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밉상’으로 전락한 카카오···봄날은 간다[양철민의 아알못]
지주사 '자금수혈'로 버티기모드 돌입
혁신기업에서 먹튀기업으로 이미지 급락
'쪼개기상장' 자제하고 쇄신카드 내놔야
카카오의 ‘봄날’은 끝난 것일까. 쪼개기 상장 논란 등으로 이른바 ‘국민밉상’으로 전락한 카카오가 이번에는 그룹사의 막대한 손실에 신음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일부 카카오 그룹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 이미지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특히 상장을 염두에 두고 몸집을 키워왔던 일부 카카오 그룹사는,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영향 등으로 성장 로드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5일 카카오의 공시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그룹사가 연간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중이다. 카카오가 지분 41.4%를 보유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69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카카오벤처스(-203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4380억원), 카카오브레인(-318억원), 카카오모빌리티(-687억원), 카카오엔터프라이즈(-1612억원), 카카오페이손해보험(-261억원), 카카오헬스케어(-70억원), 카카오스타일(-501억원), 그립컴퍼니(-268억원) 등도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쪼개기 상장’ 신공을 더 이상 쓰기 힘든 카카오는 그룹사에 자금을 수혈해주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카카오는 이달 13일 카카오브레인의 주주배정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달 400억원, 10월 300억원 등 총 700억원을 납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또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1000억원을 출자하는 한편, 자회사 서울아레나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560억원의 사업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최근 몇년간 유망사업 법인을 상장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최근 몇년새 상장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라이온하트 등도 추가로 상장해 추가로 몸집을 키운다는 계획이었지만, 당분간 이들 기업의 상장이 힘든 상황이다.
우선 쪼개기 상장은 지주사의 배를 불릴 뿐, 일반 주주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회사 입장에서 자회사 상장이 자금 조달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모회사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모회사 주가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코로나19 시국 당시 증시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이 성공적인 카드로 비쳐졌지만, 증시 하락기에는 쪼개기 상장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부각되며 카카오 주가가 더욱 빠르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을 제외한 배당 등 현금창출 부분에서도 쪼개기 상장은 카카오 입장에서 좋은 카드라 보기 힘들다. 카카오가 상장을 고려중인 기업들의 이익 수준이 낮은데다 향후 투자확대를 이유로 배당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쪼개기 상장에 따른 지주사의 배당이익 확대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심하다는 점에서, 계속되는 쪼개기 상장은 카카오 주가를 더욱 끌어내릴 가능성도 높다.
특히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 논란에 대한 여진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쪼개기 상장 카드를 당분간 꺼내기 힘들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는 상장 한달 뒤인 2021년 12월,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23만주를 매각해 470억원 가량(업계 추정)을 현금화하며 엄청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여타 카카오페이 임원들 또한 상장 한달만에 주식을 매각해 이 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증권가에서는 ‘개미(소액투자자)들이 돈을 갹출해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주머니를 채워줬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 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카카오의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 독점 문제를 성토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카카오에 대한 제재 강화가 뒷따랐다. 올 2월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에서 ‘콜 몰아주기’로 가맹택시를 우대했다며 2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처럼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 추가 상장 카드를 꺼내들 경우 카카오 이미지가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카카오가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혁신’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언젠가부터 ‘골목상권 침입’ 및 ‘쪼개기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과 같은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며 “카카오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기불황·데이터센터 화재·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도덕적해이 등 지주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 때문에 이미지가 안좋아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과감한 이미지 쇄신책을 내놓지 않으면 예전과 같은 성장곡선을 보이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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