을 쉬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수면으로 떠올라야 한다.

인도네시아 부나켄 해역에서 만난 바다거북이다. 파충류인 이들은 허파호흡을 위해 일정 간격으로 수면으로 올라와야 한다.


바다거북은 5천만 년 전 일부 종이 바다로 돌아간 후 일곱 종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긴 하지만 땅에서 살던 때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해변 모래를 파고 알을 낳고 부화를 시킨다. 허파호흡을 위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종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이 빨라 허파 호흡 외에도 물에서 산소를 걸러낼 수도 있다. 이들은 입 뒤쪽 목구멍에 혈관이 많이 모여 있어 입속으로 물이 들락날락할 때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핏줄 속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흡수되는 산소는 거북이 바다 속에 좀더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

수백만 년 전 바다로 돌아간 바다뱀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콧구멍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 형태로, 꼬리 부분은 노와 같이 납작한 모양으로 변해 수영을 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느러미를 갖춘 물고기 보다는 유영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열대 바다에서 간혹 바다뱀을 만나곤 한다. 마음 만 먹으면 별 힘 들이지 않고 바다뱀을 따라 잡을 수 있다. 한참을 따라가다 보면 숨이 가빠진 바다뱀이 허파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상승한다. 파충류 바다뱀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수면으로 머리를 내밀어 허파 가득 공기를 들이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파충류 바다뱀은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때가 바다뱀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그러면 지구 생명의 모태인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알려진 종은 약 175만 종(바이러스 약 4000종, 세균 약 4000종, 원생생물 약 8만 종, 진균 약 7만2000종, 식물 약 27만 종, 동물 약 132만 종) 정도이며 이 가운데 15~20퍼센트 범위인 약 30만 종 정도가 해양생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려진 종 숫자로는 육상생물이 더 많지만 생물의 계통 발생은 해양생물이 더 다양하다. 이는 육지에 생물이 나타나기 27억 년 전부터 바다에는 오랜 시간 동안 생물이 진화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생물분류의 체계를 성립시킨 칼 폰 린네(Cai von Linne, 1707~1778)에 의한 분류체계인 ‘종-속-과-목-강-문-계’를 바탕할 때 현재 밝혀진 33개 문 가운데 15개의 문은 육지에는 없고 바다에서만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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