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팩트체크] ⑦오염된 수산물이 식탁에 오를까?
[편집자주] 이르면 한 달 내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 최근에 공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검토보고서와 국내 자체 검토보고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놓고 찬반 논란이 진행중이다. 동아사이언스는 오염수 방류 관련 들여다봐야 할 과학적 근거에 대한 팩트체크 시리즈를 총 7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중 가장 뜨거운 주제가 바로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이다. 많은 사람이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더 이상 수산물을 먹지 않거나 섭취하는 양을 줄이겠다고 말한다. 수산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도쿄전력은 2022년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프스)로 처리된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이 수산물에 얼마나 축적될 수 있는지 자체 수행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알프스 처리 오염수에서 광어를 키운 뒤 6일 후에 일반 바닷물로 옮겨 광어 몸속의 핵종 농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다른 핵종들은 처리수에 들어있는 양 자체가 미미해 의미없는 값이 나왔고 삼중수소 값만이 유효했다. 처리수에 있던 광어들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는 약 1000Bq/L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그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일반 바닷물로 옮겨진 이후에는 체내 삼중수소가 거의 다 사라졌다.
조형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가 계속해서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험”이라며 “일반 바닷물로 보낸 광어의 체내에서 삼중수소를 검출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수 km 떨어진 곳의 어패류에는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 크게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후쿠시마 지역에서 채집한 어류에서 방사성 핵종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오염수 방류와 무관하게 사고가 난 발전소 바로 앞의 항만에는 사고 초기에 방출된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며 “항만 출입구를 그물망으로 막아 어류의 이동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완전한 차단은 불가한 상황이기에 후쿠시마 산 수산물의 수입은 지금처럼 금지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김규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방사성 물질의 축적을 이야기하려면 칼륨, 우라늄, 플루토늄 등 자연 방사성 물질이 해양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양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양에는 수많은 자연 방사성 물질이 기본적으로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우리가 먹는 각종 어류, 소금 등에도 방사성 물질이 높은 농도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정화되지 않은 고농도의 오염수가 유출됐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바다의 희석 작용과 정화 작용 때문에 일본 영해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아직 별다른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2년 벨기에원자력연구소 연구팀도 도쿄전력의 광어 연구와 유사한 연구를 했다. 벨기에 연구팀은 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다. 추가 여과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오염수가 1년 동안 바다에 그대로 흘러나간 상황을 가정했다.
그리고 오염수 배출구를 기준으로 가로, 세로 10km 이내를 근해로 정의했다. 물고기 등 생물체는 그 안에서만 서식한다는 가정 하에 물고기 등 생물학적 수용체에 미치는 단위 시간당 방사선량을 평가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앞바다(근해)의 해산물만 연간 섭취할 경우 피폭되는 양이 일본인 한 명이 1년 동안 자연 방사선에 의해 피폭되는 양인 2.1mSv를 넘지 못하는 0.018mSv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이와 같은 자연 피폭량을 맞추려면 2500kg의 생선 또는 170kg의 갑각류나 230kg의 연체 동물을 섭취해야 한다.
연구를 수행한 조르디 비베 배틀레 연구원은 “정화 처리되지 않은 물에서 바다와 밀접 접촉하는 경우에도 (피폭으로 인한) 유의미한 영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올해 5월 IAEA의 안전 기준 문서와 ICRP의 권고에 따라 또 하나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 평가에서는 방류 기준을 만족한 물을 방류 계획대로 삼중수소를 희석해 1년에 22TBq 만큼만 방류한다고 가정했다.
또한 피폭 기준을 삼을 가상의 인물을 가정했다. 이 사람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채집한 어류를 매일 58g, 무척추동물을 10g, 해조류를 11g 먹고 연간 96시간 동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며 모래사장에서 연간 500시간을 지내는 사람이다.
또 연간 120일은 배를 타고 후쿠시마 앞바다에 머물고, 80일은 그물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한 해 동안 피폭된 정도는 0.000002~0.000003mSv였다. 인공 방사선에 대한 추가 피폭 제한 권고치(연간 1mSv)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물론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를 100%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게다가 모델은 모델일 뿐, 모든 변수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할 수도 없다. 백도명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와 인체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며 “우리나라의 분석 결과도 문제가 없을 때 방류를 하는 것이 국민들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팩트체크 총정리는 과학동아 7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2307N013
[김미래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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