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내고 영화찍고 글꼴만드고 래퍼까지…이 할매들의 정체는?
'내년부터 '디지털 문해교실' 접목"
(칠곡=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칠곡군 성인문해교실 할매들의 끝없는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칠곡 성인문해교실 할머니들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가 뭐고',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뭐',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예뻐요' 등의 시집을 4년간 연속 냈다. 시집에 시를 쓴 393명의 할머니들은 문해교실을 통해 한글을 깨우치고 그 기쁨의 열정을 시로 쏟아냈다.
'할매시인'들로 소문이 난 이들은 각종 방송에 출연하게 됐고 2018년에는 김재환 다큐영화 감독과 함께 '칠곡 가시나들'이란 영화에 배우로 출연까지 하게 됐다. 이 영화는 4만2000여명이 관람했다.
칠곡할매들의 유쾌한 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에는 본인들의 이름을 딴 '칠곡할매글꼴'을 제작했고 올해는 힙합춤 추는 래퍼로 변신해 공연을 펼쳤다.
칠곡할매글꼴은 올해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에 사용됐으며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칠곡할매들의 끝없는 도전과 변신의 원동력은 뭘까.
15일 칠곡군에 따르면 2006년 약목면 남계리와 기산면 노석리 마을회관에서 40명의 농촌할머니들을 상대로 시작한 성인문해교실은 18년째 이어지면서 참가자들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3년 10개 마을에서 110명의 할머니들이 참여한 문해교실은 2016년에는 21개 마을에서 161명이 함께 하는 등 해마다 참여 마을과 인원이 늘어 올해까지 누적 260개 마을에서 2267명의 할머니들이 70이 넘은 나이에 글을 깨우치고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칠곡 성인문해교실의 활성화와 변화무쌍한 변신에는 2004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년부터 문해교육에 재정지원을 시작했고 이후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평생교육사업으로 성인문해교실을 열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평생교육센터' 등을 만들고 수강생을 모집해 한곳에서 성인문해교실을 진행했지만 칠곡군은 달랐다.
칠곡군은 2003년부터 운영해오던 칠곡여성농업인대학을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다음해인 200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학점은행제 운영기관으로 승인 받아 평생학습대학을 개설했다. 칠곡군 평생학습대학에서는 지금까지 학사235명, 전문학사 397명 등 632명의 학사를 배출했다.
여기다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평생학습대학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을 개설해 교원2급 자격을 갖춘 성인문해교실 강사들을 길러냈다.
여기서 배출된 문해교실 강사들은 평생교육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변신해 문해교실에 투입됐다. 칠곡성인문해교실 강사의 절반 이상은 평생학습대학 출신이다.
이처럼 일찍부터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칠곡군은 2006년 성인문해교실을 열면서 비문해 할머니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장으로 가야하는 문해교실이 아닌 '찾아가는 문해교실'을 표방하며 처음부터 각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에서 성인문해교실을 개설했다.
칠곡군에는 현재 22명의 문해교실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40~50대인 이들은 정규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문해교실이 일주일에 이틀씩 열리기 때문이다.
문해교실 강사를 계속하기 위해서 이들은 정규직업을 갖지 못하고 방과후 교사나 학원 강사,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불만이 별로 없다.
장혜원 칠곡문해교실 강사 회장은 "6·25전쟁때 낙동강방어선 전투가 벌어진 칠곡에서 사신 할머니들은 전쟁을 몸소 겪으신 분들이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공교육에서 배제된 채 살아온 분들이 대부분으로 자식 키우는것과 농사밖에 모르고 사셨다" 며 "이분들이 간판을 읽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약 이름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등 '사회로 나가는 창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사명감을 선생님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즐길 수 없었던 할머니들의 변신을 보면서 엄청난 희열과 보람을 느껴 정규직을 못하더라도 문해교실을 포기할 수 없다" 며 "엄마같은 분들이 지금껏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칠곡군은 내년부터는 성인문해교실에 '디지털 문해교실'을 접목할 예정이다.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스마트 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다. 스마트폰 활용방법이나 무인주문기(키오스크), PC 등의 활용법 등을 알기 쉽게 가르쳐 '디지털 비문해' 인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재욱 군수는 "올해는 칠곡할매들이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힘이 됐던 순간, 위기를 극복했던 비결 등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글들을 모아 '칠곡할매들의 탈무드'를 발간할 예정" 이라며 "할머니들이 남긴 문화유산인 '칠곡할매글꼴'을 문화관광자원화하기 위해 국비를 지원받아 '칠곡할매문화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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