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로 항암 신약 역사 쓴 유한양행, 블록버스터 치료제 성큼
[편집자주]유한양행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제시했다. 8년의 노력 끝에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1차치료제로 건강보험이 적용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무상 공급하기로 결정 한 것.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렉라자의 1년 약값은 7000만원 수준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막고자 사회 환원이란 중요한 이념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수한 신약 개발과 이윤의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유한양행이 2026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①'국내 1000억원·글로벌 50억달러' 매출 기대 솔솔
②9년 연속 매출 1위… 안티푸라민과 100년 기업 '유한양행'
③앞으로의 유한 100년,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찾는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조건부 품목허가한 국산 31호 신약이다. 유한양행은 2005년 9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위염·위궤양·십이지장궤양 치료제 레바넥스(국산 9호 신약)에 이어 렉라자를 통해 두번째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 안착에 실패한 레바넥스와 달리 렉라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가 될 의약품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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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 폐암치료제로 3세대 표적항암제다. 2021년 1월 국산 31호 신약으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았고 최근 2차치료제로 승인받았다.
1차치료제는 환자가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2차치료제는 1차치료제에 내성이 있거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사용한다. 2021년 7월 출시된 렉라자는 이듬해인 2022년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렉라자와 같은 3세대 표적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2차치료제로 출시 이듬해인 2017년 매출 103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렉라자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더 뜨겁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데이터에 따르면 타그리소의 지난해 국내 매출 규모는 1065억원이다.
렉라자는 1차치료제로 승인받은 만큼 보험급여만 적용받는다면 지난해 이상의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환자의 80~85%에서 나타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렉라자가 타깃으로 하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한 변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에서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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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은 2022년 10월 독일에서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2025년 안에 연 매출 50억달러(6조5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렉라자의 글로벌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기술수출한 이후 공동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얀센이 렉라자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을 때 유한양행이 렉라자 글로벌 매출의 8~10%를 로열티(경상수익)로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럴 경우 유한양행은 매년 최대 5억달러(65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말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임상종양학회지(JCO)에 렉라자의 다국가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게재하며 전 세계에 렉라자의 효능을 소개했다.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 렉라자 투여군은 20.6개월로 아스트라제네카의 1세대 표적항암제 이레사 투여군(9.7개월)보다 2배 이상 길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약 55% 줄이는 성과를 냈다. 특히 EGFR 변이 빈도가 높은 아시아인과 EGFR 변이 중 엑손21(L858R) 변이형, 임상 3상 시험 등록 당시 뇌전이가 있었던 하위군의 PFS도 각각 20.6개월·17.8개월·16.4개월로 나타나면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도 국내서 렉라자가 1차치료제로 승인받은 것을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글로벌 권리는 파트너사 얀센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한양행이 렉라자의 글로벌 출시를 위해서는 얀센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한양행의 선구안… 렉라자는 어떻게 탄생했나
업계는 렉라자 성과를 유한양행이 적극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추진한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텍 오스코텍에서 전임상 직전 단계의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를 15억원에 도입했다. 이후 2018년 11월 얀센에 총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했고 매출에 따른 경상 수익도 받는다. 렉라자는 앞으로 국내 연 매출 1000억원, 글로벌 연 매출 50억달러(6조5000억원) 이상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에서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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