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진 고래 사체, 피로 물든 바다… 크루즈 승객 눈앞에 펼쳐진 광경

박선민 기자 2023. 7. 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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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제도 주민들의 고래 사냥으로 해안이 온통 피로 물들었다. /Captain Paul Watson Foundation UK 페이스북

영국 크루즈 승객들이 눈앞에서 고래 수십마리가 도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승객들이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하게 된 건, 덴마크령 페로 제도의 ‘전통’ 때문이다. 페로 제도 주민들은 매년 이맘때쯤 수백마리 규모의 돌고래 사냥을 이어간다.

영국 크루즈 운영사 ‘앰배서더 크루즈 라인’은 10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필이면 우리 배가 항구에 정박한 시간에 ‘고래 사냥’이 일어났다”며 “우리는 고래잡이 관행에 강력히 반대한다. 고래 사냥을 목격하게 된 승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크루즈 운영사 측이 이 같은 성명을 낸 이유는 전날 승객들이 페로 제도의 수도 토르스하운 항구에서 고래 78마리가 도살당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페로 제도 주민들은 ‘그라인드’라고 불리는 대규모 고래 사냥을 시작한다. 모터보트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고래들을 해안으로 몬 뒤, 여기에서 갈고리로 도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매년 평균 600마리가량의 들쇠고래와 수십마리의 대서양낫돌고래가 해안에서 떼죽음을 당한다. 2021년에는 평균치 2배에 달하는 1400여마리가 도살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페로 제도 포경협회는 정부가 승인한 합법적 사냥이라며 고래잡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페로 제도 주민들에 의해 도살당한 고래들이 해안에 널브러져 있다. /Captain Paul Watson Foundation UK 페이스북

올해는 하필이면 크루즈가 페로 제도 항구에 도착했을 때 고래 사냥이 이뤄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보면, 고래 사체 수십마리가 해안에 널브러져 있다. 고래잡이에 나선 어부들은 형광 조끼를 입은 채 고래를 모래사장 위로 끌어 올렸다. 도살당한 고래 수가 많아 앞바다가 온통 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이렇게 잡힌 고래들은 주민들에게 배분된 뒤 식재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고래류에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인체에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의 고래 및 돌고래 보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페로 제도 성인의 파킨슨병과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과 고래 섭취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페로 제도는 고래 사냥에 대해 별다른 제제를 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페로 제도에 관련 입장을 묻자, 현지 외교문화부 스베인 마그나손 수석고문은 “고래잡이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우려가 없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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