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찰칵, 5분 이내 녹내장 확인"… 론자도 찾은 BIX

지용준 기자 2023. 7.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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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사이트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BIX2023'에서 망막검사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14일 한국바이오협회의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BIX 2023)'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인공지능(AI) 영상진단 기업 AI인사이트 부스의 모니터에 망막 사진이 게재됐다. 안저카메라 OPTIiNA Genesis(옵티나 제네시스)를 통해 촬영한 망막 사진이다. AI 실명질환 진단 설루션 '위스키'(WISKY)는 이 사진을 통해 환자의 눈 상태를 확인하고 질환을 진단한다.

현장에서 만난 손희태 AI인사이트 개발사업본부 과장은 "WISKY를 사용하면 3대 실명 질환인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며 "실시간으로 진단 결과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질환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BIX에는 R&D부터 제조공정, 물류, 패키징, 디지털 헬스케어, 첨단 바이오까지 바이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2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의약품 개발·생산·배송… 해외 기업 집결


K-바이오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전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USA를 보러 미국 보스턴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이동했다면 이제는 BIX 2023를 찾아 해외 바이오 기업들이 서울로 몰려왔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BIX 2023에는 전 세계 14개국 200개 기업이 참가했고 400개 부스가 운영됐다.

바이오 산업과 관련된 유수의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적인 생명공학기업인 미국 써모피셔를 비롯해 전 세계 60개 지사를 둔 콜드체인 물류 업체 마켄, 바이오 공정 전문 소부장 업체 싸토리우스 등 바이오 연구개발(R&D)부터 제조공정, 물류, 패키징, 디지털 헬스케어, 첨단 바이오까지 바이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이 출동했다.

지난 14일 BIX 2023 론자 부스에서 도슨트 투어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


한국서 만난 해외 CDMO업체 관계자들


전 세계 1위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스위스 론자는 BIX 2023에서 부스를 차리고 "CDMO는 론자"를 홍보했다. 저분자 원료의약품과 항체 의약품, 유전자 모두 생산이 가능하며 임상 의약원료 생산은 5개월, 임상시험계획서 제출까지 모든 서비스를 11개월 이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장에서 만난 CDMO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바이오텍이 증가하고 조명을 받고 있는 만큼 CDMO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 지사도 없는 론자가 올해 처음 참가한 것은 의미있다"고 말했다.

중국 CMDO 기업도 한국을 찾았다. 중국 기업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유전자 치료제 분야 CMDO가 주력 사업이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 관계자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BIX 2023에 참석했다"며 "회사 규모는 크지 않으나 기술력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찾은 美 바이오협회 부회장


미국도 이번 BIX 2023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 정부가 의약품 가격인하를 목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BIX 2023을 찾은 낸시 트레비스 미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제조 강국인 한국과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으로 바이오 기업이 '돈맥경화'에 빠졌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2214억원과 비교하면 60.3% 감소했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BIX 2023 개막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상장 회사들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상장 회사들은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때문에 자금이 없는 어려움이 생겼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2일 BIX 2023 개막식에 참석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과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실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지용준 기자


"바이오 2.0 시대, 협력으로 돌파하자"


전문가들은 한국의 바이오 생태계가 사실상 '2.0 시대'에 돌입했다고 본다. 현재의 자금 경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해외 기업과의 협력,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다.

정부 역시 K-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추켜세우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실장은 BIX 2023 현장에서 "이달 바이오 경제 2.0을 발표한다"며 "정부는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갖고 지속해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신기술을 갖고 있는 바이오 기업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주 레고캠바이오 대표는 "바이오 기업과 국내 제약사, 바이오 기업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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